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승헌 캐스터, “피파온라인3 챔피언십 안에서 할 것이 너무나 많다”
매주 목요일과 토요일. 넥슨 아레나에서는 게이머들에게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피파온라인3 챔피언십의 중계를 담당하고 있는 성승헌 캐스터의 목소리다.
게임과 실제 축구, 양쪽 측면에서 진행되는 해설의 중심을 잡고 방송에 여유를 더하고 있는 그는 이제 피파온라인3 챔피언십에서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됐다. 피파온라인3 챔피언십 이외에도 도타2의 정규 리그인 KDL에서도 그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으니, 이 정도면 그를 ‘넥슨 아레나의 목소리’라고 해도 되지 않을까 싶다.
인터뷰 내내 e스포츠와 피파온라인3 챔피언십에 대한 열정을 드러낸 성승헌 캐스터는 다른 것에 눈 돌릴 틈도 없다고 말했다. 그 정도로 지금 자신의 역할에 최선을 다 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했다.
성승헌 캐스터가 직접 전하는 e스포츠 이야기와 피파온라인3 챔피언십 이야기, 그리고 앞으로의 포부에 대해 들어보자.
아래는 넥슨 아레나에서 진행된 성승헌 캐스터와의 인터뷰 전문이다.
질: 2002년 ITV를 통해 게임 캐스터를 시작한 지도 12년이 지났다. 이렇게 오랜 기간에 걸쳐 게임 전문 캐스터로 자리하게 될 줄 예상
했었나?
답: 처음 이 일을 시작하고 2년째가 됐을 무렵 2년차 징크스가 찾아왔다. 솔직히 그 당시에는 그만둘 생각까지 했었다. 그 시기에 어설픈
생각을 하다 전용준 캐스터에게 혼이 나기도 했다(웃음) 하지만 그 이후로는 그만두겠다는 생각을 한 적이 없다.
질: 어설픈 생각이라면?
답: 내가 이 일을 잘 하고 있는지, 앞으로도 쭉 할 수 있을지를 고민했다. 방향성에 대한 고민이 있던 시기였다. 이 시기는 방송 초기에
여러 일을 하면서 나에게 맞는 과정을 찾아가는 시기이기도 했다.
사실 처음에 이 일을 시작한 것도 ‘방송 일’이기 때문에 시작한 측면도 있었다. 물론 ‘게임 캐스터’라는 일에 매력을 느꼈던 것도 있지만... 이후 온게임넷을 거치며 진정한 게임 캐스터로 자리하게 됐다고 생각했다.
질: 생각을 바꾸게 된 전환점이 무엇인가?
답: 다른 스포츠 캐스터와는 다르게 e스포츠 캐스터처럼 자신을 방송 안에서 편하게 표현하는 방법이 많은 일이 없다. 방송에 있어 제약이나
제한이 적기 때문에 캐스터 자신의 색을 많이 드러낼 수 있다는 것을 느낀 이후 이 일에 대한 매력을 느꼈다.
예전에 지방 정보 프로그램을 할 때의 일화가 있다. 그 당시 일이 1년 단위로 똑같은 뉴스가 반복이 되고 내가 방송에서 선보일 수 있는 애드립도 한정적이라는 것을 느꼈다. 이러한 측면이 e스포츠의 매력과 비교가 되면서 장점을 알게 됐다.
스타크래프트 중계로 처음 게임 캐스터를 시작했다. 앞서 선배가 닦아둔 터전에서 방송을 할 수 있었다. 이렇게 선배들이 만들어 준 길을 달리며 그 길에 양념을 더해가는 재미를 찾았다고 할 수 있다.
질: 언변이 화려하다는 평이 많다.
답: 처음에는 이러한 방식에 이질감을 느끼는 이들도 많았다. 게임 방송 뿐만 아니라 다른 스포츠 중계를 통틀어서도 이러한 중계를 이단에
가깝게 받아들이는 이들도 있었다. 당시 게임 중계는 정통 스포츠 중계보다도 더 진지하고 마치 올림픽 중계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을 주는 것이
일반적이었기 때문에, 이러한 새로운 시도가 받아들이기 어색한 면도 분명 있었을 것이다.
