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모로 아쉬움이 남는 밀리터리 FPS, 아르마3
아르마3(ArmA3)가 가지고 있는 가장 큰 특징이라면 AAA급 게임에서 얼리 억세스(출시에 앞서 게임을 미리 해볼 수 있는 기능)가 최초로 시도된 게임이라고 생각한다. 얼리 억세스가 어디까지나 인디게임이나 그린라이트게임만의 특권은 아니지만 아르마3 정도의 AAA급 게임이 이런 제작 방식을 시도한다는 것은 그 자체로 충분히 참신하다고 할 수 있고, 어떤 면에선 당황스럽다고도 할 수 있다.
약 6개월 가량의 아르마3의 얼리 억세스 기간은 어떤 면에선 성공적이었고, 어떤 면에서는 게임의 한계를 명확히 보여주었다. 게임의 제작과정은 투명했고 피드백도 훌륭하게 이루어졌다. 당연히 이 기간에 게임 내부의 콘텐츠들도 하나씩 추가되었고 이렇다 할 문제는 없었다. 하지만 그렇기에 게임의 한계는 더 명확해졌다. 얼리 억세스가 계속 진행될수록 실질적으로는 아르마2에서 변화가 없음이 느껴졌다. 물론 이를 좋은 의미라고 할 수도 있지만, 어떤 면에서는 굳이 아르마3를 살 필요가 없음을 의미하는 말이기도 하다.
기본적으로 이 게임은 아르마2와 차이가 많이 없다. 단지 차이라면 화려해진 광원효과 더 자연스럽고 다양한 동작을 쉽게 가능한 모션 컨트롤, 총기의 발사와 발열 메커니즘, 장비들의 계기판, 섬세한 레벨그래픽 정도다. 이런 부분은 높게 친다. 하지만 그 본질에는 변함이 없다. 광원과 셰이더가 발달된 것은 맞지만 이 게임은 ‘앨런 웨이크’가 아니며, 총기사격자세가 다양해졌지만 이것도 게임의 핵심적인 요소는 아니다. 총기의 발사와 발열 메커니즘은 게임을 하면서 체감할 기회가 거의 없다.
즉, 추가된 콘텐츠 대부분이 게임의 본질과는 약간 거리가 먼 경향이 있다는 이야기다. 개인적으로 이러한 일이 벌어진 데에는 얼리 억세스 시스템이 한 몫을 했다고 생각한다.
아르마3라는 게임이 나쁜 게임은 아니다. 그렇기에 더더욱 얼리 억세스가 문제였다. 6개월간의 얼리 억세스 과정에서도 드러난 아르마3는 지금의 버전과 본질적인 부분은 같았다. ‘전장에서 한명의 군인이 되어 모의전투를 하는 것’. 그리고 이것이 아르마라는 게임과 암드어썰트라는 게임이 추구했던 부분이다.
어찌됐든 앞서 말했듯 아르마3는 나쁜 게임은 아니다. 그렇기에 게이머들은 아르마3에서 아르마2에서 느꼈던 만족감을 어느 정도는 느끼게 되었고 자연스레 피드백의 방향과 게임제작의 방향도 색다른 콘텐츠의 추가에 초점이 맞추어지게 되었다.
아르마3는 화려한 옷과 액세서리를 입었다. 하지만 본질은 변하지 않았다. 아이러니한 것은 어쩌면 이 본질이란 것이 변하지 않아서 좋은 걸지도 모른다. 아르마2에서 구현됐던 전장은 이미 충분히 환상적이었고 게이머가 받아들이기에도 더할 나위 없었다.
이런 논리가 아르마3에도 적용될 수 있지만 문제는 이 게임이 2035년을 배경으로 다루고 있다는 것이다. 아르마3에 구현된 전장은 2035년의 전장 같지가 않다. 미래를 배경으로 다룬다면 우선적으로 세계관에 대한 설명이 필수적일 것이다. 지금으로부터 20년이 지난 미래가 얼만큼 바뀔지는 아무도 예상하기 힘들다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아르마3의 전장은 2014년 전장과 큰 차이가 없다. 단지 제식무기들과 장비들이 조금 바뀌었을 뿐이며, 그 어디서도 근미래적인 전장을 표현하지 못한다.
