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준 기자의 놈놈놈] E3 2014 편
Electronic Entertainment Expo. 통칭 E3. 전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게임쇼로 많은 게이머들. 특히 비디오게이머들을 들뜨게 만드는 이 행사가 올해도 어김없이 게이머들을 들뜨게 만들었다. 미국 캘리포니아 로스엔젤레스 현지 시각으로 지난 6월 10일 개막한 이 행사에서는 다양한 신작 비디오게임과 비디오게임 플랫포머들의 향방을 미리 확인할 수 있는 다양한 정보가 전해져 게이머들을 들뜨게 만들었다.
지난 E3 2013이 Xbox One(이하 엑원)과 플레이스테이션4(이하 PS4)를 처음으로 만나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었다면 이번 E3 2014는 엑원, PS4 그리고 2013년에 발매된 Wii U가 조성한 새로운 비디오게임 환경의 본격적인 개막을 알렸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게이머들의 관심이 쏠릴 수 밖에 없었다.
조광민 기자(이하 말리는 놈): 한준 선배하고 영준 기자는 E3 2013 취재도 갔었죠?
김한준 기자(이하 까는 놈): 응. 게임동아에서는 처음으로 E3에 두 명이 취재를 갔었지. 사정이 있어서 나랑 영준이는 따로따로 가서
현장에서 만났지만… 이역만리 타국에서 후배를 만나니 느낌이 새롭더라고.
말리는 놈: 어땠는데요?
조영준 기자(이하 편드는 놈): 느낌이 새로워서 보자마자 “우와! 여기서 보니까 너 머리 겁나 크다!!!”라고 한 겁니까? -_-
까는 놈: 주변 미국인들이 워낙에 머리가 작아서 네 머리가 평소보다 더 크게 보였을 뿐이다. 너도 나를 보자마자 “선배! 여기서 보니까 엄청
작네요!”라고 했잖아!
편드는 놈: 작다고 안 했습니다! 왜소하다고 했지!!
말리는 놈: 왜 맨날 둘이 싸우면서 시작하고 그래요 -_-;
까는 놈: 분량 채우려면 어쩔 수 없어. 일종의 형식이 된 것 같기도 하고. 자. 이제 분량 채웠으니 본론으로 넘어가자.
편드는 놈: 하지 않아도 될 얘기를 굳이 하고 그럽니까;
까는 놈: 이번 E3에 다양한 게임이 공개가 됐고, 사람들 사이에서 화제가 되기도 했지만… 우리는 게임 하나하나 보다는 비디오게임 시장의 ‘삼대장’에 집중해서 이야기를 해보자. 게임 그거 하나하나 언제 다 얘기하고 앉았냐.
말리는 놈: 역시 엑원과 PS4 이야기부터 하지 않을 수가 없네요. 출시 이후에 둘이 거둔 성적표가 제법 달랐으니까요. 소니는 이러한 기세를 이어가기 위한 방책을 내놨을 것이고, 마이크로소프트는 국면전환이 필요한 상황이구요.
까는 놈: 답 나왔지 뭐. 비디오게임기는 게임을 하기 위해 구매하는 것이고, 그렇다면 당연히 새로운 게임을 내놔야 하는 거 아니겠어? 신규 IP를 출시하는 것인지, 전작의 인기를 이어갈 후속작을 내놓는 것인지의 차이 정도겠지.
편드는 놈: 일단 마이크로소프트 진영에는 그분이 오셨죠. 위기에 몰린 엑박 진영의 구세주가 되어줄 마스터 치프를 앞세워 위기를 타파할 생각인 것 같습니다. 헤일로 1, 2를 리메이크 한 합본팩 ‘헤일로: 마스터치프 합본팩’이 공개됐어요. 여기에 기어스오브워의 신작에 대한 떡밥을 던지면서 분위기를 띄우기도 했죠.
까는 놈: 당연히 나올 줄 알았다. 엑박하면 헤일로고 헤일로하면 엑박이니까. 다른 게임이 공개 안 된 것은 아니지만 엑박 진영에서 헤일로가 차지하는 비중은 어마어마하니까. 그런데 신작도 아니고 1, 2편의 리메이크를 출시한 건 너무한 거 아니야? ‘명작은 영원하다!’면서 반길 사람들도 있겠지만… 신형 게임기에서는 신작을 하고 싶잖아. ‘일단 이거라도 좀 하고 있어봐’하고 게이머들 달래기에 나선 거 같은 느낌도 있어.
