[개발자의 선택] 컴투스와 위메이드가 선택한 벽돌깨기의 진화
최근 스마트폰 게임을 보면 비슷한 게임들이 비슷한 시기에 겹쳐서 나오는 것을 자주 발견할 수 있다. 게임 개발이 눈 깜짝할 사이에 금방 끝나는 것도 아니고, 서로 같이 출시하자고 상의한 것도 아닐텐데 어쩜 그리 똑같은 시기에 출시될 수 있는지... 게다가 최근 유행하고 있는 장르가 아닌 경우에는 놀라움은 배가 된다.
최근 컴투스와 위메이드 엔터테인먼트에서도 이 같은 상황이 발생했다. 개발자들이 서로 동시에 같은 꿈이라도 꿨는지, 과거 오락실의 추억으로만 남아있던 벽돌깨기 게임을 카카오 게임으로 거의 동시에 부활시켰다. 이번 개발자의 선택 코너에서 다룰 게임은 컴투스의 매일매일 벽돌깨기와 위메이드의 두근두근 바운스다.
먼저 두 게임의 모태가 된 오락실 벽돌깨기는 타이토에서 1986년에 출시한 알카노이드라는 게임이다. 게임을 시작하면 좌우로 움직일 수 있는 납작한 판(설정상 우주선이다. 전혀 그렇게 보이지는 않지만...)과 공이 하나 주어지고, 공을 튀겨서 상단에 있는 벽돌들을 모두 없애면 다음 스테이지로 넘어가게 된다. 무척이나 간단해보이지만 직접 해보면 벽돌에 부딪히는 각도에 따라서 공이 어디로 튈지 모르기 때문에 상당한 순발력을 요한다.
또한, 블록을 깰 때 가끔 떨어지는 다양한 아이템들은 우주선의 넓게 만들어주거나, 공을 여러개로 만들어주는 등 다양한 변수를 만들어주며, 블록도 종류가 다양해 반복해서 플레이하더라도 매번 다른 즐거움을 준다. 지금까지 알카노이드를 벤치마킹한 비슷한 게임들이 끊이지 않고 나오고 있는 이유는 이 다양성이 주는 재미 때문이다.
그리고 드래곤플라이트처럼 화면을 터치한 후 드래그만 하면 되는 간단한 조작방식이기 때문에 스마트폰 인터페이스에도 상당히 잘 어울린다. 카카오로는 처음이기 때문에 신기해보이는 것이지 기존에도 많은 회사들이 스마트폰 게임으로 출시했었다.
먼저 컴투스의 매일매일 벽돌깨기는 지금까지 등장했던 벽돌깨기 게임들을 모두 집대성한 느낌이다. 스테이지마다 달라지는 벽돌 배치와 게임에 변수를 더해주는 아이템 등 게임의 기본은 과거 알카노이드와 똑같지만 각기 다른 규칙을 가진 3가지 모드를 제공하고, 각 모드별로 따로 랭킹을 제공하기 때문에 벽돌깨기 종합선물세트를 즐기는 듯한 기분을 선사한다.
알카노이드 스타일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라면 보스 모드를 통해 기본을 익히고, 빨리 끝나는 보스 모드가 아쉽다면 자신의 실력만큼 마음껏 게임을 즐길 수 있는 무한 모드를, 자신이 알카노이드 고수라면 다양한 제약조건이 걸려 있는 달인 모드를 즐기면 된다. 참고로 무한 모드는 시간이 지날수록 블록이 계속 밑으로 내려오는 방식이며, 달인 모드는 제한 시간 내에 어려운 모양의 블록을 격파하는 방식이고, 클리어하면 다양한 아이템을 보상으로 받을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물론, 신작 게임, 게다가 소셜에 특화되어 있는 카카오 게임인 만큼 기존 알카노이드를 그대로 옮겨오지는 않았다. 게임 플레이 자체는 알카노이드와 크게 다르지 않지만, 다른 카카오 게임처럼 일종 조건을 만족시키면 피버 모드가 발동해 더 많은 점수를 획득할 수 있으며, 우주선의 귀퉁이로 간신히 공을 쳐내면 ‘짜릿’이라는 요소가 발동해 공이 유도탄 처럼 날아가거나, 블록을 한방에 없애주는 메테오 포인트가 쌓이기도 한다.
또한, 특수 능력과 육성 요소가 가미된 캐릭터 및 펫 시스템을 통해 지속적인 플레이를 할 수록 더 고득점을 올릴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으며 (물론 육성보다는 캐쉬로 구입하는 편이 훨씬 편하고 강하긴 하다), 각종 미션을 도입해 매일 매일 성취감을 얻을 수 있도록 했다.
위메이드 엔터테인먼트의 두근두근 바운스는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알카노이드를 그대로 가져온 것이 아니라 자신만의 색깔을 가미한 퓨전 게임이다.
컴투스의 매일 매일 벽돌깨기는 알카노이드의 정체성이라고 할 수 있는 공과, 우주선, 그리고 벽돌이 그대로 등장하는데 반해, 두근두근 바운스에서는 우주선과 공만 존재할 뿐 벽돌이 등장하지 않는다. 대신, 일정 패턴을 그리며 돌아다니는 병아리들이 등장하며, 이들을 공을 활용해 모두 없애면 고득점을 얻게 되는 방식이다. 쉽게 말하면 알카노이드와 갤러그의 만남? 실제로 게임을 플레이해보면 100이면 100 모두 같은 반응을 보일 것이다.
마음대로 보낼 수 없는 공을 활용해 움직이는 적들을 없애야 하기 때문에 게임 난이도는 상당히 높은 편이다. 공을 떨어뜨리지만 않는다면 계속 플레이할 수 있긴 하지만, 일정 패턴을 그리며 움직이는 적들이 화면 밖으로 사라지기 전에 모두 없애야만 보너스 점수를 획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각종 아이템을 먹으면 공에 불이 붙거나 커지는 등 특수 효과가 발생해 적을 쉽게 처리할 수 있게 도와주지만 예전 알카노이드만 생각하고 게임을 시작했다가는 만만치 않는 난이도에 답답함을 느끼게 될 수도 있다.
게임 플레이에 소셜 요소를 더한 것도 흥미롭다. 게임을 플레이하다보면 자신의 카카오 친구들의 프로필 사진이 풍선에 매달려 둥둥 떠다니는 것을 발견하게 되며, 그것을 공으로 터트리면 게임 플레이에 도움이 되는 다양한 아이템들이 떨어진다. 정신사납게 움직이는 병아리들을 없애는 것도 바쁜데 풍선까지 터트리기 쉽지 않겠지만, 이 게임은 다른 알카노이드 게임에 비해 아이템의 비중이 상당히 높은 편이기 때문에 놓치지 않는 것이 좋다.
또한, 매일매일 벽돌깨기와 마찬가지로 각종 미션을 통해 성취감을 부여하고 있으며, 각기 다른 개성을 가진 캐릭터와 펫을 통해 육성과 수집의 즐거움을 더했다.
이렇듯 똑같이 알카노이드에서 출발한 두 게임은 새로운 재미를 더하는 과정에서 서로 다른 노선을 선택했다. 컴투스는 일반인들에게는 익숙함을, 고수들에게는 난이도를 높여 도전의식 불러일으키는 방식을 선택했으며, 위메이드 엔터테인먼트는 기존 방식은 너무 식상하다고 판단하고 아예 새로운 재미를 선사하는 것을 선택했다. 각기 다른 방식의 진화를 선택하면서 사뭇 다른 게임성을 가진 결과물이 탄생했지만, 알카노이드의 추억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두 게임 모두 즐겁게 플레이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