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레이지아케이드 비앤비, 인터넷 오락실의 복원이 목표다"

게임과는 조금 관련이 없는 이야기를 시작해보자. 90년대 문화를 언급할 때, 만화 역사를 언급할 때 빼 놓을 수 없는 만화로 슬램덩크가 있다. 이 작품은 농구의 박진감을 잘 그려냈을 뿐만 아니라, 다양한 개성을 지닌 선수들로 등장시켜 독자들의 눈을 사로잡았다.

수많은 스타플레이어가 있지만, 슬램덩크 내에서 나름의 인지도를 구축한 캐릭터가 있다. 해남고등학교의 슈팅가드 미야마스 요시노리. 국내 독자들에게는 홍익현이라는 이름으로 더 알려진 캐릭터다.

딱히 눈에 띄는 스타 플레이어는 아니지만, 그를 향한 동료들의 신망은 두텁다. 중학교 시절부터 활약하던 선수들 중 8할이 그만둘 정도로 치열한 해남고등학교 농구부에서 왜소한 체구의 그는 끝없는 노력으로 경쟁자들이 낙오하는 와중에도 살아남았기 때문이다.

게임 이야기로 돌아와서 이야기해보자. 국내 온라인게임 시장 경쟁은 굉장히 치열하다. 딱히 업계 종사자가 아니더라도 누구나 알 수 있는 사실이다. 한 해에도 몇 개의 게임이 출시되고, 많은 게임이 소문 없이 서비스 종료를 맞이한다. 시장에서 낙오한다는 이야기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국내 시장에서 오랜 기간 동안 서비스 됐다는 것은 나름의 의미를 지닌다. 그 모든 악재와 경쟁을 이겨내고 자신의 입지를 구축했다는 이야기니까.

넥슨에서 서비스 중인 크레이지아케이드 비앤비(이하 크아비앤비)는 앞서 이야기한 두 가지의 사례에 부합하는 게임이다. 전쟁터라 표현해도 비약이 아닌 국내 온라인게임 시장에서 크아비앤비는 12년 동안이나 서비스 되고 있다. 더군다나 온라인게임 시장의 주류 장르인 MMORPG, FPS 장르도 아닌 캐주얼게임이 말이다.

크아비앤비가 홍익현과 다른 점이 있다면, 해남고등학교에서 계속 후보 신세를 면치 못 했던 홍익현과는 달리 크아비앤비는 ‘올스타 군단’ 넥슨에서도 손에 꼽히는 인기를 구가하던 시절이 있었다는 점이다. 그리고 크아비앤비는 다시 한 번 과거의 모습을 찾기 위한 노력에 들어간다.

크아비앤비
크아비앤비

“인터넷 오락실의 복원이 목표입니다”

넥슨 개발4본부 비앤비팀의 박기수 팀장의 이야기다. 과거 게이머들이 마치 오락실에 모여 놀듯이 다양한 게임을 즐기던 크아비앤비의 모습을 되찾겠다는 이야기다. 지난 10월에 진행된 크아비앤비의 ‘히든캐치’ 한정 오픈이 바로 그러한 행보의 첫 걸음이었던 셈이다. 크아비앤비의 미래에 대해 박기수 팀장은 어떤 이야기를 그리고 있는지.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질: 언제부터 크아비앤비를 담당하게 됐는가?
답: 크아비앤비를 담당하게 된 것은 그렇게 오래되지는 않았다. 지난 5월부터 팀장을 맡게 됐다. 그 이전부터 더 많은 사람들이 즐길 수 있는 대중적인 게임을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직접 일을 경험해보니 나와 일이 잘 맞는 것 같다.

질: 크아비앤비는 오랜 기간 서비스 된 게임이다. 국내 시장에서 손에 꼽을 정도로 말이다.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게임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 굳이 변화를 택한 이유는 무엇인가?
답: 사람들은 크아비앤비를 캐주얼게임이라고 이야기를 한다. 사실이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캐주얼게임인 크아비앤비가 조금씩 어려워지고 있다. 게임을 오래 즐기는 이들이 많아지면서 실력이 상향평준화 됐기 때문이다. 신규 이용자가 쉽게 즐기기 어려운 게임이 된 것이다.

질: 그러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방법을 모색한 결과 변화를 택한 것인가?
답: 모두가 즐길 수 있는 게임 본연의 재미를 살리기 위한 방안을 찾다가 크아비앤비의 초창기 모습을 돌이켜보게 됐다. 당시 크아비앤비에는 다양한 미니게임이 많았다. ‘인터넷 오락실’이라는 슬로건에 딱 맞는 분위기였다. 이러한 분위기를 되살린다면 이 게임을 즐겼던 이들이 다시 한 번 이 게임에 모여 즐거움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됐다.

