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준 기자의 놈놈놈] 모노폴리 엠파이어 편
모노폴리(Monopoly). 이 단어를 들으면 ‘시장 독점’이라는 말 보다 보드게임이 먼저 떠오른다면 그 사람은 ‘다 같이 모여서 주사위 좀 굴려본’ 사람이라 자청해도 좋지 않을까?
한국에서는 젠가, 부루마블 같은 게임들이 보드게임계의 왕처럼 군림하고 있지만, 모노폴리는 이들 게임보다 더 높은 인지도를 지니고 있는 보드게임. 1933년에 모노폴리의 원형이라 할 수 있는 보드게임이 개발됐다고 하니 ‘참 오래도 됐다’는 말이 절로 나올 법 하다.
영화가 성공을 거두면 후속작이 나오고, 게임이 성공을 거두면 시리즈가 나오기 마련. 이러한 논리는 보드게임계에도 그대로 적용이 됐다. 모노폴리 엠파이어는 ‘보드게임의 대명사’ 모노폴리의 후속작이다.
조영준 기자(이하 편드는 놈): 한준 선배는 이 게임에 좋은 기억이 있죠.
조광민 기자(이하 말리는 놈): 우리한테는 아픈 기억이지만요 -_- 세상에. 집들이에서 보드게임으로 설거지 당번을 정하다니… 손님에게 설거지 시키는 집들이가 어디있어요!
김한준 기자(이하 까는 놈): 다 지난 일이다. 언제까지 과거에 얽매여 있을 셈이냐. 중생들아.
말리는 놈: 1달하고도 보름 밖에 안 지났는데 어떻게 잊어버려요 -_-
편드는 놈: 설거지는 귀찮았지만 그래도 역시 사람들 많이 모였을 때 보드게임은 탁월한 효과를 발휘하는 것 같더라구요.
까는 놈: 그래서 그렇게 명절에 모이면 화투를 두드리는 건가? 한국사람들 참 보드게임 좋아하네.
편드는 놈: 뭐… 고스톱도 보드게임으로 분류하려면 할 수는 있겠네요. 이미지는 영 딴판이지만;;
말리는 놈: 보드게임은 사람들과 모여서 할 수 있도록 장소를 제공하는 카페도 있지만, 화투는 그런 게 없잖아요?
까는 놈: 왜 없냐. ‘하우스’ 있잖아. ‘하우스’. 불법이라 그렇지 -_-;
편드는 놈: 얘기가 잠깐 다른 쪽으로 샜네요. 모노폴리 엠파이어 이야기 하자구요. 모노폴리는 주사위를 굴려 도달한 칸을 구매하고, 이후 내가 구매한 칸에 도착하는 사람들에게 통행료를 받아서 상대를 ‘파산’ 시키는 것이 목적인 게임이죠. 이는 부루마블과도 상통하는 재미요소구요.
모노폴리 엠파이어는 모노폴리의 느낌을 살리면서도 완전히 새로운 느낌을 전달한다는 점이 재미있는 게임이에요. 차이가 있다면 상대를 파산시키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내가 일정조건에 먼저 도달하면 게임이 끝난다는 결정적인 차이가 있네요
.
까는 놈: 남들이야 경쟁으로 박터지건 말건간에 나만 대박 터트리면 되는 게임이란 소린가.
말리는 놈: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니긴 한데. 그래도 굳이 표현을 그렇게 해야 쓰겠습니까;
모노폴리 엠파이어에는 다양한 기업이 존재하고, 이들 기업은 가격에 따라 각기 크기가 다른 조각으로 구성되어 있어요. 이 조각을 자신의 탑 안에 차곡차곡 모아서 조각이 더는 쌓일 곳이 없게 되면 그 사람이 이기는 거죠.
편드는 놈: 이러한 구조를 택한 덕분에 게임 진행이 굉장히 빨라요. 모노폴리는 최후의 한 사람이 남을 때까지 게임이 진행돼야 하지만, 이건 우승자 한 명이 나오는 순간 게임이 끝나거든요.
까는 놈: 난 이미 파산해서 할 것 없는데 돈 많은 놈들이 돈자랑 하는 꼴을 안 봐도 되는 건 너무 좋더라.
말리는 놈: 선배는 왜 돈 얘기만 나오면 이렇게 삐딱해져요;;
편드는 놈: 뭐 그건 그렇다고 치고...; 게임 진행이 무척이나 스피디한 건 장점인 것 같아요.
까는 놈: 게임의 구조가 단순하게 변하면서, 게임 진행 속도가 무척이나 빨라진 것은 나도 마음에 들더라고. 한 번에 여러 판 하기에도 큰
부담이 없고.
