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게임법 토론회의 공정성은 죽었다

4대중독토론회2
4대중독토론회2

아직 게임 산업이 어리고 힘이 없다지만 민주사회의 토론회라고 보기 힘든 일방적 분위기였습니다. 지난 31일 있었던 '4대 중독 예방관리제도 마련 토론회'의 이야기입니다.

사실 뭐 한 두 번 느낀 것은 아니지만 유독 게임과 관련된 토론회에서는 의견 교환이 공정하고 자유롭게 이뤄지는 경우가 없었습니다. '게임이 청소년을 죽인다'며 토론회 마다 나타나서 겁을 주고 학부모들을 선동하시는 아이건강국민연대의 김민선 국장, 아직 세계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내용이지만 정신과 교수의 의견이라는 것으로 표준 증거로 삼는 등 다소 편협한 내용들입니다.

'아직 검증되지 않은 내용이고 인터넷 중독과 게임을 혼용해서 사용된 자료라고 반박해도 정신과 교수가 중독이라 하는데 업계가 반박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라고 하시니 더 이상 어떤 말도 통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하지만, 성폭력과 마약, 도박 등 연간 몇십조의 피해 사이에 인터넷(게임 관련 데이터는 아님) 중독이 끼어 있으니 착시 효과인지 정말 무서운 내용으로 돌변하는 듯 한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물론 청소년은 중요하고, 게임의 중독성은 연구가 필요하다는 의견은 전 세계적으로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는 사항입니다. 바로 옆에 계시는 부모님도 쉽게 통제하기 어려운 청소년들입니다. 아무리 법적으로 막고 봉쇄해도 쉽지 않습니다. 인터넷실명제, 셧다운제 어떤 것도 청소년의 게임 접근을 막지 못하는게 현실이죠.

게임 업체도 이를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게임 업계는 물론 많은 이들이 청소년 게임 중독 문제는 공감하는 부분이고 현재 많은 게임 업체들이 이를 위한 센터 마련, 사회 기부를 진행 중입니다. 다른 산업에서 보기엔 부족하다 볼 수 있지만 수치상으로는 게임 업계가 훨씬 높은 수치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절대 이를 등한시하거나 방관하고 있지 않습니다.

다른 이야기 일 수 있겠지만 이번 4대 중독 예방에서 담배가 빠져있습니다. 국내 흡연자 1천만명 이상, 흡연으로 인한 사망자 약 3만명, 전세계적으로 11억명이 담배를 피우고 있습니다. 게임 중독과 관련된 자료는 해외 데이터를 오랜 시간 찾아야 새로운 내용이 나올까 말까인데 담배 관련 문제점과 중독 관련 데이터는 국내 검색 포털에서 10분이면 넉넉한 분량을 찾을 수 있습니다. 담배 산업의 힘인지 게임 업계의 무능력인지는 모르겠지만 의구심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직업병인지 모르겠네요.

게임의 중독성까지 부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게임을 마약과 동일 선상에 두고 연구나 토론을 진행하는 곳은 없습니다. 한국이 게임의 선두주자라 하지만 이미 비디오게임으로 일본은 수십년 전부터 사고가 있었고 미국 역시 한때는 총기 사고만 나면 게임과 엮으려는 시도가 있었습니다. 결국 사건의 발단이 게임의 문제만은 아니라고 판단했기 때문에 연구가 꾸준히 진행되고 있는 것입니다.

31일의 토론회에서는 토론회의 사회자가 왜 중요하고 최근 JTBC에 부임한 손석희 국장이 왜 많은 이들에게 지지를 받으며 오랜 기간 토론회를 진행해 왔는지 다시 한 번 느끼게 되었습니다. 토론의 사회자는 중립적 위치에 있어야합니다.

토론회를 큰 판으로 보고 패널들의 의견을 요약하고 한쪽으로 분위기기 치우치면 화제를 돌려 토론회를 중립으로 돌려놓을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합니다. 차후 게임 관련 혹은 관련 토론회가 진행되면 보다 중립적인 사회자의 선정이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게임 미디어 입장에서 해당 산업에 다소 우호적인 기사를 작성할 수 있고 팔은 안으로 굽는다고 하지만 이제는 많은 정책 내용들이 일반 시민에게 공개되고 국감 역시 생중계되는 상황이니 언론의 기사 한, 두 줄로 시민들을 속일 수 없습니다. 때문에 언론은 중립을 지켜야하고 객관적인 시각에서 기사를 작성해야 합니다. 하지만 게임과 관련된 토론회, 공청회에서 보여지는 모습은 여러번 중립적 위치와 시각을 흔들리게 하고 있습니다.

뭐 많은 일들이 있었고, 어찌 보면 흥미로운 토론회였습니다. 결국 게임 업계의 현실을 다시 보게 되는 계기가 되기도 했구요. 속설이지만 한국에서 힘없고 라인 없으면 살아남기 힘들다는 말이 떠오르기도 했죠. 우리의 든든한 힘이 되 줄 것으로 기대했던 협회장도 결국 국감과 다른 일정으로 어제 토론회에서 5분도 자리를 지키지 못하고 이동하셨죠. 이게 게임 업계의 현실입니다.

사실 게임 업계는 그동안 청춘과 열정을 바쳐 게임을 개발하기만 했지, 산업적으로 부족했던 부분이 많았습니다. 결국 업계가 짊어져야할 문제이고 잘못해 온 부분입니다. 누군가 나서야 할 때 나서는 인물도 있어야 하고 필요한 시기에는 발언도 할 줄 알아야하는데 이런 부분에서 매우 취약합니다.

게임 업계가 이렇게 위기의 상황인데 제대로 된 대표들 공동 회동 한번 만들지 않는 상황에서 큰 기대를 하는 것은 아니지만 많은 개발자들이 힘들어하고, 게임에 미래를 걸고 있는 청소년들이 이번 사건을 보고 있습니다.

어제 한 청소년이 토론회 현장에서 패널들에게 '게임으로 좋은 일이 있었던 적은 없느냐'고 순수한 질문을 던졌지만 결국 현장의 분위기는 허탈한 비웃음뿐이었습니다. 게임을 사랑하고 미래를 꿈꾸고 있는 청소년들에게 지금 게임 업계는 어떤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을까요.

게임 업계 수장님들 이래도 침묵하면서 자리를 지키시겠습니까? 앞으로 무슨 일이 벌어질지 알 수 없고 보다 큰 문제들이 나타날 것이 예상되는데 말입니다.

게임동아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Creative commons 저작자표시-비영리-변경금지 라이선스에 따라 이용할 수 있습니다.
의견은 IT동아(게임동아) 페이스북에서 덧글 또는 메신저로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