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이머는 어디로? 지스타는 게임열기에 불 지필 수 있을까?
'국내 최대의 게임쇼'라는 별명을 갖고 있는 게임쇼. 지스타 개막이 한달도 채 남지 않았다.
매년 다양한 화두를 던지며 게이머들과 업계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던 지스타는 올해도 시장에 관심을 받고 있다. 단, 관심을 받고 있는 부분이 예년과는 조금 다르다. 예년에는 다양한 신작과 '어느 게임이 지스타의 스타로 떠오를까?'에 초점이 맞춰졌다면, 올해는 '지스타가 예년만큼 흥행할 수 있을까?'에 관심이 모이고 있는 것이다.
이번 지스타2013은 2,261부스 규모로 전년도의 2,111부스보다 7% 가량 확대된 규모로 펼쳐진다. 하지만 실제 관람객들이 이런 규모의 확대를 체감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일반 관람객을 대상으로 운영되는 B2C 부스는 줄어들고 대신 B2B 부스가 확대됐기 때문이다. 올해 지스타2013의 B2C 부스 규모는 1,235부스로 전년도의 1,385부스보다 줄어든 규모로 알려졌다.
반면 B2B 부스는 작년보다 절반에 가까운 41%가 성장한 1,026부스가 갖춰졌다. 지스타가 실시된 이래 역대 최대의 B2B 규모다. 업체들이 대부분 보여주기보다는 자사의 실속을 챙기는 데 집중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평가도 따르고 있다.
왜 이러한 현상이 벌어진 것일까? 지스타의 주축이 되는 온라인게임 시장이 모바일게임 시장과 맞물려 다소 주춤한 모습을 보이는 데다가, 올해 초부터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있는 게임시장에 대한 각종 규제로 인해 시장이 꽁꽁 얼어붙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특히 작년과 올해 급격한 성장을 거둔 모바일게임 업체들이 B2C 참가에 큰 의의를 두지 않는 것도 또 다른 원인이다. 모바일게임의 수명이 워낙에 짧기 때문에 지스타 같은 오프라인 행사에 큰 공을 들여 홍보를 해도 매출 신장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이유다.
게다가 올해 게임시장 규제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히는 일명 '손인춘법'의 공동 발의자가 지스타가 주최되는 해운대구 소속 의원이라는 것이 알려지면서 부산에 대한 반발감이 게임업계에 번져나간 것도 또 다른 이유로 꼽힌다.
지스타 조직위원회 측에서 B2B에 대한 지원을 대폭 늘린 것도 B2B에 업체들이 몰린 이유로 분석된다. 조직위원회는 B2B관에 스타트업 기업들을 위한 지스타 투자마켓을 별도로 운영할 계획이다. 약 40여명 이상의 투자자와 퍼블리셔가 50개 이상의 스타트업 기업들과 투자 및 퍼블리싱 상담을 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또한 김&장 법률사무소를 통해 지스타에 참가하는 모든 게임업체를 대상으로 무료법률상담을 진행하는 기업법률 지원서비스도 처음으로 실시한다. 여기에 지스타 세미나의 규모도 5배 가량 대폭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B2C보다는 B2B에 더 많은 혜택을 기울이겠다는 의도가 엿보인다.
이러한 지스타 조직위원회의 행보를 두고 업계에서는 참가사들이 정말 원하는 것을 조직위원회가 신경쓰고 있다는 평가와 일반 관람객이 완전히 배재될 우려가 있다는 의견이 양립하고 있다. 재미있는 것은 이러한 의견이 각각 참가사들과 일반 관람객들의 의견으로 완전히 구분된다는 것이다.
참가사들은 자사의 게임을 좀 더 널리 판매할 수 있는 기회를 얻는다는 점에서 이번 지스타2013에 큰 불만을 내비치지 않고 있다. 오히려 확대된 B2B 지원정책을 반기는 분위기다.
문제는 일반 관람객들 사이에서 제기되고 있다. 볼거리가 없고, 때문에 갈 필요가 없다는 의견까지 나오고 있다. 국내 업체가 빠진 자리를 해외 업체들이 채운다는 소식이 돌고, 특히 소니, 마이크로소프트, 닌텐도 등 비디오게임 3사가 모두 참가한다는 소식이 돌면서 기대치가 올라가긴 했지만, 이러한 기대심리도 곧 꺼지고 말았다. 해외 업체들도 이렇다 할 신작을 공개할 계획이 없고, 비디오게임 3사도 자사의 신형 게임기를 공개하기 보다는 자사에서 판매하는 게임 이외의 상품들을 전시할 것이라는 소문이 돌았기 때문이다. 그나마 한국닌텐도가 지스타 현장에서 몬스터헌터4를 공개한다는 소식이 고작이다.
볼거리가 없다는 지적은 지스타가 비즈니스 행사가 아닌 '게임쇼'라는 점을 감안하면 상당히 치명적인 지적이다. 일부 게이머들은 차라리 이럴 거면 지스타를 비즈니스 페어로 용도변경하라는 비아냥까지 하고 있다. 지스타의 정체성이 의심받는 상황이 온 셈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지스타는 매년 게임업계의 흥행열기에 불을 지펴왔다. 업계에 대한 지원과 함께 게이머들의 볼거리를 만들기 위한 노력도 함께 기울였기 때문이다"라며, "B2B에 기울이는 정성만큼이나 관람객들에게 내세울 수 있는 콘텐츠를 개발하는 데에도 신경을 쓸 필요가 있다. '국내 최대의 게임쇼'는 업체들 뿐만 아니라 게이머들도 함께 만들어 온 것이다"라고 이야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