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니지', 주사위 하나에 울고 웃던 그때 그 시절 기억하시나요?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말이 있을 만큼 10년이라는 시간은 결코 가벼운 시간은 아닐 것이다. 특히, 온라인게임의 경우 기술의 발전과 함께 새로운 게임이 등장하며 후배들에게 자리를 내어주기 마련인데 10년은 이미 훌쩍 넘기고, 15년이라는 오랜 시간 동안 게이머와 함께해온 게임이 있다.

엔씨소프트에서 개발하고 서비스하는 MMORPG '리니지'가 바로 15년 동안 게이머들과 함께한 주인공으로 '리니지'는 이제 15주년을 넘어 앞으로의 행보 하나하나가 역사가 될 듯한 모습이다. 그것도 최고의 자리에서 말이다. '리니지'는 말 그대로 '리빙레전드'다.

흘러온 시간이 시간인 만큼 '리니지'를 즐기던 파릇파릇한 학생들은 어느새 30대 청년이 됐고, 당시의 성인 게이머들은 40대 중년이 됐다. 게임을 즐기던 이들이 나이를 먹고 사회적으로도 변화를 거친 것처럼 '리니지'도 세월의 흐름에 따라 게이머에게 더 나은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변화해왔다.

'리니지'가 변화해온 길이 옳았기 때문일까? 서비스 15년이 지난 올해 22만 명이라는 자체 최고 동시 접속자 수를 돌파하는 등 여전히 좋은 모습을 보여주며 엔씨소프트의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현재의 모습도 모습이지만, 오랜 시간 게임을 즐겨온 '리니지'의 올드 게이머들에게는 과거의 기억이 더욱 미화 되기 마련. 이제는 과거의 추억으로 남은 '리니지'의 서비스 초창기 시절을 떠올려 볼 수 있는 이야기들을 함께 살펴보자.

리니지 에피소드 1,2,3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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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니지 에피소드 1,2,3 포스터 이미지

< '스타'냐 '리니지'냐 PC방 풍경~ >

'리니지'가 처음 등장한 1998년, 당시 많은 인기를 끌은 게임은 실시간 전략 시뮬레이션인 '스타크래프트'였다. 학생들은 학교가 끝나기 무섭게 PC방으로 달려갔고 다들 자리 앉아 '스타크래프트'의 랜 플레이를 즐기기 바빴다. PC방 분위기가 이러한 가운데 몇몇 게이머를 중심으로 소소한 변화가 생겨나기 시작했다.

PC방 한켠에서는 말끔한 2D 그래픽의 온라인게임을 플레이하는 성인 게이머들이 늘어나기 시작했고, 그 게임이 '리니지'라는 것이 알려지는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PC방에서 '리니지'를 플레이하는 모습을 본 게이머들 사이에서 '리니지'는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고, 게임은 1998년 대한민국 게임대상 대상을 받으며 이름을 더욱 알렸다.

서비스 초창기 '리니지'는 PC방 사장님들도 많이 즐겼다. PC방비가 부족했던 학생들은 사장님의 캐릭터를 대신 플레이하고 PC방에서 시간을 보내기도 했으며, 여유가 있을 때는 PC방 사장님과 함께 게임을 즐기며 친분을 쌓아 나중에는 무료로 PC방에서 게임을 즐기는 등의 기현상을 보이기도 했다.

1999년에는 첫 서버 '데포로쥬'에 이어 '켄라우헬' 서버가 오픈됐으며, 2000년에 들어서는 더욱 이용자가 늘었다. 게임 좀 한다 하는 친구치고 리니지 한 번 안 해본 친구가 없을 정도로 많은 게이머가 '리니지'를 즐겼고, 2000년 12월에는 동시 접속자 수 10만 명을 돌파하는 기록을 세운다.

리니지 캐릭터 생성화면
리니지 캐릭터 생성화면

< 나도 모르게 클릭, 주사위 기억하세요? >

'리니지'를 플레이했던 게이머치고 주사위를 모르는 게이머가 있을까? '리니지' 서비스 초창기에는 캐릭터 생성 창 한가운데에서는 주사위가 자리하고 있었다.

이 주사위는 생성하고자 하는 캐릭터의 능력치를 랜덤으로 결정짓는 주사위로, 한번 클릭하면 주사위가 돌아가며 랜덤으로 능력치가 설정됐다. 예를 들어 기사 클래스를 생성하는 경우 힘(str)과 체질(con)을 각각 18 이상 맞추는 것이 게이머들 사이에 유행했다.

하지만, 이러한 능력치는 쉽게 얻어지는 결과물이 아니었기에 게이머들은 게임을 시작하기도전에 주사위 화면에서 짧게는 몇 분을 보내거나, 운이 없는 게이머라면 몇 시간을 보냈다는 이야기도 있다. 여기에 반복적으로 주사위를 누르다보니 원하는 능력치가 나와도 자기도 모르게 주사위를 또 눌러 다시 원하는 능력치를 얻을 때까지 주사위 클릭을 반복하는 경우도 허다했다.

당시에 원하는 능력치를 입력하면 원하는 능력치가 나올 때까지 주사위를 자동으로 굴려주는 프로그램까지 등장하기도 할정도 였으니 '리니지'의 게이머들에겐 주사위는 공포의 대상이었다. 하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리니지' 캐릭터 생성 시스템도 변화해 주사위는 과거의 일이 됐고, 이제는 올드 게이머들의 아련한 추억이 됐다.