질: 최근 모바일게임 시장도 그렇고, 콘솔게임 시장에서도 과거의 향수를 찾을 수 있는 ‘레트로’ 느낌을 살리는 데 노력하는 모습이 보인다. 이러한 점도 고려를 한 것인가?
답: 그런 것은 아니다. 단순히 사용 연령층에 주목을 했다. 최근 어린 게이머들은 쉬운 게임부터 차근차근 하는 것이 아니라 바로 어려운 게임부터 즐기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신규 이용자보다는 향수를 갖고 있는 이용자들의 아쉬움을 달래주는 것에 집중하는 것이 맞다고 봤다.

질: 과거 인기 있던 게임을 다시 한 번 크아비앤비에서 선보인다는 이야기인데, 어떤 게임을 선보일 것인지 구체적으로 대답해 줄 수 있는가?
답: 10월에 한정 오픈했던 히든캐치를 현재 준비 중에 있다. 당시에는 베타서비스의 성격이 강했다. 이용자들이 원하는 점과 불편해 하는 점을 파악해서 개선해 11월 중에 오픈하는 것이 목표다. 히든캐치 이외에도 과거 크아비앤비에서 즐겼던 게임을 다시 선보일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질: 실제로 서비스했던 게임이기는 하지만, 어차피 개발진 입장에서는 게임을 다시 개발해야 하는 수고를 거칠 수 밖에 없다. 준비 과정이 마냥 쉽다고는 하지 못 할 것 같다.
답: 게임의 형태는 기억하고 있지만, 이 게임이 정확하게 어떤 느낌이고, 어떤 밸런스를 갖추고 있는지를 파악할 수 있는 자료가 그다지 많지 않다. 이런 게임들을 제대로 복각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사람들의 기억 속에 확실하게 자리를 잡고 있는 게임인데 어설프게 복원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크아비앤비
크아비앤비

질: 복원을 위한 자료 수집은 어떻게 하고 있는가?
답: 아무래도 기억에 의존하는 부분이 없다고는 할 수 없다. 또한 비슷한 장르의 유사한 게임들을 찾아서 참고하기도 한다. 단순히 복원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새로운 게임 규칙을 만들고 찾기 위한 노력도 같이 기울이고 있다.

질: 히든캐치 10월 한정 오픈 당시의 반응은 어땠나?
답: 우리가 기대했던 반응과 기대하지 않았던 반응 모두 다 나왔다.(웃음) ‘재미있다’, ‘과거 느낌을 살려줘서 고맙다’ 등의 반응은 우리가 기대했던 것이지만, 갈 길이 멀구나라는 자기반성을 하게 만드는 반응도 많았다.

가장 의외의 반응은 ‘게임이 어렵다’는 반응이었다. 우리가 예상했던 것보다 게임을 쉽게 수정해야 할 것 같다. 한정 오픈 기간이지만 우선적으로 이지모드를 업데이트 해서 게이머들의 반응을 지켜보고 있다.

질: 과거의 느낌을 살리는 것은 환영할만한 일이지만, 일부 게이머들에게서는 ‘과거의 영광만 찾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을 수도 있다. 이러한 지적은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궁금하다.
답: 게임의 오리지널리티는 변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재미있던 게임에는 다 이유가 있다. 그래픽, 인터페이스 등 촌스러운 부분이 있기는 하겠지만 이러한 점만 개선한다면 과거에 즐겼던 게임도 새로운 느낌으로 즐길 수 있는 게임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추후 크아비앤비에 선보이는 과거의 게임들도 인터페이스, 그래픽, 사운드를 개선하는 방안도 염두에 두고 있다.

질: 복귀 이용자들은 반길만한 소식인 것 같다. 하지만 신규 이용자에게도 이러한 변화가 매력으로 다가올런지는 모르겠다. 어떻게 예상하는가?
답: 복귀 이용자를 최우선으로 생각하지만, 게임 자체의 재미가 확실하기 때문에 아직 이를 접해보지 못 한 신규 이용자들도 즐겁게 게임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궁극적으로는 신규 이용자, 복귀 이용자 가리지 않고 모두가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질: 언제쯤이면 지금 스스로 기획하고 있는 그림이 완성될 것 같은가?
답: 3년 정도를 예상하고 있다. 히든캐치를 우선적으로 업데이트를 하고 추후에 또 다른 게임도 업데이트 할 생각이다. 물론 서비스 안정화에도 노력을 기울일 것이고 말이다. 3년 후의 크아비앤비는 쉽게 즐길 수 있고 누구나 즐길 수 있는 게임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질: 게이머들에게 한 마디 부탁한다.
답: 게임을 서비스하다 보면 즐거움을 주기 보다는 돈을 벌기 위한 시기가 찾아올 때가 있다. 이런 시기를 거치고 나면 게임의 밸런스가 망가지기 마련이다. 크아비앤비는 누구나 즐길 수 있었던 시절로 돌아가 게임의 콘텐츠를 늘려나가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다시 한 번 즐겨보면 좋은 게임을 만들테니 많은 관심 부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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