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소문 확산’ 하스스톤, 일반인 마음까지 훔칠까?
입소문의 전파력은 빠르고 강력하다. 블로그나 SNS를 타고 사람들 사이에서 화제가 되기 시작하면, 어느새 히트작이나 문화 코드로 자리 잡는 경우가 많았다.
최근 송강호 주연의 영화 ‘변호인’이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면서 개봉 7일 만에 200만 관객을 훌쩍 뛰어넘었고, 캐나다구스나 몽클레르와 같은 의류제품 역시 유명 연예들이나 몇몇 사람들에게서 시작된 입소문이 트렌드에 민감한 젊은 청소년들에게까지 전파되기에 이르렀다.
하스스톤도 마찬가지다. 오랫동안 온라인게임과 대형 블록버스터급 게임에 집중해온 블리자드가 최초의 무료게임이자 카드 배틀게임 ‘하스스톤’을 개발한다고 발표했을 때 많은 이들은 의구심과 비난의 목소리를 냈다. 스타크래프트2나 디아블로3가 기대 이하의 성적을 기록하자 돈을 벌기 위한 게임을 개발한다며 실망의 의견도 많았다.
하지만 소수의 인원으로 시작된 비공개 테스트 이후 분위기는 180도 바뀌었다. ‘재미있다’는 이야기가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돌기 시작했고 테스트 계정을 구하기 위해 계정거래까지 발생했다.
그 정도로 하스스톤의 재미는 게이머들 사이에서 인정을 받았다. 하스스톤은 두 명의 게이머가 한 장씩 카드를 내면서 승부를 겨루는 정통 카드 배틀 방식의 게임이다. 굉장히 단순하지만 지정된 코스트에 맞춰 카드의 순서를 정하고, 상대의 심리를 이용하는가 하면 상대의 카드에 맞춰 자신의 카드를 결정하는 머리싸움이 게임의 백미다.
이미 해외에서는 비슷한 장르의 보드 게임이 큰 성공을 거두었지만 온라인게임으로 이러한 장르가 대중들에게 어필하기는 쉽지 않았다. 자신의 카드는 물론 전체적인 카드들의 능력이나 특징을 파악해야만 승리할 수 있고, 다른 카드와의 조합이나 연계가 존재해 운으로 게임을 진행이 어려운 만큼 난이도가 높다고 평가됐기 때문이다.
다른 상대와 1대1로 대결하야 하는 게임의 특성상 쉽지 않은 접근성이 있다. 다른 상대와 대결하는 것을 즐기는 사용자도 있지만 다소 부담을 가지는 사용자들도 상당히 많기 때문이다. 온라인게임에서도 PvP 보다 인공지능을 상대하는 PvE가 전체적인 비율이 높은 이유도 그러한 영향이다. 또한 최근 온라인게임에서는 채팅을 통해 욕설이나 비속어가 쉽게 오고가는 문제가 많아 다른 누군가와 1대1로 게임을 즐기는 것은 부담감이 크다.
하지만 하스스톤은 이러한 문제들을 블리자드의 스타일로 풀어냈다. 우선 다소 높을 수 있는 게임의 진입장벽은 과거 MMORPG가 마니아들의 전유물로 여겨질 시기에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를 선보이며 쉽고 대중적인 콘텐츠를 녹여낸 MMORPG를 완성했던 것과 같은 방식으로 해결했다.
카드를 단순화하고 버릴 것은 버리면서 복잡한 룰을 단순화했다. 하지만 핵심 게임성을 유지하기 위해 직업별 특징은 살리고 카드 하나하나의 매력을 담아냈다. 그래서 튜토리얼과 몇 번의 플레이를 해보면 게임을 쉽게 적응할 수 있을 정도로 게임의 장벽은 낮아졌다.
카드 배틀게임을 블리자드의 방식으로 이해하기 쉽게 풀어냈다. 영웅의 특성을 세분화해서 다양한 캐릭터를 만들어냈고, 단조로울 수 있는 카드 게임이지만 카드를 한 장 한 장 낼 때 손맛과 희열을 느낄 수 있도록 제작했다. MMORPG와 같은 화려한 스킬 이펙트는 아니지만 특정 카드를 보드에 내려놓으면 화면에 불꽃이 일어나거나 눈보라가 치는 등 다양한 효과가 발생한다.
상대와의 부담스러운 대결은 우선 모르는 상대와는 채팅이나 이모티콘과 같은 반응이 보이지 않도록 했다. 자신의 플레이만 할 수 있기 때문에 상대가 게이머인지 인공지능인지 차이가 거의 없다. 다만 친구끼리는 채팅이 가능하기 때문에 가벼운 마음으로 게임을 즐길 수 있다.
현재 하스스톤의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는 사람들은 과거 블리자드의 게임을 플레이 했던 사용자들이다. 게임에 등장하는 영웅들이 블리자드의 게임 ‘워크래프트’의 영웅들을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는 요인도 있고, 블리자드만의 감각과 방식에 익숙해진 사용자들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최근 오픈베타를 앞두고 디아블로3 사용자들에게는 게임을 플레이 할 수 있도록 하면서 테스터의 범위를 넓힌 것도 이러한 영향이다.
하스스톤의 오픈베타는 상당히 가까워져 있다. 1월 초에 공식 일정을 발표할 것이라는 루머도 확산되고 있을 정도로 게임의 오픈베타는 수일 내에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블리자드 마니아들을 중심으로 퍼지고 있는 하스스톤의 입소문이 과연 일반 게이머들에게도 퍼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다만 과거 국내에서 성공이 힘들 것이라는 밀리언아서와 같은 TCG도 성공작 반열에 올랐고, 마니아들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웹게임이 모바일시장에서 큰 성공을 거두고 있는 만큼, 입소문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하스스톤은 블리자드 재도약의 시발점이 될 수도 있다는 업계의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