질: 그럼에도 이러한 중계 방식을 포기 안 한 이유가 궁금하다.
답: 방송을 하다 보면 반드시 그 사람의 개인적인 측면이 드러나게 된다. 때문에 중계자 스스로가 가장 자연스러운 것을 해야 듣는 사람도
편하고 중계를 하는 사람도 편하다. 방송을 통해서 ‘나라는 사람을 보여주자’는 생각을 하고 중계에 임하다 보니 지금의 중계 스타일이 만들어진
것 같다.
질: 방송에도 유행이 있지 않은가? e스포츠 중계 방식도 과거에 비해 많이 바뀌었을 것 같다.
답: 과거에 비해 조금 더 편한 감성을 전달하기 위해 노력하는 풍토가 조성된 것 같다. e스포츠 초창기에는 2D 위주로 구성된 중계 화면에
단편적인 연출이 많아 중계에서 이를 보완하기 위해 드라마틱한 연출을 육성으로 할 필요가 있었다. 경기를 지켜보는 사람들이 몰입하게 만들기
위해서였다.
물론 이러한 노력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e스포츠를 대하는 사람들의 태도가 그 당시와는 조금 달라졌다. 이제는 사람들이 e스포츠 자체에 몰입한다는 건 암묵적으로 인정이 되고 있다. 여기에 조금 더 다른 재미를 찾고 조금 더 몰입할 수 있는 새로운 양념이 필요하다고 느꼈고, 그를 위해 노력한 결과 지금의 풍토가 완성됐다고 생각한다.
질: 피파온라인3 챔피언십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자. 처음 이 대회의 캐스터 제의를 받았을 때의 느낌은 어땠는가?
답: 사실 리그가 시작되기 전부터 논의가 있었다. 피파온라인3 리그가 시작이 되면 같이 한 번 해보자는 수준의 두루뭉술한 이야기였지만
말이다.
정작 캐스터로 확정이 된 이후부터 생각이 많아졌다. 개인적으로 축구를 좋아하고 축구 게임을 좋아하긴 하지만 이를 방송으로 표현하는 건 다른 문제다. 또한 실제 축구 중계와도 다를 것이기 때문에 이러한 차이점을 게이머들에게 어떻게 전달해야 할 것인가를 고민했다. ‘이 방법이 맞는 것인가?’에 대한 확신도 없었다.
중계진 운이 좋은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한승엽 해설과 장지현 해설위원 덕분에 중계가 굉장히 빠르게 안정화 되고 있다. 시작 당시에 가졌던 걱정은 많이 없어진 상황이고, 여유가 생긴 만큼 좀 더 앞을 볼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다. e스포츠 중계는 큰 그림과도 같다. 학창시절에 각자 잘 하는 과목이 달랐던 것처럼 방송에서도 자신의 장기가 발휘될 수 있는 분야가 다르다. 지금은 중계진 각각이 ‘나의 어떤 점을 부각시킬 것인가’에 대한 그림이 그려지고 있다.
중계진 모두가 여유가 생기면 좀 더 많은 시도를 할 수 있을 것 같다. 지금은 터를 닦는 과정이다. 마치 건물을 세우는 것처럼 말이다.
질: 피파온라인3 챔피언십 중계에서 가장 중점을 두고 있는 부분은 무엇인가? 또한 현 중계진에서 캐스터 본인의 역할은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답: 방송을 준비하는 단계에서부터 각자의 역할을 나눴다. 한승엽 해설은 게임 내의 데이터를 실질적으로 표현하는 역할이다. 예를 들면 게임
내에서 활용되는 선수 팩의 년도별 능력치의 미세한 차이를 설명하고, 선수 팩이 갖고 있는 의미, 게임에 투입되는 이유에 대한 해설을 하는
식이다.
장지현 해설은 일반적인 축구팬들이 이 장면을 어떻게 볼 것인가, 게임 진행에 잇어 전술적이고 전략적인 선택이 왜 이뤄지고 이러한 판단이 실제 축구와는 어떻게 다르고 유사점은 무엇인가를 설명하고 있다.
