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이란 강산을 뛰어 넘은 귀환. 테일즈 오브 심포니아 유니서넌트 팩

1995년 테일즈 오브 판타지아로 시작한 테일즈 오브 시리즈가 어느덧 20주년 기념 타이틀 테일즈 오브 제스티리아를 발표하는 오늘에 이르렀다. 그래서 20주년 기념 타이틀 발표에 앞서 테일즈 오브 판타지아의 프리퀄을 다룬 2003년 게임큐브 작품(이식 기반은 2004년 발매한 PS2용이지만) 테일브 오브 심포니아(이하 심포니아)와 그 뒷이야기를 그린 연작 2008년 Wii 작품 테일즈 오브 심포니아 라타토스크의 기사(이하 라타토스크)의 합본 테일즈 오브 심포니아 유니서넌트 팩(이하 유니서넌트)이 PS3 작품으로 나온 걸 우연이라 치부하기 어렵다. 일단은 심포니아 10주년 기념 타이틀이긴 하다만.

테일즈 오브 심포니아 유니서넌트 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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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일즈 오브 심포니아 유니서넌트 팩 스크린샷

그리하여 여러 가지로 의미 있는 타이밍에 유니서넌트가 나왔는데 테일즈 오브 시리즈는 대대로 장대한 스토리와 화끈한 액션 전투 시스템, 매력적인 캐릭터, 크고 작은 서브 이벤트 등의 할 거리가 넘쳐나기로 명성이 자자했다. 그런 시리즈의 두 작품이 한 데 묶였으니 그 볼륨이란 과거 작품의 이식이라고 얕볼 수 없는 수준. 더군다나 심포니아와 라타토스크는 작 중 2년의 텀을 두고 연대기가 그대로 이어지므로 처음부터 끝까지 정주행을 할 수 밖에 없어 수 십 시간의 플레이가 필요할 것이다. 플래티넘 트로피를 노리거나 게임 외적으로 더 이후의 이야기인 테일즈 오브 판타지아와 나리키리던전까지 하려면 100시간 이상 플레이가 기본이겠고. 또한 PS2용 심포니아는 정식발매 불발, Wii용 라타토스크는 기기의 국가코드 제한으로 인해 국내 게이머들은 즐겨볼 기회를 가지기 힘들었으므로 뒤늦게나마 심포니아 연작을 플레이 할 좋은 기회다.

테일즈 오브 심포니아 유니서넌트 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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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명심해야 할 점은 합본 이식이지 HD 리마스터링이 아니란 사실. 720P 이상 해상도를 지원만 하는 걸 우리는 HD 리마스터링이라 하지 않는다. 심포니아의 경우 10년 전 PS2 게임의 그래픽을 720P로 재현하면 어떤 참상이 벌어지는지 몸소 보여주고 있다. 아무런 그래픽 개선이 없는 3등신 3D 폴리곤을 TV로, 720P로 보는 것은 PS2를 캡처보드에 연결하여 24인치 모니터 전체화면으로 슈퍼로봇대전을 시작했다가 도트 튀는 화면에 질겁했던 추억과 버금가는 충격과 공포였다. 주역들의 3D 모델링부터 시대의 아픔을 느낄 수 있었으며 필드의 몬스터나 배경의 그래픽까지 따지려면 아예 손을 놓아야 할 지경. 게임을 하면서 그래픽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이머라면 절대 용납 못 할 수준이다. Wii를 기반으로 한 라타토스크도 사정이 조금 낫다고 하나 이쪽도 PS3와 같은 세대를 보냈단 생각이 안 든다. 유일한 위안은 애니메이션 파트와 일러스트를 사용하는 스킷 및 컷인, 그밖에 스테이터스, 메시지 등 3D를 사용 안한 그래픽 전반. 이쪽은 HD 리마스터링이라 여겨도 좋을 개선이 이루어졌다. 문제는 두 게임 모두 풀 3D 게임이라는 거.