시나리오에서도 이러한 문제가 드러난다. 게임의 세계관이 20년 후의 미래라는 설정이라면 그에대한 설명이 있어야 하는데 그런 것들이 없다. 만약 이 게임이 ‘콜 오브 듀티: 모던워페어’라거나 ‘배틀필드3’였다면 이 둘처럼 세계관 설명에 공을 덜 들여도 되겠지만, 애석하게도 20년이 지난 세계관을 지니고 있는 게임이라면 여러 방식을 통해 미래라는 점을 게이머들에게 어필 해야한다. 물론 전장에서 미래라는 분위기를 느낀다는 게 말도 안 되는 것일 수 있겠지만. 아르마 3에 등장하는 모든 것들은 단지 디자인과 호칭만 다를 뿐이지 개괄적인 면에서 지금 미군이 사용하는 것들과는 아무런 차이가 없다. UAV도 전차도 말이다.
그래서인지 시나리오를 플레이하게 되면 우리는 2035년이라는 미래에서 2020년에 일어난 전투를 체험하는 느낌을 받게 된다. 시대라는 것이 크게 중요하지 않다고 치더라도 아르마3에는 부족한 부분이 많다. 우선적으로 게임상에는 ‘플롯 아머’(플롯과 아머의 합성어로 스토리 진행을 위해 주어지는 무적 설정)라는 개념이 존재하지 않는 듯 하다.
전장이라는 상황을 담아내기 위해서 동료가 언제 죽을지 모른다는 설정을 한 것은 나쁘지 않은 시도다. 하지만 멍청한 AI는 분대원을 의미 없이 죽게 하고 어느덧 플레이어 혼자서 캠페인을 진행하는 경우가 자주 생긴다. 결정적으로 동풍 시나리오에서 ‘배역’이라고 할 수 있는 캐릭터는 몇 없다. 결국 세계관 설명도 부족하고, 이를 강조할 수 있는 캐릭터도 없기에 시나리오가 가끔 의미 없이 진행되는 경향이 있다. 아르마2와 비교하면 매우 한탄스러운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런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르마3의 시나리오를 플레이 한 게이머의 수는 정말 적은 편이다. 스팀 통계상에서 시나리오1을 클리어한 사람도 7%정도에 불과하며 시나리오2를 클리어한 사람은 3%뿐이다. 아르마3라는 게임이 멀티플레이적인 부분에서는 괜찮은 콘텐츠들을 지니고 있기에 다들 시나리오를 즐기기 보다는 멀티플레이를 주로 하는 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많은 이들이 아르마3의 시나리오를 즐기지 않는다는 것이다. 빈약한 이야기 전개능력과 다양하고 좀 더 극적인 임무수행이 없는 시나리오의 결과물이다.
그렇기에 아르마3는 아르마2와 더더욱 비교된다. 아르마2의 에피소드들과는 너무나 비교가 된다. 아르마3의 문제는 결국 타 게임과의 비교가 아니라 전작과의 비교에서 드러나게 된다. 그나마 이것을 보완해주는 것이 모드(MOD)인데, 스팀 워크샵과의 연동은 아르마3의 창작활동을 활발히 해준다. 하지만 아직까지 아르마2의 DayZ나 ACE모드 같이 아르마3에서 내세울만한 모드가 없는 것이 현실이다. 많은 모드들은 금새 떴다가 사라지고 얼마 안 가 다른 애드온들과 충들을 일으킨다. 그리고 이러한 현상은 얼리 억세스가 시작된 3월부터 계속되어 왔다.
이 게임은 참으로 애매하다. 얼리 억세스의 영향으로 아르마3는 분명 게이머가 원하는 방향으로 제작됐다. 하지만 빈약한 시나리오, 끝이 없는 최종 완성단계, 아직도 부족한 퍼포먼스 최적화는 아르마3의 본질을 갉아먹는 요소들이고 사실상 개선할 방법이 거의 없는 수준이다. 다음 에피소드는 언제 발매될지 정황이 없으며, 제작진이 언제 갑자기 유료 DLC를 내놓을지도 모르며, 퍼포먼스 최적화 문제는 계속해서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아르마3가 재밌는 이유는 한가지다. 분명히 어렵고 극적이지 않지만 그만큼 익숙해진다면 이전의 현대 밀리터리 슈터 게임에선 느낄 수 없던 재미를 보장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