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년, 정부기관에서 진행한 공모전들은 왜 성과가 없었을까
지난 2년간 국내에서는 다양한 기관에서 수없이 많은 앱 개발 공모전이 유치됐다.
스마트폰의 범람과 함께 전국 지자체들을 비롯해 서울시, 콘텐츠진흥원, SBA, 창업진흥원, 이통사 등 여러 기관에서 앱 개발 관련 공모전을 유치했고, 또 많은 예산이 투입되어 앱이 만들어졌다. 하지만 이같은 앱 공모전이 어느 것 하나 제대로 성과가 나오지 않고 있어 관련 실무자들의 고심과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왜 이렇게 정부 기관의 공모전들은 성과가 나지 않을까.
< <정해진 규격에 맞춘 일정, 콘텐츠 개발에 독으로 작용>>
일단 정부의 예산으로 이루어지는 공모전의 가장 큰 문제점은 '절대적인 시간제한'을 바탕으로 사업이 이루어진다는 점이다.
매년 정부 예산을 처리하기 위해 공모전들은 그 해를 넘기지 않아야 하며 자금 소비기간도 고정되어 있다. 공모전이 철저하게 예산 중심으로 돌아가기 때문에, 정해진 시점이 넘어가면 콘텐츠의 완성도가 극히 떨어짐에도 불구하고 평가를 받고 출시를 해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때문에 개발사 입장에서는 개발하는 과정에서 치명적인 문제가 있어 수정되어야 할 부분이 발견되더라도, 기한에 맞추기 위해 수정하지 않고 넘어가야 한다. 원래 기획서대로 개발만 되고 동작만 되는 것이 중요하지 기한을 늦춰 시장성을 확보하는 것은 정부 공모전에서 할 수 있는 선택지가 아니다. 당연히 해당 콘텐츠가 시장에서 성공할 가능성은 현저히 떨어진다.
또 하나의 문제는 틀에 짜여진 빡빡한 문서 정리다. 개발에만 집중해도 모자를 판에, 빡빡한 회계 관리에 자금을 조금만 다르게 사용해도 돈을 환수당할 수 있다. 원래 계획과 다르게 급히 인원을 투입시키려고 해도 전혀 유동성이 없는 셈이다. 이처럼 빡빡한 대응 때문에 의욕이 넘치던 개발사들도 점점 적당히 예산을 타먹고 넘어가자는 쪽으로 선회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 <아이디어 차원의 공모전에 개발은 나몰라라>>
또 하나 성과를 낼 가능성이 극히 떨어지는 이유는 앱 개발 공모전들이 등록된 '아이디어'만을 중심으로 본선작을 선정하기 때문이다. 실제 개발력이 없이 아이디어만 가지고 응모한 사람들은 대부분 자력으로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것에 한계를 느낀다.
응모자들은 별도로 개발이 가능한 사람들을 편성 할 수 있다며 응모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검증되지 않은 개발자 풀 안에서 제대로 된 결과물은 지난 2년간의 실패가 말해주듯 나오지 않았다. 공모전 작품 선정 시 개발력이 충분히 확보되어 있는지 확인하는 과정이 없는 한 앞으로도 결과물을 기대할 수 없는 셈이다. 또 개발 도중의 관리 체제가 부실한 것도 공모전 실패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공모전에 참가한 인원들 대부분이 다른 직업을 가지고 있는데, 공모전에 선정될 확률이 높지 않은 상태라 판단되면 언제든 바로 프로젝트를 포기하게 되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중견 기업들의 '예산 타내기' 식 행태도 성과가 나오지 않는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영세업체들 보다 PT 문서와 동영상 제작 능력에서 앞서는 중견 기업들이 공모전 전용 문서와 동영상을 바탕으로 선정되어 예산을 타낸 후, 기한 내 출시만을 목표로 하는 식의 경우다. 이 경우 중소기업은 지원을 못 받아서 타격을 받고, 운영쪽은 성과가 안나와서 타격을 받는 등 2중으로 피해를 받게 된다.
< <단순 출시가 끝, 사후관리의 부재가 성과의 방해 요소>>
이전까지의 공모전들이 단순히 출시를 목표로 진행된 점도 성과를 내지 못하는 주요 원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실제로 지난 2년 동안 정부의 공모전을 통해 출시된 앱 콘텐츠들은 출시 3개월 이후에 대부분 제대로 업데이트가 되지 않거나 관리되고 있지 않고 버려져 있는 상황이다.
이같은 현상은 개발자들이 해당 앱에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얻지 못했다거나, 혹은 콘텐츠가 훌륭했더라도 운영 능력의 미숙으로 프로젝트가 실패한 것이라고 풀이할 수 있다.
본지 조사 결과 지난 2년간 앱의 출시가 아니라 출시 후의 운영 능력까지 보완해주는 형태의 공모전은 거의 존재하지 않았다. 글로벌허브센터의 글로벌 퍼블리싱 사업이 유일하다 보여지지만, 이 또한 8대2라는 퍼블리셔에게 절대적으로 불리한 조건을 통해 퍼블리셔들의 운영 동기를 떨어뜨리는 요소가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
< <성과를 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렇다면 어떻게 공모전들이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을까. 전문가들은 아이디어를 모집한 후 실제 개발 '교육'과 '멘토'를 붙이는 식의 철저한 관리 체제, 그리고 2박3일 정도 실제 프로 개발자와 함께 개발하는 '앱 잼' 등과 같은 행사가 갖춰져야 성과 있는 공모전이 나올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또 사후 운영에 대한 전문 집단을 섭외해 관리해야 성공신화가 나올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즉, 공모전이 단순히 앱 경연대회 같은 방식이 아니라, 우수한 교육기관과 멘토링 등을 혼합한 형태의 컨설팅과 인큐베이팅 시스템이 확립된 공모전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외에도 전문가들은 '50% 이상 제작된 콘텐츠를 응모하도록 할 것', '공모전 심사의 세분화 및 전문화', '인큐베이팅을 통한 꾸준한 관리', '콘텐츠를 전문 개발기업과 합치고 쉐어 분배하기' 등을 해답으로 내놓고 있다.
한편, 올해에도 국내에서는 다양한 공모전이 계속될 예정이다. 상반기 내에도 미래창조과학부 산하의 정보통신산업진흥원, SBA, SK플래닛, 글로벌허브센터 등의 기관에서 다양한 공모전이 나올 예정이며 1년 내내 창업진흥원을 포함해 각 지자체에서도 다양한 공모전이 준비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