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다크'의 매너 논란, 스2 '나니와'- NLB 'GSG'와는 엄연히 다르다

지난 11월 23일. e스포츠 팬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일이 벌어졌다. 판도라TV가 후원하는 리그오브레전드(이하 LOL) 챔피언스 윈터 2013-2014에서 일명 '팀 다크 사건'이 벌어진 것이다.

이날은 삼성 갤럭시 오존과 팀 다크의 경기가 진행됐다. 삼성 갤럭시 오존 롤드컵 본선에도 진출한 이력이 있을 정도로 게이머들에게 잘 알려진 LOL 프로팀. 반대로 팀 다크는 아마추어 선수들이 모여서 구성된 팀이었기에 시합 이전부터 오존의 낙승이 점쳐지기도 했다. 하지만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을 비유하며 팀 다크가 보여줄 아마추어 돌풍을 기대하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기대했던 '업셋'은 일어나지 않았다. 오존은 압도적인 경기력을 선보이며 1, 2라운드를 연이어 따내며 승리를 거머쥐었다. 어찌보면 예상대로의 결과. 하지만 오존 선수들의 얼굴에는 승리의 개운함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관람객들이 기대했던 골리앗의 미간을 향해 단어 그대로 돌직구를 날리는 다윗의 모습도 찾아볼 수 없었다. 그 정도로 압도적인 경기였다.

하지만 승부가 너무 일방적으로 났다는 것은 문제가 아니다. 문제는 승부가 기울어지는 과정에서 나타났다. 1라운드에서 압살당한 팀 다크가 2라운드에서 소위 말하는 '트롤링'을 하며 경기를 포기했기 때문이다. 관람객들은 골리앗의 미간을 향해 단어 그대로 '돌직구'를 날리는 다윗의 모습을 기대했지만, 정작 이들이 목격한 것은 '돌직구'는 커녕 똥을 던지는 팀 다크의 모습이었다. 그것도 상대 선수와 관람객들을 향해서 말이다.

팀 다크는 시작부터 LOL 정규 대회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챔피언들을 선택하며 팀 조합을 이뤘다. 스카너, 녹턴, 마오카이, 아무무, 쉔 등 주로 정글러로 활약하는 챔피언만을 선택한 것이다. 또한 시작부터 '고의적'으로 밖에는 보이지 않는 행동을 보이며 상대방에게 점수를 헌납했으며, 게임 시작 후 5분이 지날 무렵에는 아이템을 팔아버리고 와드(시야를 확보하기 위해 활용하는 게임 내 아이템)을 자신들의 진영에 무작위로 설치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광경을 목격한 게이머들 사이에서는 난리가 났다. 다수의 게이머들은 '스포츠맨십'을 훼손하고 대회의 격을 낮추는 행동이었다고 공분하고 있다.

흥미로운 것은 이러한 팀 다크의 행동을 변호하는 이들도 있다는 것이다. 문제될 것이 없다는 이야기다. 승산이 없으니 사람들에게 웃음을 주기 위한 일종의 팬서비스 차원에서 이를 해석하는 이들도 있다.

얼추 맞는 이야기다. 실제로 팀 다크의 선수들이 챔피언을 선택하는 과정에서 많은 이들이 웃음을 보이기도 했으니 말이다. 아마 이번 사건이 일어난 대회가 비정규 대회 혹은 친구들과의 친선 게임이었다면 모두가 웃고 넘어갈 수도 있었을 것이다. 문제는 팀 다크가 이런 행동을 저지른 무대가 LOL의 공식 대회이며, 롤드컵을 향한 관문의 첫 발을 내딛는 의미를 지닌 대회라는 것이다.

팀 다크 논란을 옹호하는 이들은 과거 스타크래프트2 대회인 GSL에서 벌어진 소위 '나니와 사건'과 지난 NLB 결승에서 보여준 GSG의 '4미드 1탑' 전략과 이번 사건을 비교하기도 한다.