편드는 놈: 특수카드 및 찬스카드가 게임에 미치는 영향도 크구요. 자금 보유량에 따라 게임 진행이 일방적으로 흘러가지 않아 언제든 일발역전을 노릴 수도 있습니다.
까는 놈: 그런데 그 찬스카드가 게임에 미치는 영향이 지나칠 정도로 크지 않아? 찬스카드 중에 유난히 효과가 좋은 카드가 있는데, 이걸 가지고 있는 사람은 어지간히 운이 없지 않으면 게임에서 질래야 질 수가 없더만.
말리는 놈: 뭐. 그게 보드게임의 묘미라면 묘미니까요. 운이라는 요소가 적용됐기 때문에 모노폴리 류의 보드게임이 재미가 있는 거 아니겠어요? 어린아이가 어른을 이길 수도 있고, 반대로 어른이라도 어린아이에게 질 수 있는 상황이 벌어지니까요. 의외성이라는 것이 가져오는 재미는 무시할 수 없어요.
까는 놈: 자신이 그린 그림대로 판을 흘러가게 하는 전략의 재미와 운으로 인해 이런 전략이 틀어지게 되는 것이 보드게임의 재미인 것은 확실해. 하지만 전략성이 너무 떨어지는 건 아니야?
편드는 놈: 그거야 주사위를 굴려서 게임을 진행해야 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죠. 대신에 특정 상대를 정해두고 그 상대가 잘 나가는 것을 조직적으로 방해하는 또 다른 형태의 전략을 펼칠 수 있지 않습니까.
말리는 놈: 현실에선 그것을 담합이라고 하지요 -_-;
까는 놈: 오. 모노폴리 엠파이어의 최고 재미 요소는 바로 담합인 것 같아. 잘 나가는 놈 하나 있으면 바로 게임이 끝나니까. 한 명을 나머지 사람들이 훼방을 놓을 수 있거든. 이전 턴에서는 라이벌이었던 사람들이 다음 턴에서는 아군이 되기도 하고. 이런 합종연횡의 재미는 최고지.
다만, 그를 위해서는 사람들이 최소 네 명은 돼야 재미있게 즐길 수 있어. 이 게임은 2~4인용 게임이라고 명시가 되어있긴 하지만… 서너명이 게임을 하게 되면 잘나가는 상대를 견제하기 쉽지가 않아. 두 명이 게임을 하면 담합이 아예 불가능하고, 세 명이 게임을 해도 한 번 흐름을 탄 1위 그룹을 막아세울 수 있는 정도의 견제가 힘들거든.
말리는 놈: 보드게임의 고질적인 단점이라면 같이 할 사람을 한 자리에 모아야 한다는 건데… 이런 단점이 너무 극명하게 적용되는 게임이긴 해요.
편드는 놈: 모바일게임으로 출시되면 좋을 것 같기도 한데요? 모두의 마블의 선례도 있으니 나쁘지 않을 것 같구요.
까는 놈: 모노폴리 엠파이어가 부루마블 정도의 인지도를 갖고 있는지는 의문이겠지만… 모바일로 즐기게 되면 확실히 더 편하게 즐길 수는 있겠지.
말리는 놈: 어쩌면 이미 만들어지고 있을지도 몰라요. 별별 모바일게임이 다 튀어나오고 있으니까요.
까는 놈: 보드게임은 규칙을 만드는 것이 어려우니까… 사실 모바일게임으로 컨버전 하기에 보드게임처럼 쉬운 게 어디있겠냐. 기획은 안 하고, 기술만 적용시키면 되니까.
어쩌면 요즘 한국 모바일게임 시장에 가장 적합한 소재가 보드게임일지도 모르겠다. 게임 만들기 참~ 쉽네.
< 모노폴리 엠파이어는?>
본 기자가 조영준, 조광민 기자들에게 처음으로 승리를 맛보게 해 준 보드게임. 상대를 파산하게 만들어서 영원할 고통을 주는 것 대신에, 1위 그룹 혼자 잘 먹고 잘 살면 끝나는 평화로움을 모토로 삼은 게임. 패자의 어둠보다는 승자의 영광에만 집중을 한 덕분에 패배를 해도 속상함이 덜하다. (물론 내기를 걸고 했다면 이야기는 달라지겠지만)
모노폴리(혹은 부루마블)류의 보드게임에 비해 셋팅도 쉽고 국면반전이 자주 일어나기에 시끌시끌한 모임에 안성맞춤이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