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준 기자의 놈놈놈] 방탈출 for Kakao 편
카카오 게임하기를 통해 출시된 ‘방탈출 for Kakao’는 이름 그대로 방에서 탈출하는 게임이다. 조금 더 자세히 설명을 하자면 방안의 곳곳을 탐색해서 힌트와 아이템을 찾고 이를 활용해서 문을 열고 나가는 것이 목적인 게임이라 하겠다. 이름에서부터 게임의 목적과 방향성을 알려주고 있으니 굉장히 정직한 게임이라고도 할 수 있다.
이러한 과정에서 재미를 찾는 게임은 제법 오랜 시간 동안 많은 이들에게 사랑 받아온 장르다. 게임제작 기술보다는 퍼즐을 만들어내는 능력을 상대적으로 많이 요구하다 보니 아이디어만 있으면 게임으로 이끌기도 쉬워서 플래시 게임으로도 이러한 장르의 게임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김한준 기자(이하 까는 놈): ‘방탈출 for Kakao’(이하 방탈출)는 사실 모바일게임 좀 했다고 하는 사람들에겐 익숙한 게임이지. 2007년에 처음으로 출시된 이후에 검은방 시리즈와 함께 국내 모바일게임 시장에 이러한 탈출 장르 붐을 이끈 게임이라고도 할 수 있고. 스토리에 중점을 두고 있는 검은방 시리즈보다 퍼즐 그 자체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 정도가 차이라고 할 수 있겠네.
조영준 기자(이하 편드는 놈): 피처폰 시절부터 모바일게임을 한 사람들이라면 방탈출이라는 이름 한 번 정도는 들어봤을 겁니다. 유명세에 비하면 카카오 게임하기로 뒤늦게 나왔다는 느낌도 있구요.
조광민 기자(이하 말리는 놈): 밀폐된 공간에 갇혀있다는 설정 자체가 사람을 은근히 오싹하게 만들어요. 이러한 요소를 기본적으로 갖고 있기 때문인지 이런 장르의 게임들이 스릴러, 호러의 느낌을 강조하는 경우도 많구요. 여름나기에 적합한 게임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까는 놈: 개인적으로는 무척 좋아하는 장르야. 손을 바쁘게 움직이지 않아도 되고, 적당한 긴장감을 즐길 수 있거든. 그래서 이번 작품도 출시 되자마자 얼른 받아서 해봤지.
말리는 놈: 긴장감 좀 만끽하셨습니까?
까는 놈: 그랬으면 싶었는데… 긴장은 커녕 하품만 나오더라 -_-
편드는 놈: 단순히 선배 입맛에 안 맞은 것 아닌가요? 방탈출 시리즈 자체가 매 시리즈마다 탄탄한 퍼즐로 인기를 얻었고, 그렇게 인기를 얻은
게 한두해의 일이 아닌데요. 굳이 퍼즐게임으로 분류를 하자면 완성도가 상당히 높은데 어째서…
까는 놈: 너는 어째 내가 재미없었다고만 하면 ‘이 좋은 걸 왜 재미없다고 합니까!’ 라는 식으로 발끈하는 지 모르겠다 -_- 못 만들어서
재미가 없다는 이야기가 아니라고.
말리는 놈: 못 만들지 않았는데도 하품이 나왔다면 난이도가 무척 낮기라도 합니까? 저는 이 게임이 무척 쉽다는 생각은 안 해봤는데.
까는 놈: 난이도 이야기도 아니야. 난이도에 불만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하품이 나온 이유는 하나야. 예전에 해 본 게임이라서 그래.
편드는 놈: 출시되자마자 다운로드 받아서 했다면서, 어떻게 이 게임을 미리 해봅니까. APK 파일을 사전에 다운로드 받아서 해보기라도
했습니까?
까는 놈: 저작권 보호 차원에서 그런 짓은 하지 않는단다. 이번에 카카오 게임하기로 출시된 방탈출은 과거에 게임데이가 각종 어플리케이션 스토어에 출시한 ‘All New 방탈출’을 옮겨온 작품이라서 그래. 탈출 게임이라면 공포물을 제외하면 신작이 나올 때마다 다 해봤고, 제법 재미있게 했던 시리즈거든.