말리는 놈: 포르자도 있죠. 헤일로나 기어스오브워 말고도 선셋 오버 드라이브, 디즈니 판타지아 뮤직 이볼브드, 페이블: 레전드 등 뛰어난 그래픽으로 무장한 게임들을 내세워서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은 건 성공적이었어요.
마케팅에 상당히 치중한 모습도 인상적이었죠. PS4와 동시에 발매되는 게임들의 경우에는 DLC와 베타테스트 권한을 제공하는 등 ‘엑박원에서만 할 수 있는 것’을 알리는 데 노력했죠. 자신들의 약점이 무엇인지를 파악했다는 느낌이랄까?
까는 놈: 이러니저러니 해도 헤일로라는 강력한 ‘호흡기’를 가져왔으니, 이제 다시 일어나서 날뛰는 일만 남은거야. 그런데 E3 2014와는 별개로 한국에서는 ‘정식발매 엑스박스 원’의 가격 문제가 부각되긴 했지 -_-;
소니는 게임도 게임이지만 PS4의 멀티미디어, 네트워크 기능을 알렸지. 마치 ‘우리도 이런 거 된다!’ 라고 말하고 싶은 것처럼 말이야.
편드는 놈: 네트워크 플레이나 스트리밍 서비스를 추가하고, 유튜브 채널링 계약을 통해 게임 방송 콘텐츠를 더 강화했어요. PSN에 다양한 인디게임을 부분유료로 즐길 수 있도록 하기도 했고, 모피어스를 공개해서 체험형 기기의 새로운 지평을 열기도 했구요. 올해의 소니에게서 작년의 마이크로소프트의 느낌을 좀 받았네요. 게임도 게임이지만 기기의 가능성을 좀 더 부각시키고 싶었달까?
까는 놈: 시장을 확실히 장악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고 느껴지기도 하더라.
말리는 놈: 게임이 없던 것도 아니에요. 눈에 띄는 이렇다 할 독점작이 리틀빅플래닛3 말고는 없지만 신작 소식은 끊이지를 않았지요.
까는 놈: 독점작이 무슨 리틀빅플래닛3 말고는 없어. 너 지금 언차티드4 무시하냐? 하드웨어의 판매추이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게임을 선보였다는 건 엄청난 소식이야. 그런데 솔직히 게임 타이틀 그 자체만 갖고 가장 화제가 된 건 닌텐도 진영 아닌가?
편드는 놈: 닌텐도는 이번 E3 2014를 위해 이를 갈았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다양한 게임을 공개했어요. 어찌보면 게임쇼의 가장 원초적인 형태인 ‘신작을 만나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면에 가장 부합하는 모습을 보였다고도 할 수 있겠네요.
까는 놈: 하드웨어 성능이 엑원이나 PS4에 비해 열세인 것은 사실이지만, 닌텐도에서만 즐길 수 있는 독점작의 파급력은 상당하거든. 게임기 성능이 부족하다고 해서 게임의 재미까지 없는 건 아니지.
말리는 놈: 저는 솔직이 Wii U에 큰 관심이 없었는데, 젤다무쌍 하나 때문에 이 기기를 사고 싶을 정도에요. 베요네타2도 제법 매력적이구요. 대난투 시리즈의 최신작을 공개하면서 ‘이 게임 재미있는 건 익히 알고 있지? 그런데도 우릴 외면하려고?’ 하는 듯한 느낌도 전하더군요.
까는 놈: 나는 마리오카트8 하나 때문에라도 사고 싶더라. 어떤 마음인지 이해가 간다. 그런데 이거 국내에 언제 정식으로 출시되려나;;
이번 E3 2014는 이제 막 시작된 차세대 비디오게임 시장에서 각 플랫폼홀더들이 어떤 행보를 보일 것인지 그 윤곽이 드러난 행사였어. 차세대게임 전쟁은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말리는 놈: 오래된 만화책에서 흔히 보던 ‘우리들의 모험은 이제부터 시작이야!’를 연상케 하는 구태의연한 마무리네요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