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DC2014] 황량한 대지에서 꽃핀 게임 마케팅, 그 역사를 듣다
“2000년 당시 게임과 마케팅이라는 단어는 어울리지 않은 것으로 인식됐었습니다. 덕분에 고생도 많이 했죠”
지금은 당연시되는 게임 마케팅. 하지만 게임에 대한 인식조차 형성되지 않았던 온라인게임 태동기라고 할 수 있는, 2000년대 초반 게임 마케팅은 과연 어떤 방식으로 진행되었을까?
'게임 사업의 과거와 미래 그리고 뒷 이야기' 세션을 진행한 민용재 대표는 CCR, 넥슨을 거쳐 현재 YJM엔터테인먼트에 수장을 맡고 있는 인물. 그는 당시의 게임 마케팅에 대해 “무언가 뛰어난 계획을 세우기 보다는 이런저런 방법으로 마케팅을 진행했고, ‘운’이 가장 강력한 성동 요소로 작용했다”고 자신의 생각을 전했다.
민용재 대표는 과거 CCR의 히트작이었던 포트리스를 이용해 온-오프라인 이벤트, TV 광고, 홍보모델 발탁 등 다양한 방식으로 마케팅 전략을 진행한 것으로 유명하다. 특히, 넥슨에서는 메이플걸, 카라, 소녀시대 등 당시 신인이었던 걸그룹을 대거 홍보모델로 채용해 많은 화제를 일으킨 장본인이기도 하다.
아직 많은 나이는 아니지만, 과거에 있었던 일들을 소개해 드리는 것이 이번 시간의 목표라고 입을 연 그는 과거 CCR에 입사한 시절에 있었던 일에 대한 자신의 이야기를 전했다.
“당시 포트리스를 서비스하던 중 게임 마케팅을 진행하고자 했지만 게임을 가지고 마케팅을 하는 것이 매우 힘들었습니다. 때문에 쉬운 게임을 만들어 인터넷에 있는 게이머들에게 어필하고자 하는 의견을 채택하게 되었고 이를 시행에 옮기게 됐죠.”
“이중 가장 핵심적인 것이 온-오프라인 연계 마케팅이었습니다. 콜라캔의 코드를 홈페이지에 입력해 이를 통해 아이템을 주는 오프라인과 온라인을 연계하는 마케팅을 시도했죠. 단순히 게임을 노출하는 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게이머가 직접 참여하는 새로운 방식. 실제로 TV광고도 많이 나갔고, 게임의 인지도를 높이는 데 많은 도움이 됐습니다”
또한, 과거 국내 온라인게임 최초로 진행된 ‘포트리스 e스포츠리그’의 뒷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다.
“포트리스가 e스포츠가 태동하던 시기 국산 게임 최초로 PC방 리그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물론 당시에는 PC방이 2만여 점에 이를 정도로 왕성했기 때문에 이 같은 아이디어가 좋게 받아들여졌죠. 기획보다는 운이 더 좋게 반영된 케이스라고 할 수 있습니다”
더불어 탱크를 이용한다는 점과 바람 및 지형의 영향을 받아 포탄을 쏘는 게임이라는 점에 주목을 받아 포병대대에 게임을 서비스 하는 등 군대에도 우연히 진출한 적이 있다고 밝혀 관람객들이 큰 웃음을 터트리기도 했다.
아울러 홍보모델. 연예인 마케팅에 대한 이야기도 진행됐다. 게임과 상관없는 연예인을 등장시키는 것에 부정적이었던 당시 평가와 달리 포트리스는 당시 명랑소녀 성공기로 인기를 얻고 있던 장나라를 게임 홍보모델로 기용해 해당 포스터를 각 PC방에 ‘프리미엄 포스터’로 제공하는 등 여러 가지 방식으로 게임을 알리기 위한 노력을 기울였다.
특히, 이 같은 방식은 민용재 대표가 넥슨으로 이적한 뒤에도 계속되어 소녀시대, 카라, 걸스데이 등 국내 유명 걸그룹을 게임 홍보모델로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지금까지도 넥슨의 중요한 마케팅 방식 중 하나로 이어졌다.
또한, 그는 사람들이 많이 즐기는 온라인게임의 인기를 다른 언터테인먼트 산업에 접목하는 이른바 ‘원 소스 멀티 유스’ 마케팅을 시도하며 겪은 에피소드에 대해 이야기 했다.
“하나의 콘텐츠를 다양한 분야로 진출하게 하는 것을 만든 것을 꿈꿨고, 이 중 하나가 포트리스 애니메이션 이었습니다. 반프레스토, 선라이즈, 대원, SBS 등등 일본의 내로라하는 제작사들이 참여한 포트리스 애니는 한일 합작 애니메이션이라는 점 외에도 온라인게임 캐릭터로 장편 만화를 만든 최초의 사례일 정도로 모험적인 시도였죠”
“이 애니메이션을 시작으로, 완구, 도서 등 다양한 분야로 진출하기도 했고 이 같은 방식은 넥슨의 유명한 도서인 메이플스토리 시리즈나 마비노기ost 등 다양한 상품으로 파생되기도 했습니다. 물론 이 같은 마케팅의 가장 핵심은 ‘소스’ 즉 게임이 잘돼야 하는 것이지만요”
불모지와 다름없었던 국내 게임 마케팅 시장에 많은 발자취를 남긴 민용재 대표는 자신의 마케팅 전략이 성공한 것은 팔 할이 ‘운’이었다고 말하며, 혁신적인 마케팅이 꼭 큰 성공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처음 가는 길은 누가 닦아 놓은 것이 아니기 때문에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하나하나 설득해야 하는 것이 대부분이었습니다. 당시 포트리스 가입자 수가 3천 만명이 넘었고, 동접 20만 명을 달성하는 시기임에도 제휴 마케팅 담당자가 게임에 대한 존재조차 모르는 경우가 많아 애를 먹기도 했었으니까요”
“이렇게 한번 길을 뚫어 놓으면 이 데이터가 쌓여 다음 프로젝트를 훨씬 편하게 진행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새로운 길을 가는 것도 좋지만, 이 길을 닦기가 매우 힘들고 애써 닦아놓은 길을 다른 이가 지나갈 수 도 있습니다. 자신이 가진 것과 시기를 잘 판단해 새로운 마케팅을 시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아울러 모바일의 시대로 진입한 지금의 모바일게임 시장의 마케팅 전략은 아직도 미지수라고 전하며, ‘앞으로 게임인과 방청객이 함께 풀어나가야 하는 숙제’라는 메시지를 남긴 후 강의를 끝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