리니지 말하는 섬
리니지 말하는 섬

< 추억이 한 가득~ '말하는 섬' 선착장 >

1998년 9월 세상에 첫선을 보인 '리니지'의 에피소드 이름은 '말하는 섬'이었다. 지난해 대대적인 개편으로 초창기와는 다른 모습을 보이는 '말하는 섬'은 서비스 초기만 해도 초보 게이머들을 위한 지역이었다. 은기사 마을이 나오기 전까지 리니지의 모든 캐릭터는 이 '말하는 섬'에서 시작했으니 말이다.

많은 게이머는 '말하는 섬'에서 리니지의 세계를 만났으며, 두 번째 에피소드인 글루디오 영지를 통해 대륙이 등장하자 이른바 '본토'라고 불리는 글루딘 마을로 이동을 위해 열심히 레벨을 올렸다.

초보 게이머들이 '말하는 섬'을 떠나 '본토'로 가기 위해 중요한 교두보 역할을 한 곳이 바로 '말하는 섬' 선착장이다. '리니지' 서비스 초창기에는 게임머니인 '아데나'가 귀한 편이었기 때문에 '본토'로 순간이동을 할 수 있는 텔레포터가 있음에도 가격이 비싼편이었기 때문에 대부분의 게이머는 선착장에서 배들 기다려 '본토'로 이동했다.

게이머들은 선착장에서 다른 게이머와 대화를 나누거나 자유로운 PK지역인 것을 활용해 다른 게이머와 1:1 전투를 치르거나 팀 단위의 전투를 치르기도했다. 물론, 이 선착장에는 아름다운 추억만 있는 것은 아니다. 선착장에서 배를 타는 게이머들이 대부분 초보 게이머인 것을 노린 악행도 있었다. 당시의 고레벨 게이머들은 '본토'로 가려고 하는 초보 게이머들을 대상으로 무차별 PK를 펼쳤고, 이로인해 '본토'에 한번 들어가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다. 누군가에게는 아련한 추억의 공간으로 누군가에는 잊고 싶은 '말하는 섬' 선착장이다.

리니지 공성전 화면
리니지 공성전 화면

< '리니지'의 꽃, 공성전 >

1999년 7월 '리니지'에 세계에는 '리니지'의 한 획을 그은 업데이트가 있었다. 바로 세 번째 에피소드인 '켄트 성'으로 이 시점을 기반을 둬 '리니지'에 공성전이 도입됐다.

요즘에야 각종 서비스의 발달로 인해 PC만 있다면 어디서든지 자유롭게 음성으로 대화하며, 게임을 즐길 수 있었지만, 당시에만 해도 이러한 형태의 보이스 서비스는 쉽게 찾아볼 수 없었다. 세금 등 큰 이득을 가져갈 수 있는 성을 잃느냐 지키느냐가 갈리는 큰 전투가 벌어지는 상황에서 채팅으로는 의사소통을 완벽하게 할 수 없었고, '리니지'의 공성전이 열리는 날이면 성을 지닌 혈맹은 하나의 PC방에 모여 공성전을 치리는 모습을 보였다.

수십 명의 게이머가 한 장소에 모여 공성전을 치르는 모습을 게임 내에서나 밖에서나 전쟁의 한 장면을 방불케 하기에 충분했고, 성의 수호에 성공하거나 간혹 새롭게 성을 차지하는 순간 그곳은 축제의 장이 됐다. 물론, 반대의 경우도 있었지만 말이다.

이러한 리니지의 공성전은 단순히 온라인게임을 넘어서 오프라인에서도 혈맹원끼리의 만남이라는 기회를 제공해줬으며, 함께하는 온라인게임의 재미를 알려주는데 충분했다.

리니지 게임 내 결혼식 화면
리니지 게임 내 결혼식 화면

< 가슴 따뜻한 사연도 가득 >

2000년대 '리니지'가 많은 인기를 끌자, 게임을 통한 감동적인 사연도 많이 소개됐다. 2001년 8월 31일 인천의 한 병원에서 '리니지'를 즐기는 게머 중 한 명이 사고를 당해 생명이 위태로운 처지에 있었다.

긴급 수혈이 필요한 환자였지만 그 환자는 희귀 혈액형이 RH-O형으로 쉽게 혈액을 구할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이 사연이 알려지자 '리니지'를 즐기는 게이머는 서버의 채팅창을 통해 혈액을 구한다는 문구를 퍼트리기 시작했고, 이이야기는 전서버에 퍼져 '조우'서버의 한 게이머가 수혈에 나서 생명을 구해냈다.

당시 엔씨소프트는 수혈에 나선 게이머에게 1년 무료 이용권과 감사패, 리니지 역사상 한 자루만 존재하는 '생명의 검'을 선물했고, 이 사건을 계기로 '리니지'를 즐기는 게이머들 사이의 독특한 커뮤니티 문화가 생겨나게됐다.

2002년 4월 6일에는 '데포로쥬' 서버 기란 콜로세움에서 아덴월드의 최초의 결혼식이 열렸다. 신랑 신부 입장과 주례사 그리고 퇴장으로 약 30분간 실제 결혼식과 유사하게 이뤄진 이 결혼식은 '리니지'의 GM을 비롯해 많은 게이머가 참석해 진행됐으며, 이 결혼식의 신랑과 신부은 4월 21일 실제로 식을 올리기도 했다.

이외에도 다양한 이야기와 사건들이 '리니지'를 통해 알려지고 일어났다. 15년이라는 시간 동안 게이머들과 함께 해온 '리니지', '리니지'에 아련한 추억을 가진 게이머라면 지금 아덴월드로 모험을 떠나 보는 것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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