테일즈 오브 심포니아 유니서넌트 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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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추가 요소도 10년의 세월을 뛰어넘기엔 많이 부족하다. 추가 요소라고는 게임큐브, PS2 주제곡을 어레인지 수록한 것을 제외하면(먼저 게임큐브 주제곡이, 그 다음 시작 화면에서 기다리면 PS2 주제곡이 나온다. 오프닝 영상은 동일.) 새로 그린 비오의 컷인, 역대 캐릭터 풍을 비롯한 복장 및 칭호 추가 정도인데 비오의 컷인은 게임 후반에 가야 확인할 수 있고(이마저도 적당히 스크린샷 검색하면 게임 안 하고도 다 확인할 수 있다) 캐릭터 추가 복장은 앞서 설명했다시피 그래픽 퀄리티 자체가 너무 모자라 시리즈와 캐릭터에 애정이 넘쳐나지 않는 한 게임 플레이 동기로 턱없이 모자라다. 심포니아의 추가 요소가 이러다보니 머리에 장식을 착용할 수 있는 헤드 체인지 요소가 추가, 본편을 클리어하면 갤러리 모드를 해금하여 캐릭터 일러스트와 설정화보, 해외판 패키지 비주얼 등 100장 이상의 일러스트를 볼 수 있는 라타토스크의 추가 요소가 매력적일 정도다. 유니서넌트에 심포니아 10주년 기념 스페셜 그리팅 카드, 심포니아의 로이드 역을 맡은 성우 코니시 카츠유키와 라타토스크의 에밀 역을 맡은 성우 시모노 히로의 메시지 영상, PS3용 커스텀 테마, 심포니아와 라타토스크 사이를 그린 오리지널 소설 희망을 계승하는 자 등 게임 외적인 선물을 잔뜩 끼얹은 건 판매하는 쪽에서도 게임 내 추가 요소들이 부실하단 걸 인지하고 있어서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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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러한 문제가 개의치 않다면, 그러니까 그래픽이 나빠도 좋고 추가 요소가 적어도 좋다. 난 심포니아가 좋다 혹은 심포니아 못 해봤으니 지금 해보고 싶다 하는 게이머라면 유니서넌트는 게이머의 기대를 배신하지 않는다. 좋은 게임, 재미있는 게임은 10년이 지나도 변치 않는 법. 기승전결 분명한 왕도적인 스토리와 개성 뚜렷한 캐릭터들이 만나면 아무리 뻔한 전개라도 멋있고 감동적이며 여운이 깃든단 진리를 심포니아에서도 확인할 수 있으며 ML-LMBS(멀티라인 리니어 모션 배틀 시스템)을 채용한 전투 시스템에서는 사방팔방 공격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무쌍과 집단구타의 선을 아슬아슬하게 넘나들며 호쾌하게 싸우는 쾌감이 남다르다. 합체기 개념인 유니존 어택이나 캐릭터 타입과 EX 스킬 강화에 따라 달라지는 전투의 양상, 특기-비기-오의로 이어지는 연계, 그리고 모범적인 이벤트 활용으로 주축 스토리에 살을 붙이는 체계적인 구조까지 더하면 10년 후의 작품에까지 영향을 미친, 시리즈의 한 획을 그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약 900MB 하드 인스톨과 PS3 성능에 힘입어 로딩의 'ㄹ'자도 안 나타나는 건 덤.

테일즈 오브 심포니아 유니서넌트 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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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타토스크 역시 심포니아의 뼈대와 장점, 그리고 연작만이 누릴 수 있는 전작 캐릭터와 신 캐릭터의 협력 로망으로 후속작이란 어떻게 전작의 단물을 이어받아야 하는지 잘 보여주고 있다. 신 캐릭터 중 고정 멤버는 주인공 에밀과 히로인 마르타 뿐이지만 전작 캐릭터들의 합류와 라타토스크에서 새로 등장한 몬스터 포획 및 파티 영입 덕분에 파티의 유연성과 다양성이 크게 증가, 여기에 프리런을 지원하여 전투의 자유도와 재미가 크게 증가하였다. 전작과의 연관성을 깎지 않으면서 비중이 두 작품 중 한 쪽으로 쏠리지 않고 새 캐릭터들의 새 이야기를 완성한 것 또한 합격점. 심포니아의 크라토스, 제로스 루트의 분기 발생 역시 배드, 노멀, 트루 엔딩 세 분기로 발전하였다. 물론 전작과 마찬가지로 2주차 이후 전용 이벤트와 던전도 존재. 이렇게 전작 심포니아를 착실하게 계승, 발전시킨 라타토스크이기에 유니서넌트에 와서 약 3GB에 이르는 하드 인스톨(디스크는 게임 기동을 위한 인증키 역할만) 후 실행에도 불구하고 전투 인카운트 등에서 로딩을 체감하는 점이 매우 안타깝다(약 1초 내외의 로딩이지만 체감이 거의 불가능한 심포니아와 비교하면 큰 차이다).

테일즈 오브 심포니아 유니서넌트 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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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유니서넌트의 평가는 두 가지의 기준 충돌이라 할 수 있겠다. 지난 10년을 날로 먹으려는 겉치레 합본이냐, 원판 불편의 법칙에 힘입은 명작의 귀환이냐. 평가는 게이머의 몫이고 어느 쪽 평가든 피할 길이 없다는 점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래도 10년이면 강산이 바뀐다는데 20주년을 바라보는 시리즈라면 같은 시리즈의 팬 사이에서도 플레이 경험에 따른 세대 차이가 뚜렷할 터. 이런 세대 차이를 메워주고 같은 경험을 공유할 기회를 제공하기 위한 과거 시리즈의 귀환이라면 결코 무의미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런 기회가 늘어나야 장기적으로 게임과 게이머들의 문화적 연대를 이어나갈 수 있으리라고 본다. 물론 현재의 게이머들에게 인정받기 위한 최소한의 성의를 보이면 더욱 좋겠고.

테일즈 오브 심포니아 유니서넌트 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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