나는 그 중간의 중재자 역할이다. 한승엽 해설과 장지현 해설의 시선은 그 자체로는 의미가 있지만 지향점이 너무나 다르다. 이를 그냥 놔두면 결국 방송에서 따로 놀 수 밖에 없게 된다. 이들 사이에서 나는 윤활유 역할을 하고 적절한 긴장감을 서로 즐길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고자 한다.
질: 중계진 면면이 상당히 화려하다. 또한 중계진 조합이 기존의 e소포츠와는 사뭇 다르다는 평가도 있다. 이러한 차이가 중계에 영향을 주고
있는가?
답: 이러한 중계진 구성이 시청자의 폭을 넓혔다고 생각한다. 기존의 스포츠 기반 게임을 방송하게 되면 실제 선수를 초빙을 해도 이들이 게임에
대해 몰랐고, 게임 전문가를 초빙해도 실제 종목에 대한 언급을 하는 게 쉽지 않았다.
지금의 중계진은 그 양쪽을 다 끌어안으려고 노력을 하고 있고 중계 방향도 실제로 그렇게 잡고 있다. 그 덕분인지 게임의 팬들은 물론 축구팬들도 피파온라인3 챔피언십이 보는 재미가 있다고 응원을 보낸다. 양측 모두에게 좋은 평가를 받는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경험을 통해 알고 있다. 이런 결과를 낼 수 있던 것은 우리의 조화가 멋졌고 좋았기 때문이 아닐까?. 이런 점이 우리 중계진의 가장 큰 장점이라 생갓각한다
질: 현재 UFC 캐스터로도 활약하고 있다. 실제 스포츠와 e스포츠 중계의 차이가 있다면?
답: 사람이 하는 건 매번 매 순간이 다르다. UFC와 비교를 하자면 이렇다. 왼손을 100번 뻗으면 그게 다 다른 주먹이다. 다 같아
보이지만 미세하게 다 다르다. 이런 것을 정확히 파악해서 알기 쉽게 표현하는 것을 UFC 중계에서는 많이 시도하고 있다. 체급이 나뉘는
UFC의 특성 상, 비슷하게 보일 수 있는 대립이 매주 반복이 된다. 그 세밀한 차이를 잡아서 팬들에게 전달하는 것이다.
피파온라인3의 경우는 UFC와는 다르다. 게임에서는 개발자가 제공하는 허용치 안에서 변수가 발생한다. 색다른 장면을 만들어내는 것은 게이머의 역할이다. 실제로 리그 내에서도 남들과 같은 선수들을 사용하면서도 자신만의 색을 보여주려 노력하는 선수들이 많다. 이런 선수들의 노력을 ‘왜 다른가’. ‘어떻게 다른가’를 설명하면서 관객들에게 전달하려 한다.
또 하나의 차이가 있다면 게임에서는 ‘누구의 실수’인지가 명확하게 드러난다는 점이다. 선수가 다른 선수에게 패스를 하는 장면을 예로 들어보자. 실제 축구에서는 패스를 건내는 사람과 받는 사람 중 누구의 실수인지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는 경우도 있고, 두 선수 모두가 실수를 할 수 있는 가능성도 존재한다.
하지만 게임에서는 누구 실수를 했는지가 정확히 나타난다. 이런 상황에서 아닌 건 아니라고 말하는 것이 나의 중계 방식이다. 모든 것을 감싸줄 필요는 없다고 본다. 선수들의 노력은 찬사받아 마땅한 부분이고, 그런 노력 끝에 만들어진 플레이는 대단한 것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잘못한 것 역시 잘못했다고 말할 필요가 있다.
질: 과거에 인터뷰를 통해 '자신의 몫이 커지는 중계가 하고 싶다'고 말한 적이 있다. 지금 그런 중계를 하고 있다고 생각하나?
