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폭풍 고려 없나? 일단 ‘게임규제’ 지르고 보는 의원들
올해 초부터 깊어졌던 게임업계의 탄식이 멈출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한국인터넷디지털엔터테인먼트협회는 지난 10월 24일에 홈페이지를 통해 ‘근조 대한민국게임산업’이라는 조기를 걸었다. 연초부터 이어진 다양한 게임규제안에 대한 소식 때문이다.
사실 정치권의 게임을 향한 뭇매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이번 정권에 접어들면서 유난히 게임업계를 향한 ‘저격’의 빈도가 높아졌다는 분위기가 게임업계와 게이머들 사이에는 팽배하다.
문제의 시발이 된 것은 단연 ‘손인춘법’이다. '손인춘법'은 지난 1월 8일에 발의된 '인터넷게임중독 예방에 관한 법률안'과 '인터넷게임중독 치유지원에 관한 법률안' 등을 지칭하는 말이다. 법안의 이름만 보면 별 문제가 없어 보이는 이 법안에 게임업계를 포함한 많은 이들이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는 것은 법안이 자칫 게임업계를 사장시킬 수도 있는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법안이 담고 있는 내용 중 많은 이들이 공통적으로 지적하는 부분은 '매출의 1%를 게입산업에서 거두어 중독예방센터를 운영한다'는 점과, '셧다운제를 오후 10시부터 오전 7시로 확대 적용한다'는 부분이다. 가뜩이나 그 실효성에 의문부호가 따라다니는 셧다운제의 적용 시간을 확대한다는 것과 매출의 최대 1%를 각출한다는 것은 업계를 사장시키겠다는 의미와 다를 바 없다는 것이다.
여기에 지난 4월 30일에는 ‘신의진법’이 화제가 됐다. 법안을 발의한 새누리당 소속의 신의진 의원도 덩달아 핫이슈가 됐다. 새누리당 신의진 의원을 비롯한 국회의원 14인에 의해 발의된 이번 법안은 정식 명칭은 ‘중독 예방 관리 및 치료를 위한 법률안’이다. 대중이 무언가에 중독되는 일을 미연에 방지하고 이를 국가에서 나서야 한다는 목적을 담고 있다.
의미에는 일견 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게임 업계가 술렁이고 있는 이유는 분명하다. 앞서 언급했듯이 게임을 도박, 마약, 음주 등 사회적 물의를 일으킬 수 있는 요소들과 동일시 하고 있다는 점 때문이다.
법안을 대표 발의한 신의진 의원은 자신의 홈페이지를 통해 “중독으로 인한 사회, 경제적 폐해가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가의 알코올, 인터넷게임, 사행산업 등 중독유발 산업에 대한 관점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말하고, “이번 법률안의 제정은 중독 및 중독폐해의 적극적인 예방과 관리를 우선시하는 정책적 변화의 시발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6월에는 박성호 새누리당 의원 등 11인이 발의한 ‘콘텐츠산업 진흥법 일부개정법률안’이 문제가 됐다. 이 법안이 통과될 경우에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콘텐츠 유통을 통해 발생한 매출액의 5% 범위 내에서 부담금을 부여할 수 있는 권한을 지니게 된다.
시간이 흘러, ‘이 법안들이 과연 통과될 것인가’하는 우려가 증폭되는 가운데, 지난 10월 7일, 새누리당 황우여 원내대표가 게임을 술, 도박, 마약과 함께 4대 중독 물질로 정의해 업계에는 큰 파란이 일었다. 앞서 언급했던 ‘신의진법’안의 내용에 힘을 실어주는 발언이라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신의진법’ 역시 게임을 술, 도박, 마약과 같은 중독 대상과 동일선에 두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연이은 법안에 게임업계는 “게임을 규제하기 위한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포석을 두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러한 규제로 인해 게임업계가 위축되고 그로 인해 국익이 저하되는 것을 고려하지 않은 행태라고 지적하는 이들도 있다. “한국 게임시장은 죽었다”는 표현이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지난 정권부터 정부 측에서는 게임산업의 성장을 강조했지만, 실상은 각종 규제가 이어지고 있다. 성장보다는 규제에 기치를 둔 것처럼 보일 정도다. 다른 나라 정부들이 자국 게임시장을 보호하고 육성하는 것과는 사뭇 다른 움직임이어서, 시대를 역행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더군다나 게임시장에 외산게임 열풍이 강하게 불면서 국산 게임들의 입지가 점자 좁아지는 상황에, 이러한 정치인들의 행보는 게임산업을 ‘말려 죽이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지적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지난 2011년 국내 게임시장의 규모는 9조7천525억원 규모였다. 2011년 대비 약 11% 성장한 수치다. 하지만 정부의 규제가 본격화 된다면 이러한 성장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보는 게임업계 관계자들은 아무도 없다.
업계의 한 관계자들은 “규제의 정도가 지나치다. 범죄가 아닌 특정 산업군에 대해 이렇게까지 연이은 규제안이 나온 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다. 게다가 규제에 대한 근거가 없다보니 규제에 대한 심리적인 반발심도 나날이 커지고 있다”라고 말했다.
게임 관련 커뮤니티의 한 게이머는 “입법 과정에서 법안이 시장에 미칠 영향을 제대로 고려할 필요가 있지만, 그러한 과정을 거치고 규제안을 내는 것인지 의심스럽다. 앞뒤 계산 없이 일단 법안을 지르고 보는 것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