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광민의 게임 히스토리]최초의 MMORPG는?
NHN엔터테인먼트가 신호탄을 쏘아 올린 신작 MMORPG '에오스'의 흥행 소식으로 MMORPG 시장이 활기를 띠고 있다. '에오스'에 이어 오는 10월 17일에 웹젠의 '아크로드2'가 가세하며, 펄어비스의 '검은사막', 위메이드엔터테인먼트의 '이카루스' 등이 테스트 형식으로 게이머들을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어 그 열기는 더욱 뜨거워질 전망이다.
오랜만에 MMORPG 시장이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만큼 이번 게임 히스토리는 최초의 MMORPG에 대해 다뤄보고자 한다. 사실 MMORPG는 우리가 알고 있는 것보다 생각보다 오래된 장르이지만, 장르의 등장보다 용어에 대한 확립이 늦어진 편이고, 얽혀있는 장르가 많아 어느 것을 꼭 집어 어떤 게임을 최초라고 정하기 어려운 장르다.
MMORPG에 대해 알아보기 위해서는 그 근간이라고 할 수 있는 PRG에 대해 먼저 알아야할 필요가 있다.(이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게임 히스토리 지난 기사(http://game.donga.com/69749/에서 확인할 수 있다.) 게이머가 테이블에 둘러앉아 마스터와 플레이어로 구분된 역할을 맡아 대화와 주사위를 사용해 진행했던 TRPG는 PC용 RPG나 비디오 게임기용 RPG가 등장한 이후에도 꾸준한 사랑을 받았다. TRPG의 이러한 인기는 후에 머드 게임(Multi-User- Dungeon)으로 이어지게 된다.
머드 게임은 TRPG를 온라인에서 즐길 수 있도록 구현한 게임으로 게임의 마스터는 서버가 맡고 사용자 간 대화는 PC를 통해 입력하는 텍스트로 대신한 장르다. 온라인이라는 특성 상 더욱 많은 게이머가 함께 즐길 수 있었고 국내에서도 PC 통신이나 텔넷을 통해 '단군의땅' 같은 머드 게임을 많은 게이머가 즐기기도 했다.
후에 머드 게임은 그래픽 효과를 추가한 그래픽 머드 게임(graphical MUD)으로 발전했고, 국내에서는 머그 게임으로 불렸다. 이 장르의 게임들은 현재 MMORPG의 특성을 대부분 갖추고 있었으며, MMORPG의 시초라고 보는 이도 존재한다. 현재 국내 MMORPG의 시초로 인정받고 있는 '바람의나라'도 당시에는 그래픽 머드 게임으로 분류 됐으며, 1997년 리차드 개리엇이 '울티마 온라인'을 선보이며 MMORPG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낼 때까지 그 이름은 이어졌다.
그래픽 머드 게임이나 머드 게임도 MMORPG의 특징을 갖추고 있었지만 그 단어 자체가 등장하지 않아 최초의 MMORPG로 어떤 명확한 작품을 꼭 집어 말하기가 어렵다. 최초의 상용화 게임을 최초의 MMORPG로 보는 관점, 그래픽 머드 게임을 MMORPG로 보는 관점, 인터넷을 통해 직접 서비스된 게임을 최초로 인정하는 관점, 그 단어를 사용한 게임을 최초 보는 관점 등 관점에 따라 최초의 게임도 달라진다.
최초의 상업용 MMORPG라는 관점에서 봤을 때 최초의 MMORPG는 '아일랜드 오브 케스마이'가(Island of Kesmai)다. 이 게임은 기존 머드 게임의 텍스트 대신 그림을 그리는 방식으로 구현됐다. 문자마다 역할을 갖고 있었으며, '-'과 'l'는 벽, '@'는 플레이어 등으로 그려졌다.
하지만 '아일랜드 오브 케스마이'가 사실상 머드 게임에 가까운 작품이기 때문에 진짜 그래픽을 적용한 '네버윈터 나이츠'(Neverwinter Nights / 바이오웨어의 네버윈터 나이츠와는 다르다)를 최초의 MMORPG라고 주장하는 이도 있다. 이 게임은 AOL에의해 1991년부터 1997년까지 서비스 됐으며, 당시로서는 만만치 않은 금액인 시간 당 6달러(한화 약 6,500원)라는 금액에도 불구하고 총 누적 사용자가 11만 명을 넘어서기도 했다.
1995년에는 현대 MMORPG와 가장 근접한 모습을 가진 '메리디안 59'(Meridan 59)가 출시됐다. '메리디안 59'는 미국의 교육 연구 분야를 포함한 미국 과학 재단 산하 네트워크인 NSFnet이 늘어나는 인터넷의 트래픽을 감당하지 못하고 민간 사업자에게 넘겨 줬기기 때문에 기존의 그래픽 머드 게임과 달리 통신사 기반이 아닌 인터넷 기반으로 직접 서비스 됐다. 또한, 대규모(Massively)라는 단어가 '메리디안' 59'를 통해 온라인게임에 최초로 사용됐다.
이 게임은 MMORPG라는 단어가 등장하기 이전에 선보여진 게임이기 때문에 직접적으로 MMOPRG라는 타이틀을 붙이지 않았지만, MMPRPG(Massively Multi-Player Role-Playing Game)이라는 단어를 선보였다.
1997년에는 '울티마 온라인'(Ultima Online)이 등장하며, 리차드 개리엇에 의해 MMORPG라는 용어가 탄생 됐다. '울티마 온라인'은 게이머들에게 상당한 자유도를 선사했으며, 초기 MMORPG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 이후에는 '에버퀘스트'(Ever Quest)가 등장해 사실상 탱커, 딜러, 힐러의 개념을 게이머들에게 선보였고 이러한 개념은 발전을 거쳐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World of Warcraft)에서 꽃을 피웠다.
국내의 경우는 1996년 등장한 '바람의나라'가 최초의 MMORPG로 볼 수 있다. 초창기에 그래픽 머드 게임으로 분류된 바람의 나라는 서비스 초기에는 천리안이나 유니텔을 통해 이후에는 인터넷을 통해 직접 서비스 됐다. 빠른 시기에 등장한 것은 확실하지만 다양한 관점에 의해서 살펴봐도 최초의 MMORPG로 보기에는 다소 무리가 따른다.
하지만, '바람의나라'는 다소 다른 게임들에 비해 출시가 늦었을지 모르지만, 가장 오랫동안 상용화 서비스 중인 MMORPG 부문 세계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당시 경쟁하던 게임이 대부분 서비스 종료된 것에 비하면 대단한 기록이다.
다양한 관점에 의해 MMORPG에 대한 정의는 다소 불분명 할 수 있지만, MMORPG의 등장에 대한 이유는 확실하다. 많은 사람들과 RPG를 더욱 재미있게 즐기는 것, 그것이 MMORPG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