범인을 알고나면 흥미가 확 떨어지는 추리소설처럼, 탈출 장르의 게임은 해법을 알고 나면 게임의 존재 의의가 사라지는데, 원작을 해본 사람들에게 ‘방탈출 for Kakao’는 그다지 흥미로운 게임이 아니야.
그리고 ‘All New 방탈출’과 ‘방탈출 for Kakao’는 너무나 닮았어. 인터페이스가 살짝 개선된 것 말고는 차이를 찾기 어려운데
이런 점도 아쉽지.
방탈출 시리즈는 시리즈가 진행될수록 점점 스토리와 인물의 비중이 늘어났는데 ‘All New 방탈출’에 와서는 다시 스토리가 사라지고 퍼즐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거든. 이걸 원점으로 회귀했다고 반기는 이들도 있었지만 점점 드라마틱한 게임이 많아지는 최근 게임 환경에 비추어보면
심심하게 받아들여질 수도 있는 점이야.
적어도 카카오 게임하기로 새롭게 출시를 한다면 스토리를 조금이라도 보강하면 어땠을까 싶어. 그럼 스토리가 보고 싶어서라도 원작을 했던 사람들이 카카오 게임하기 버전을 즐길 수도 있잖아.
말리는 놈: 그럴 수도 있겠네요. 그래도 일단은 안 해본 사람들의 관점에서 이야기를 해보죠.
까는 놈: 넌 날이 가면 갈수록 MC가 되가는 것 같다 --
말리는 놈: 분량 챙겨드리는 겁니다.
까는 놈: 분량 챙기는 것까지 MC 같네 --
편드는 놈: 원작을 해보지 않은 사람들이 하기엔 제법 흥미로운 게임이에요. 찬찬히 스테이지 구석구석을 뒤져서 힌트를 찾고, 이를 조합하거나 분해한 다음에 적재적소에 사용해서 방문을 여는 과정 자체가 흥미롭거든요.
플래시 게임으로 구현된 수많은 탈출 장르의 게임들이 기발함을 추구하다가 억지스러운 힌트를 준비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게임은 그렇지도 않습니다. 다년간 모바일게임 시장에서 축적한 노하우를 통해 ‘납득이 가는’ 힌트를 만들어놓고 이를 찾아내기를 게이머들에게 요구하죠. 퍼즐을 풀면서도 ‘이게 말이 되냐?’ 하는 일은 거의 없어요.
까는 놈: 하지만 힌트가 지나치게 수학적인 면에 기대는 것 같아. 자칫 게임의 해법을 여기서 설명하는 꼴이 될 수 있어서 이야기 하기 조심스럽기는 한데, 숫자를 더하고 빼는 거에 치중하는 경우도 많고… 카카오 게임하기 버전에는 아직 업데이트가 안 됐지만, ‘All New 방탈출’의 스테이지 중에는 이진법 계산식으로 힌트를 찾는 것을 요구하는 경우도 있거든.
이진법 계산식 외우고 다니는 사람이 관련 전공자 말고 얼마나 있겠어 -_- 나 같은 경우에는 이게 이진법을 의미하는 것을 알면서도 계산식을 몰라서 못 풀었다고. 이거 만든 개발자 혹은 기획자가 공대생 출신이라는 데에 내 무언가를 걸겠다!
말리는 놈: 구체적으로 뭘 걸겠다는 겁니까.
까는 놈: …그런게 있어. 하여간에 추리소설을 보면 문학작품의 포인트나 표식, 구절을 활용해서 힌트를 제공하는 경우도 있거든. 그런 면이 좀
있었으면 어떨까 하는 심정이네. 너무 힌트를 수학적인 면만 활용해서 준비하면 추리의 패턴이 일관적이 된다니까? 퍼즐을 푸는 사람들이 김빠질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고 본다.
편드는 놈: 추리의 패턴을 문제시 삼고는 있지만, 힌트를 찾아가는 과정에서는 불만이 없는 모양이네요.
