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박스 원 국내 발매가 해외보다 비싸. 그래서 나는 서명운동을 한다"
지난 6월 10일. 한국 마이크로소프트는 신형 비디오게임기 엑스박스 원(Xbox One)의 국내 발매가격을 공개했다. 플레이스테이션4도 국내에 정식으로 발매된 마당에 엑스박스 원의 국내 정식 발매를 기다리던 이들에게는 반가운 소식이었다.
하지만 엑스박스 원의 국내 정식 발매를 기뻐하던 게이머들은 이내 실망할 수 밖에 없었다. 이유는 하나. 가격이었다. 한국 마이크로소프트의 발표에 따르면 엑스박스 원의 국내 출시 가격은 키넥트 미동봉 버전이 498,000원, 키넥트 동봉 버전이 638,000원이었다.
경쟁기종인 플레이스테이션4의 성능 비교는 차치하더라도, 북미나 일본에서 유통 중인 엑스박스 원의 가격과 비교해도 월등히 비싼 가격에 엑스박스 원의 정식 발매를 기다리던 이들은 크게 술렁였다. 일부 게이머들 사이에서는 '정식 발매를 기다리느니, 그냥 구매대행을 통해 해외에서 사겠다'는 목소리도 커지기 시작했다.
이러한 와중에 엑스박스 원의 국내 발매 가격에 대한 국내 게이머들의 불만을 모아 정식으로 마이크로소프트 측에 전달하겠다고 나선 한 네티즌이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미희'라는 닉네임을 사용하는 네티즌은 스스로를 평범한 게이머라고 칭했다. 31살의 자영업자. 어찌보면 그의 표현대로 평범하디 평범한 게이머라고 해도 무방할 것이다.
비디오게임에 관심이 많아 인터넷 커뮤니티를 마음이 맞는 이들과 함께 운영하고 있기도 한 그는 현재 자신이 운영 중인 커뮤니티에서 'Xbox One의 불합리한 국내 가격 책정에 대한 가격 인하 온라인 서명운동'(http://www.plone.co.kr/xboxonecampaign/42616)을 진행 중이다.
이러한 노력이 효과가 있겠냐고 냉소적인 시선을 보내는 이들도 있지만, 적지 않은 이들이 이러한 서명운동에 동참하며 엑스박스 원의 가격 정책에 대해 뜻을 함께 하고 있다.
국내 비디오게이머들의 목소리를 한 곳으로 모아, 게이머들의 뜻을 알리겠다는 것이 서명운동을 진행하고 있는 네티즌 '미희'의 포부였다. 이러한 그를 게임동아에서 만나봤다. 인터뷰가 낯선 탓인지 중간중간 어색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지만, 그는 비디오게임 시장에 대한 애정 하나는 뚜렷하게 나타냈다.
아래는 인터뷰 전문이다.
질: 간략하게 자기소개 좀 부탁한다
답: 자영업을 하고 있는 31살 게이머다.
질: 게임기 관련 소비자 서명운동을 벌일 정도면 평소에도 비디오게임에 관심이 많았을 것 같다
답: 7살 때 큰아버지께서 삼성 겜보이(세가마크3)를 선물해주신 것이 계기가 되어 비디오게임을 꾸준히 접했다. 플레이스테이션,
플레이스테이션2, 3, 4. 게임큐브, 엑스박스, 엑스박스360, 엑스박스 원 등을 구매해서 즐겨왔다.
질: 현재 서명운동에 몇 명이나 참여를 했나?
답: 댓글로 100명 정도가 참여를 했지만 우리들은 게이머태그를 입력한 이들을 위주로 한국 마이크로소프트에 명단을 넘길 생각이라 이보다는
수가 적을 것 같다.
질: 지금 우리들이라 했는데 서명운동의 주체가 한 명이 아닌가?
답: 여러 명이 서명운동을 주관하고 있다. 팟캐스트의 '진격의 엑전사팀'과 플레이원이라는 비디오게임 커뮤니티 사이트 회원들이 함께 애쓰고
있다. 한국 마이크로소프트가 엑스박스 원의 국내 출시 가격을 공개한 이후 서명운동을 함께 하자고 뜻을 모으게 됐다.
현재 네이버의 Xbox 대표카페에서도 서명운동을 함께 진행하고 있다. 그곳의 경우는 내가 운영자가 아닌 관계로 몇 명 정도가 참가했는지 확인하지 못 했지만 활발하게 진행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질: 정식으로 발매되는 게임기의 가격에 대한 소비자의 불만은 흔히 있던 일이긴 하다. 하지만 이렇게 서명운동까지 벌어지는 경우는 드물었다.
