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L 프로팀의 세대교체 '빨라도 너무 빨라~'
수 많은 선수들이 자신들의 기량을 뽐내는 스포츠 업계에서 왕좌를 차지한 팀이 1~2년이 채 지나기 전에 왕좌의 자리에 내려오는 일은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일이다.
지난 해 까지 영국 프리미어 리그에서 20번째 우승을 차지하며 세계 최고의 인기 축구 클럽으로 등극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현재 7위를 기록하며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으며, 90년대 '꿈의 팀'이라고 까지 불렸던 미국 NBA의 시카고 불스는 황금세대의 은퇴 이후 우승 한번 못해본 팀으로 내려 앉았으니 말이다.
선수들의 수명이 유난히 짧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e스포츠 업계에서도 이 같은 모습은 두드러진다.과거 스타 프로리그의 경우 많은 프로게이머 선수들이 왕좌에 등극하고 다음해에 예선조차 통과하지 못한 경우가 부지기수 였으며, 임요한, 홍진호, 박정석, 박성준 선수 등 1세대 프로게이머의 등장 이후 많은 프로게이머들이 꾸준한 성적을 내지 못해 게이머들의 뇌리속에 잊혀지기도 했다.
최근 가장 뜨거운 e스포츠 리그로 평가받고 있는 라이엇게임즈의 리그오브레전드(이하 LOL)의 경우 5개월 혹은 2개월 사이로 팀의 오르내림이 더욱 빨라져 잠시라도 경기에 관심을 두지 않으면 게임의 흐름을 따라갈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세대교체가 이루어 지고 있는 상황이다.
과거 국내 LOL 프로리그는 CJ 엔투스 블레이즈와 형재 팀 프로스트, 나진소드가 4강 혹은 결승을 수시로 드나드는 구도로 진행되었다. 하지만 지난 2013 중순에 열린 LOL 챔피언스리그 윈터에서 CJ 프로스트, 블레이즈의 경우 8강 토너먼트에서 CJ 블레이즈가 KT 블리츠에게 패하며 4강 진출이 좌절됐으며, 나진소드는 롤챔스 16강 전에서 예선 탈락이라는 충격적인 결과를 보여주기도 해 이미 기존 LOL의 강호 팀들의 약세가 진행되는 모습이었다.
이런 모습은 2013년 후반부 리그 LOL 챔피언스 윈터시즌에 들어 더욱 확산됐다. 운영의 블레이즈라 불리던 CJ 엔투스 블레이즈와 역전의 명수 프로스트는 미드, 정글, 원거리딜러, 서포터 등 그 어떤 라인에서도 강세를 보이지 못하며 무너졌고, 나진소드 역시 '프레이' 김종민 선수 이외에 모든 라인이 약세를 보이며 중하위 권에 머물렀다.
다양한 챔피언을 자유자재로 다루는 선수의 개인 기량과 5명이 하나로 어우러지는 팀 워크, 그리고 일명 '메타'라고 불리는 게임의 전술이 그 어느 게임 보다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는 LOL에서 팀원의 기량 하락은 곧 팀의 기량 저하로 나타났고, 그 결과는 선수들의 잇다른 은퇴선언으로 이어졌다.
먼저 CJ 엔투스 프로스트의 정글러 '클라우드탬플러' 이현우 선수가 지난 2013년 LOL 섬머시즌을 끝으로 은퇴를 선언해 현재 LOL 프로리그 해설자로 전향했으며, '우주 최고의 미드라이너'라고 자칭하며 수 많은 팬을 거느린 '빠른별' 정민성 선수는 지난 10일 갑작스러운 은퇴를 밝혀 많은 게이머들을 놀라게 했다.
이 두 선수의 은퇴로 인해 이미 국내 LOL 리그를 떠난 로코도코 최윤섭 선수, '웅' 장건웅 선수 등과 함께 1세대 LOL 리그의 판도를 호령하던 구 MIG 프로스트의 멤버는 현재 '매드라이프' 홍민기 선수 만이 남게 된 상황이다.
다른 팀의 사정도 비슷하다. '정글러의 귀감', '공격형 정글러의 교본'이라고 까지 불렸던 라일락 전호진 선수는 프로데뷔 이후 팀의 사정에 의해 다른 라인으로 보직으로 변경하며 변신을 꾀했지만 큰 성공을 거두지 못했고, 이후 다시 정글러로 돌아왔지만 큰 인상을 주지 못했다.
더불어 탑라이너의 최강자로 꼽히던 CJ 프로스트의 샤이 박상면, CJ 블레이즈의 '플레임' 이호종 선수, 2013년 LOL 올스타 미드라이너에 꼽힌 CJ 블레이즈의 '엠비션' 강찬용 선수 등 기존 강자고 꼽힌 선수들 역시 KT 블리츠, SKT1 K, 삼성 오존 등의 신흥 강호 팀에 밀려 좋은 성적을 내고 있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 같은 기존 강자들의 부진은 새로운 스타 플레이어의 탄생에 일조했다. 과거 CJ 프로스트와 블레이즈를 합친 듯한 위력을 선보이고 있는 SKT1 K의 핵심 미드라이너 '페이커' 이상혁 선수와 '임펙트' 정언영 선수, 삼성 갤럭시 오존의 극강 듀오 '임프' 구승빈 선수와 '마타' 조세형 선수, 정글러에서 탑라이너로 변신한 '인섹' 최인석 선수 등이 새로운 스타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이와 함께 이번 시즌을 통해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 나진실드와 제닉스스톰, 진에어 그린윙스 등 새로운 팀들의 약진이 계속 이어지는 등 지금 LOL 프로리그는 그야말로 '자고 나면 변하는' 유래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빠른 판도 변화를 보여주고 있는 상황이다.
업계의 한 전문가는 “스포츠의 세계에서 신구세대의 교체는 흔히 일어나는 일이지만 e스포츠에서 만큼 이렇게 빠르게 이루어 지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라며, “과거 LOL 리그를 호령했던 팀들이 2014년에 들어 앞으로 나아갈지 아니면 완전히 자신들의 자리를 내줄지 그 결과가 주목되고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