GSG
GSG

'나니와 사건'은 스웨덴의 나니와(본명 요한 루세시)가 임재덕과 펼친 GSL의 스타크래프트2 시합에서 시작과 동시에 탐사정을 상대 본진으로 보내며 경기를 포기한 사건이다. 어찌보면 이번 '팀 다크 사건'과 가장 흡사한 행태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나니와와 팀 다크 사이에는 명백한 차이가 있다. 당시 나니와와 임재덕은 모두 3패로 탈락이 확정된 상황이었으며, 이들의 경기가 추후 리그 운영에 그 어떤 영향을 줄 수 없었다. 게다가 나니와는 공식적으로 팬들에게 사과의 뜻을 전하며 사태를 수습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임재덕과 자신의 경기를 기대한 팬들을 모욕하는 처사였다는 것을 뒤늦게나마 깨달았다는 것이다.

NLB 결승을 화제의 중심으로 끌어올렸던 GSG의 '4미드 1탑' 전략과는 비교할 필요도 없다. 완전히 궤를 달리하기 때문이다. 당시 GSG는 상대의 조합이 초반 푸시가 약하다는 것을 노리고, 전략적으로 이를 공략하기 위해 '4미드 1탑' 전략을 택했다. 승리를 포기하기 위함이 아니라 승리를 거두기 위해 선택한 전략이었다. 아무도 팀 다크의 '5정글, 와드 도배'를 승리를 위한 전략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게임 내내 보여준 태도 역시 천지차이였다. 게임 중에 아이템을 팔아버리거나 자원을 낭비하는 불필요한 행동을 GSG는 전혀 하지 않았다. 관중들은 환호했고, 해설진들은 열광했다. 시합이 끝난 후 경기장은 '뉴메타'를 연호하는 팬들로 가득찼다. 해설자들이 애써 의미를 부여하며 침착한 모습을 보이려 했던 팀 다크와 오존의 경기와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었다.

물론 나니와와 GSG는 프로 선수였으며, 이번 사건의 중심이 된 팀 다크는 아마추어 선수라는 차이가 있다. 하지만 이런 차이는 의미를 지니지 못 한다. 같은 대회에 참가한 이상 프로와 아마추어 사이의 실력 차이는 존재할 수 있지만 행동에 대한 각기 다른 판단 기준은 존재할 수 없다. 그것이 스포츠다. 팀 다크는 LOL 챔피언스 윈터 2013-2014에 공식적으로 참가한 '선수'라는 가치를 잊었다.

프로와 아마추어가 격돌하는 농구 대잔치에서 약체 대학팀이 프로팀을 만났다고 에어볼을 남발하고, 말도 안되는 플레이를 반복하는 모습은 상상이 안 된다. 이미 그들의 의식 속에는 프로, 아마추어를 떠나 '선수'라는 개념이 확립되어 있기 때문이다. '스포츠맨십'을 머릿 속에 새기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물론 프로에 비해 아마추어만이 보여줄 수 있는 모습이 있다. 팬들 역시 아마추어들에게는 프로 선수들에게서는 볼 수 없는 새로운 전략과 패기, 혹은 호기로운 모습을 기대한다. 하지만 팀 다크는 이 중 어느 것도 팬들에게 보여주지 못 했다. 스스로가 이러한 무대에 오를 자격이 없다는 것을 보여준 셈이다.

팀 다크의 이번 행동은 정식 스포츠 종목으로 도약하기 위한 e스포츠계의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행동이기도 하다. e스포츠판에서 활약하겠다는 사람들이 대중들에게 'e스포츠는 결국 장난'이라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는 행동을 한 것이다. 아마추어 선수들의 치기어린 행동에 KeSPA의 전병헌 회장까지 입장을 표명했다는 것은 e스포츠계가 얼마나 이번 사태를 중요하게 여기고 있는 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절대 장난스럽게, 쉽게 생각할 수 없는 문제라는 이야기다.

팀 다크는 자신들의 행동이 e스포츠계에 얼마나 큰 해악을 미쳤는지 팀 다크는 생각할 필요가 있다. 또한 이들을 변호하는 이들은 과연 자신들의 변호가 e스포츠 생태에 아무런 득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스포츠는 아이들 장난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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