손이 많이 가는 일이기도 할텐데 이런 서명운동을 시작한 계기는 무엇인가?
답: 다른 나라에서 발매되는 엑스박스 원의 가격에 비해 국내 발매가가 터무니 없이 높게 형성된 것에 대한 불만에서 시작됐다.
질: 현재 엑스박스 원을 소장하고 있다고 했다. 구매했을 당시 가격은 어느 정도였나?
답: 구매대행을 통해 지난 4월에 구매했다. 플레이스테이션4 국내 소비자가격 수준으로 구입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참고: 플레이스테이션4의
국내 소비자가격은 49만 8천 원이다)
질: 엑스박스 원의 국내 출시가격이 지나치게 높지는 않다는 의견도 있는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나
답: 일본의 경우 엑스박스 원의 키넥트 동봉 버전의 가격이 4만 9천 9백 엔이다. 소비세 8%를 제외한 가격이 이 정도다. 여기에 단순
엔화 환율을 적용하고 부가세 10%를 포함해도 국내 정식발매 가격보다 저렴한 것으로 알고 있다.
질: 정식 발매버전을 구매하는 것보다 구매대행으로 구입하는 것이 더 싸게 살 수도 있다는 이야기인 것 같다.
답: 더 쌀 수도 있는 게 아니라 실제로 더 싸다. 정식 발매를 기다리던 지인이 있는데, 국내 가격이 공개되자마자 바로 해외에서 구매대행을
통해 구매했을 정도다.
질: 현재 소비자 서명운동이 플레이원에서만 진행 중인가?
답: 그렇다.
질: 이 커뮤니티가 생긴지 얼마 안 된 신생 커뮤니티로 알고 있다. 의도야 그렇지 않겠지만, 자칫 이슈몰이를 위해 이러한 시도를 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올 수 있을 것 같다.
답: 그런 생각은 한 적이 없지만 이야기를 듣고 보니 그렇게 느낄 수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우리는 게이머이자 소비자다. 소비자라면 당연히
합리적인 가격에 제품을 구입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으며, 이 때문에 서명운동을 시작한 것이다.
질: 이러한 서명운동에 대해 냉소적인 시선도 있을 것 같다.
답: '비싸면 안 사면 된다', '안 사면 가격을 내릴 것이다' 라는 반응을 보이는 이들이 많다. '플레이스테이션4 사라'고 말하는 이들도
있었다.
질: 의욕이 꺾일 수도 있는 분위기인데, 언제까지 서명운동을 지속할 것인가?
답: 오는 6월 29일까지 서명을 받아서 한국 마이크로소프트에 서신을 발송할 것이다. 반응이 만족스럽지 않으면 서신을 번역해서 마이크로소프트
본사에도 발송할 생각이다.
질: 이러한 노력이 효과가 있지 않을 것이라 보는 이들도 많다. 그럼에도 서명운동을 진행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답: '안 사면 가격이 내려간다'고 말하는 이들이 많다고 조금 전에 이야기를 했는데, 정작 해외 기업들은 안 팔리면 그냥 사업을 접고 철수를
할 수도 있다. 가격이 내려가는 것이 아니라 정식 루트로 구매할 수 있는 방법이 아예 사라지는 것이다. 실제로 국내 비디오게임 시장이 굉장히
작지 않은가. 사업을 접어도 마이크로소프트의 비디오게임 사업에는 큰 영향을 주지 않으니 사업을 철수하는 결정을 내리기도 쉬울 것이라
생각한다.
엑스박스 원에 관심을 아예 끊어버리는 것이 아니라, 엑스박스 원에 관심을 갖고 있는 이들이 이렇게 존재한다는 것을 알리는 역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국내 비디오게임 시장에 크건 작건 도움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질: 정식발매 게임의 가격이나 한글화 여부에도 관심이 많을 것 같다.
답: E3 2014 이후 마이크로소프트의 아시아총괄 사장이 한글화 게임에 대한 언급을 해서 큰 걱정은 안 하고 있지만, 가격에 대한 이야기는
없어서 살짝 걱정도 된다.
질: 현재 한국 마이크로소프트의 국내 비디오게임 시장에 대한 정책 중 가장 불만인 것은 어떤 것인가?
답: 가격과 정식발매 부분에 대한 것이 대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