답: 하고 있다. ‘자신의 몫이 커지는 중계’라는 것은 방송 중에 내가 말을 많이 한다는 것이 아니다. 리그의 준비하는 과정에서부터 참여를
하고 그 과정에서 내 의견이 더 들어갔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이렇게 함께 준비를 해야 제작진의 뜻을 알고 같이 만들어가는 느낌이 든다.
그래야 방송을 하는 내 목소리에도 힘이 실린다.
질: 과거에 비해 방송이 끝난 이후의 만족도에 큰 차이가 있을 것 같다.
답: 방송이 끝나고 집에 돌아갈 때 맥주를 사서 돌아가고는 한다. 게임 캐스터를 처음 시작했을 때에는 중계를 마치고 집에 돌아가는 길에
가게에서 내가 좋아하는 맥주보다는 좀 더 싼 것을 고르고는 했다. 내가 한 방송에 만족을 못 했기 때문이다. ‘이것도 과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기가 조금 지나자 어느 순간부터 내가 좋아하는 맥주를 고르기 시작했다. 방송이 만족스러웠다. 솔직히 이 시기에 조금은 건방졌던 것 같다.(웃음)
여기서 시간이 더 지나자 이번에는 내가 도대체 무엇에 만족하고 있는가에 대한 의구심이 들기 시작했다. 사람이 모든 것에 만족한다는 것은 비정상인데, 그 당시의 나는 매번 만족하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지금은 나 스스로에 대해 만족할 수 있는 기준이 그때와는 확연히 달라졌고 지금은 더 좋은 방송, 리그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어떤 분야가 됐건, 한 분야에서 오랜 경력을 쌓은 분들은 하면 할 수록 자신이 부족하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고 말을 한다. 나 역시 마찬가지다. 내가 만족했던 것이 겨우 이 정도였던가라고 생각을 하게 되니 더 반성을 하고 노력을 하게 된다. 시간이 지날 수록 이런 것을 조금씩 알게 된 것 같다.
질: 조금은 뜬금 없는 이야기일 수 있다. 피파온라인3 챔피언십 중계를 통해 실제 축구 캐스터의 꿈도 키워볼 수 있을 것 같다. 그런 생각은
안 해봤나?
답: 나중에 어떻게 될지는 모르니 앞으로도 안하겠다는 말은 못 하겠지만(웃음) 그런 기회가 와도 하겠다고 못 할 것 같다. 물론 지금보다
나이가 어렸다면 그 쪽으로 눈을 돌렸을지도 모르겠지만 지금도 피파온라인3 챔피언십 안에서 할 것이 너무 많다. 다른 쪽으로 눈을 돌릴 겨를이
없다. 그럴 여유가 있으면 지금 이 일을 더 잘 하고 싶다.
예전에 야구 중계를 해보는 것은 어떻겠냐는 제의가 온 적이 있지만 거절했다. 야구를 좋아하고 잘 알기는 하지만 중계를 할 정도로 알지는 못 했기 때문이다. 낯선 게임도 중계를 할 수 있는 것은 게임 중계의 흐름을 알게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스포츠의 게임과는 전혀 다르다.
질: UFC 중계도 하고 있지 않은가?
답: UFC 중계의 경우는 7~8년을 함께 하다보니 내 흐름을 녹일 수 있을 정도로 경험치가 쌓였을 뿐이다. (웃음) 나에게 맞는 부분이
있고 내가 잘 아는 부분이 있는데, 스포츠 중계는 내가 들어갈 부분이 아니라 생각했다. 지금 하고 있는 것을 더 잘 하고 싶다.
질: 피파온라인3의 팬들과 e스포츠 팬들에게 한 마디 부탁한다.
딥: 피파온라인3 챔피언십은 이제 막 걸음마를 시작한 초창기의 리그다. 다가오는 월드컵을 맞아 많은 이들이 집중하고 있는 시기이기도 하다.
우리 중계를 향한 좋은 이야기가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여기에 질책, 원하는 점을 주면 이런 모든 것이 양분이 되고 우리가 리그 방향성을
잡는데 큰 도움이 된다. 지금은 질책이 더 필요한 시기다. 우리를 향한 질책이 리그에는 플러스 요소가 될 수 있는 중계로 보답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