까는 놈: 없어. 잘 만들었다니까. 아까도 말했지만 억지스럽지도 않고. 그런데 200번대 방은 조금 불만이야. 퍼즐이라기보다는 미니게임을
즐기는 식으로 게임을 해야 하는데 이 구간을 하다 보면 ‘내가 이런 미니게임 하자고 내 피 같은 열쇠를 썼나!’는 생각도 들더라고. 긴장감도
떨어지고 말이지.
그리고 지금은 게임의 볼륨이 너무 적어. 100번대 방은 사실상 튜토리얼에 가깝고, 200번대 방은 미니게임이라고 보는 게 타당한 것 같고. 사실상 제대로 된 퍼즐과 머리싸움은 300번대 방과 600번대 방에서만 할 수 있거든. 그런데 현재 업데이트 된 방의 개수가 그다지 많지 않단 말이지.
편드는 놈: 업데이트만 되면 해결될 문제 아닌가요. 사실 이미 만들어져 있으니 업데이트를 하기에도 쉬울 거고 말입니다.
까는 놈: 아까도 말했지만 이미 만들어져서 사람들이 한 번 해본 스테이지이기 때문에 ‘무엇이 업데이트 될 것인지’ 기대하게 만드는 여지가
적어. 그리고 답을 알고 있는 사람들도 많고 말이지.
편드는 놈: 완전히 새로운 스테이지가 나올 수도 있는 거구요. 선배는 ‘All New 방탈출’이 그대로 카카오 게임하기로 옮겨질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지만, 그렇지 않을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까는 놈: 새로운 콘텐츠가 추가되면 좋지. 그런데 게임데이가 ‘방탈출 for Kakao’와 ‘All New 방탈출’ 사이에 출시한 ‘방탈출:
Doors & Rooms 2’가 있는데… 여기 업데이트가 빠르게 되고 있지 않거든. 팬들 사이에선 ‘방탈출: Doors & Rooms 2
업데이트 하랬더니 카카오 버전이 나왔네’ 라는 말을 하는 사람들도 있을 정도야. 업데이트 속도가 그다지 빠르지 않다는 사례가 있다보니 이번
작품의 업데이트도 언제 될 것인지 우려가 되는 것이고.
말리는 놈: 얘기를 들어보면 은근히 업데이트가 빨리 되기를 바라는 거 같네요.
까는 놈: 이 장르의 팬들이 즐기기에 완성도는 충분하거든. 관건은 ‘얼마나 다양한 퍼즐을 지속적으로 제공할 것인가’인데 이 점이 아쉬운
거야. 잘 만들어진 문제를 계속해서 풀고 싶은 팬심이랄까? 이런 장르의 게임들은 2회차가 사실상 존재하지 않아. 답을 알고 푸는 수수께끼처럼
김 빠지는 일이 어디 있냐. 즉, 탈출 장르를 즐기는 이들은 계속해서 새로운 퍼즐을 제공받기를 원해. 이 게임이 오래 사랑 받기 위해서는
다양한 방식의 퍼즐을 지속적으로 빠르게 공급하는 게 답이겠지.
편드는 놈: 문제를 푸는 사람보다 만드는 사람이 더 힘들겠는데요;
까는 놈: 역시 콘텐츠 분량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게임 이름처럼 개발자를 방에 가둬놓고 만들어야…
말리는 놈: 그건 인권침해구요. 범죄입니다.
까는 놈: 개인적으로는 이런 류의 게임을 오프라인으로 옮겨 놓으면 굉장히 재미있을 것 같아. 힌트를 감추어 놓은 방을 만들어 놓고 사람들을
그 안에 밀어 넣은 다음에 사람들이 힌트를 찾아서 방문을 열고 탈출하도록 하는 거지. 요즘 공포체험관이 유행한다던데 ‘탈출체험관’ 정도로
이름 지으면 되겠다.
편드는 놈: 이미 몇 년 전에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그런 이벤트가 진행됐다고 하네요.
까는 놈: …미국 사람들은 참 뭐든지 빨리 하는구나. 돈 좀 벌어볼라고 했더니만…
말리는 놈: 자기 이름 내걸고 나가는 글에다가 대놓고 돈독 오른 거 인증하면 어쩌자는 겁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