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키지 게임의 흥행, 한글화가 쥐고 있다
최근 게이머들에게 인기를 얻고 있는 해외 게임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색다른 콘텐츠, 뛰어난 게임성, 뛰어난 그래픽, 명작의 속편 등 그 이유만도 수십 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중요하게 작용한 요소는 바로 높은 수준의 한글화를 통해 접근했다는 점이다.
과거 패키지 게임 시장에서는 한글화를 한다는 소식 자체가 큰 화제였을 정도로 비중이 낮았다. 때문에 영어 혹은 일본어로 등장한 게임의 경우 대사집 및 공략집을 따로 구매하는 일이 흔히 있을 정도였다.
더욱이 온라인게임의 대두와 불법복제 등을 이유로 패키지 게임시장이 하향세를 겪으면서 추가 비용을 들여 한글화를 해야 할 이유가 희미해 졌으며, 인기 게임의 경우 굳이 한글화를 하지 않아도 판매량에 큰 변화가 없는 상황이 이어져 한글화 된 게임이 점점 더 찾아보기 힘들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근래에는 질 높은 한글화를 통해 높은 판매고를 올리는 게임이 속속 등장하고 있으며, 최근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 아마추어 한글패치를 통해 게임의 인지도가 높아지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어 한글화의 중요성이 다시 부각되고 있다.
모바일게임으로 새롭게 출시된 파이널판타지 시리즈의 경우 새롭게 리모델링 된 캐릭터, 스마트폰의 터치 기능을 이용한 게임 플레이 등 뛰어난 퀄리티로 완벽히 재구성되어 해외에서 큰 화제가 됐다. 하지만 이런 흐름이 국내에서는 이어지지 않았다. 결제가 상대적으로 까다로운 앱스토어에 출시됐다는 점과 영문판으로 등장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 1월 16일 액토즈소프트의 퍼블리싱을 통해 발매된 '파이널판타지3'에 대한 게이머들의 반응은 달랐다. 원작의 방대한 아이템들과 깊은 감동을 느낄 수 있는 스토리까지 모두 완벽하게 한글화 되어 등장한 이 게임에 게이머들은 열광했고, 만 원을 호가하는 모바일게임 치고는 높은 가격에도 불구하고 시리즈가 발매될 때마다 유료 게임 매출 순위 상위권을 달성하는 등의 높은 인기를 누린 것이다.
물론 국내에서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게이머 상당수가 사용하는 안드로이드로 버전으로 출시된 점과 T스토어, 올레마켓 등의 다양한 플랫폼으로 등장한 점도 무시할 수 없겠지만 과거 명작 게임을 한글로 즐길 수 있다는 점이 게이머들의 마음을 사로 잡는데 큰 역할을 했다는 것이 업계 전문가들의 평가다.
특히, 과거의 명작 게임들이 모바일 혹은 차세대 기종으로 리마스터되어 등장하는 이때, 이번 파이널판타지 시리즈의 성공은 이들 게임들 역시 국내 게임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알린 대표적인 사례라는 점에서 많은 주목을 받고 있는 상태다.
얼마 전 10만 장이라는 판매량을 달성하며 국내 콘솔시장에서 달성하기 힘든 기록을 세운 GTA5 역시 한글화의 중요성을 부각시키는 사례다. 역대 최고의 개발비용과 방대한 콘텐츠로 무장한 GTA5는 뛰어난 게임성 이외에도 시리즈 최초의 정식 출시와 테이크2 인터렉티브의 혼신이 담긴 한글화를 통해 더욱 높은 인기를 얻었다.
혹자는 "GTA5는 한글화를 하지 않아도 성공이 보장된 게임이었다"라고도 하지만 사실 GTA 시리즈의 경우 이미 많은 게이머들의 아마추어 한글화를 통해 이미 수 많은 게이머들이 게임을 즐긴 바 있는 소위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게임이었다. 만약 PC 버전이 아닌 콘솔버전으로 등장한 GTA5가 영문판 버전 그대로 출시되었다면 사회적인 관심을 받을 정로의 큰 성공으로 이어질 수 있었는지는 의문이다.
아마추어 한글화를 통해 게임이 엄청난 인기를 누린 경우도 있다. 레디컬 엔터테인먼트에서 개발한 액션게임 프로토타입의 경우 2009년 첫 발매
당시에는 일반 액션 게임 중 하나로 인식되는 정도였으나 한글패치가 등장한 이후 인기가 상승하는 모습을 보였다.
실제로 한글패치 이후 소규모 이지만 게임의 판매량이 상승하는 효과를 보기도 했으며, 게임의 인지도 또한 높아져 속편인 프로토타입2의 국내
정식 출시 되지 않았음에도 불구, 한글패치가 등장하기도 했다. 프로토타입이 가진 게임성과 한글화가 어우러지며 더욱 큰 시너지 효과를 낸
셈이다.
게이머들의 인식 변화 이 같은 모습에 한 축을 담당했다. 과거 '되면 좋고 아니면 말고' 정도가 한글화에 대한 게이머들의 인식이었다면 이제는 한글화를 진행하는 게임 혹은 유통사에 대한 호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많은 한글판 타이틀을 유통한 H2인터렉티브의 경우 게이머들에게 높은 지지를 얻고 있는 상태며, 적극적인 한글화 정책을 유지중인 소니컴퓨터엔터테인먼트(이하 SCEK)에 대한 지지 역시 상당한 수준이다. 최근 한글화 삭제 논란 불거진 인플레이 인터렉티브의 '인저스티스: 갓어몽어스'에 대한 게이머들의 관심 역시 이 같은 모습을 반영하고 있다.
과거 한글화는 게임을 출시하는 유통사들의 선택 사항 중 하나였지만 연이은 한글화 게임의 성공과 게이머들의 인식 변화, 그리고 아마추어 한글화가 활발해 지면서 이제 한글화는 게임의 흥행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로 부상했다.
차세대 게임기의 경쟁과 대작들의 속편으로 다양한 게임들이 게이머들을 찾을 예정인 2014년에는 어떤 게임이 한글화를 통해 깜짝 성적을 낼 수 있을지 앞으로의 모습이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