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산업 위기보고서] 플랫폼 홀더만 배불리는 스마트폰 게임시장, 창작자들은 배고프다
[게임산업 위기보고서 1부 : 점점 어려워지는 한국 게임 시장]
10화. 플랫폼 홀더만 배불리는 스마트폰 게임시장, 창작자들은 배고프다
[본지에서는, 대형 기획 '대한민국 게임산업 위기보고서 : 그래도 희망은 있다'를 통해 한국 게임산업에 대한 객관적이고 현실적인 내용을 다룰 계획이다. 이번 기획이 한국 게임산업의 총체적 위기를 진단하고, 한국 게임사들에게 진정한 위기를 타파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턱없이 오르는 마케팅 비, 개발사에게 초창기부터 투자했던 금액, 플랫폼 홀더인 구글과 카카오톡에 나가는 비용, 추가적인 마케팅비와 인력 유지비, 보안비, 각종 수수료를 빼면 저희도 별 거 없어요. 완전 대박을 생각하시는데 꼭 그렇지만도 않습니다."
6개월 이상 국내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 매출 1위를 기록한 바 있는 한 액션RPG의 퍼블리셔(배급사). 많게는 하루에도 10억 원이 넘는 매출을 기록하는 게임의 실적에도 퍼블리싱 담당자는 그다지 좋아하는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해당 게임의 개발사 측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실제로 개발사가 받는 돈은 전체 매출의 20% 좀 넘습니다. 그 돈으로 새로운 신작에 투입하랴, 지금 게임에 대규모 업데이트를 진행하랴.. 생각만큼은 남는 게 없어요."
1위를 했던 스마트폰 게임사 뿐만 아니라, 수개월 간 구글 스토어 인기순위 최상위권, 200만 다운로드 이상에 매출 순위도 10위 안쪽에 드는 게임을 가진 회사들에게 물어봐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이들 또한 "마케팅비 약 10억 원, IP 게임의 경우 라이선스 비, 카카오톡 수수료, 구글 수수료, 보안솔루션 비 등을 떼주고 나니 벌어도 번 게 아니더라."라는 자조섞인 답변을 보내왔다.
이렇게 국내에서 잘 나간다는 게임사들 조차 사업하기 쉽지 않은 것이 국내 스마트폰 게임산업의 현실이다. 하물며 순위권에 오르지 못한 게임사들은 수익은 커녕 아예 회사 유지되지 못할 수준이라고 호소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국내 스마트폰 게임업계가 이토록 어려워진 것이 '창작자들'에게 돌아가는 비용이 너무 적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매출의 50% 이상을 외부로 빼앗기는 기형적인 구조로 인해 개발사나 퍼블리셔들은 모두 굶어죽기 딱 좋은 시장이라는 것. 실제 구조를 보면 이는 더 명확해진다.
우선 게임을 서비스 해서 1억 원의 매출이 발생했다고 하면, 제일 먼저 구글이나 애플이 30%를 떼어가고 7천만 원이 남는다. 이후 카카오톡이 다시 7천만 원의 30%인 2천1백만 원을 떼어가고 4천9백만 원의 수익이 남게 된다.
이를 개발사 혼자 벌어 들인다면 상황은 좀 낫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개발사 입장에서는 수많은 운영 인력과 마케팅 인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배급사(퍼블리셔)를 끼게 되는데, 보통 배급사들은 일정 부분의 MG를 지급하고 수익을 5대5나 6대4로 자신에게 유리하게 가져가게 된다.
이런 구조이다 보니 개발사나 배급사 모두 전체 매출의 20~24% 정도 밖에는 수익을 가져갈 수 없다.
개발사에서는 법인세나 소득세 같은 기본 세금을 처리한 후 카드 수수료와 차기작 투입 개발비, 그리고 현재 서비스되고 있는 게임의 개발비를 빼면 어지간히 벌어서는 손익분기점(BEP)를 맞추기 어렵다.
퍼블리셔도 기본 세금 외에 동시접속자를 맞추기 위한 마케팅 비, 서버비, 카드 수수료, 해킹방지 보안 솔루션 비용, 그리고 미리 지급한 MG를 메꾸고 나면 별반 이익을 얻기 어려운 환경이다.
때문에 이들 개발사나 퍼블리셔가 20명 정도 규모로 한 달에 약 1억 원의 비용을 쓴다고 가정하면, 게임이 적어도 한 달에 4~5억 원의 매출을 발생시켜야 겨우 유지가 가능하다는 결론이 나오게 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현재 스마트폰 게임 시장에서 한 달에 4~5억 원 이상을 벌어들이는 개발사는 넉넉 잡아도 50개가 넘지 않는다. 만약 개발사가 40명 규모라면 적어도 한 달에 게임 매출이 8억 원은 넘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오는데, 이 경우 적어도 구글 매출 순위 20위 안에는 게임을 입성시켜야 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국내 스마트폰 게임업계에서는 하루가 멀다하고 문을 닫는다는 소식이 들려오고 있다.
실제로 7~8명 정도로 구성된 스타트업 회사는 6개월을 버티지 못하고 하루에도 수십 개씩 무너지고 있으며, 중견 게임사들 또한 6개월 뒤
연락해보면 사라진 경우가 부지기수다. 1천 명 넘게 직원을 보유하고 있는 대형 게임사들 또한 20~30% 가까이 계속 구조조정을 진행하는 등
총체적 난국이라고 할 수 있다.
게임을 성공했더라도 돌아오는 리워드가 적고, 또 게임의 수명이 온라인 게임처럼 한 번 떴다 하면 5~6년 이상씩 유지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작은 회사 건 큰 회사 건 계속적으로 게임을 히트시키지 않으면 유지되지 않는 시장이 되어버린 것이다.
실례로 ‘윈드러너’를 히트시킨 위메이드의 경우 범국민적 인기로 사랑을 독차지 했었지만, 2년정도 새로운 신작을 히트시키지 못하자 많은 스마트폰 개발팀을 축소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렇게 시장 분위기가 각박해지면서 업계 관계자들은 플랫폼 홀더들이 수수료를 낮추는 것이 현실적인 대안이 될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특히 최근 플랫폼들의 마케팅 영향력이 떨어지면서 이 같은 목소리가 점점 더 커지는 상황이다.
하지만 구글이나 애플과 같은 글로벌 사업자들이 수수료를 낮추긴 만무하고, 카카오톡과 같은 플랫폼 홀더 또한 전체 매출 중에 게임업계에서 돈을 빨아들이는 비중이 90%가 넘기 때문에 절대로 그럴 수가 없다는 입장이다.
때문에 최근에는 카카오톡과 같은 플랫폼을 배제하며 사업을 진행하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는데, 이 또한 수많은 경쟁 속에서 버티기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개발사 입장에서는 A안도 B안도 좋지 않은, 선택권이 없는 상황이라고 할 수 있는 상황이다.
이 같은 상황을 보며 업계의 한 관계자는 "스마트폰 게임 시장이 '황금알을 낳는 시장'이라는 말은 옛말."이라며 "상위 몇 개 게임이 수억 원씩 벌어들인다고 해서 전체적으로 돈을 버는 게 아니다. 절대 착각하면 안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만약 스마트폰 게임 시장에 신규로 진출하고 싶다면 그 어떤 시장보다 어렵고 힘겨운 시장 임을 각오하고 들어와야 한다. 창작자에게 들어오는 것이 적은, 유통 구조가 너무 비대한 사업환경이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