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산업 위기보고서] 한국의 게임규제를 바라보는 외국의 시선

[게임산업 위기보고서 4부: 세계가 바라보는 게임]
3화. 한국의 게임규제를 바라보는 외국의 시선

[본지에서는, 대형 기획 '대한민국 게임산업 위기보고서 : 그래도 희망은 있다'를 통해 한국 게임산업에 대한 객관적이고 현실적인 내용을 다룰 계획이다. 이번 기획이 한국 게임산업의 총체적 위기를 진단하고, 한국 게임사들에게 진정한 위기를 타파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한국의 게임 시장은 전세계가 배울만합니다. 하지만 전세계 입법가들이 한국의 게임정책에 대해서는 배우지 않았으면 합니다"

유니티의 CEO 데이빗 헬가슨이 지난 4월 실시된 유니티 개발자 컨퍼런스 ‘유나이트 코리아 2014’에서 한 이야기다.

2013년 서강대에서 개최된 글로벌 게임잼 행사에서 한국의 게임규제에 대해 ‘Bull Shit’이라는 단어를 언급하기도 했던 그는 한국 정부의 게임규제 움직임에 대해 강력한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는 대표적인 해외의 게임 관계자다.

데이빗 헬가슨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한국의 게임규제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가 북미, 유럽 등지에서도 일어나고 있다. 아시아의 한 국가에서 시행되는 정책에 대해 해외의 게임 관계자들이 우려의 목소리를 보내는 것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하나는 한국 게임시장을 주목하는 해외 관계자들이 많다는 이야기며, 다른 하나는 그 정도로 정부의 게임규제 정책이 국제적인 정서에 비추어 봤을 때 황당한 것이기 때문이다.

유나이트 2014
유나이트 2014

지난 6월. 미국의 게임산업협회인 ESA(Entertainment Software Association)은 한국의 국회의원들을 상대로 성명서를 제출했다. 한국의 게임중독법에 대한 공식적인 반대 입장을 밝히는 성명서였다.

‘중독 예방, 관리 및 치료를 위한 법률안’. 일명 ‘신의진법’을 향하고 있는 이 성명을 통해 ESA는 게임을 알코올과 마약과 함께 중독성이 있는 것으로 규정한 것은 전례가 없으며, 인터넷 사용이 정신병 진단의 기초가 될 수 있냐에 대해 의학계에서도 의견이 분분한 가운데 게임을 중독물질로 규정하는 것은 정당하지 않다고 이야기 했다.

또한 과도한 규제로 인해 한국의 게임산업이 침체에 빠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결국 국제 게임시장에서 한국의 명성이 빛을 잃을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유럽 게임 개발자 협회인 EGDA(European Game Developers Association)도 같은 시기에 한국인터넷디지털엔터테인먼트 협회에 서신을 보냈다. 이 서신의 내용 역시 ESA가 한국에 전달한 성명과 마찬가지로 국내 게임규제에 대한 우려로 가득했다. 미국, 캐나다, 영국, 스페인, 이탈리아 등 다양한 국가에서 한국의 게임규제를 심각하게 바라보고 있다는 이야기다.

esa
esa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의 마이크 모하임 대표도 지난 2013년에 국내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한국의 게임규제에 대해 안타깝다는 의견을 보인 바 있다.

당시 마이크 모하임 대표는 “규제 법안이 통과되면 한국 게임산업은 어려운 상황에 봉착할 것이다. 우리들은 해외 업체이기 때문에 여러 선택을 할 수 있지만, 한국 업체들은 그렇게 할 수 없다. 동종 업계인으로서 안타까운 일이다”라고 말하고 “한국은 게임회사를 운영하기에 가장 어려운 환경이다”라는 이야기도 덧붙였다. 한국 시장에서 성과를 거두고 있는 해외 게임사의 대표마저도 한국 게임시장의 상황을 낙관적으로 바라보고 있지 않고 있다는 점은 많은 점을 시사한다.

해외 게이머들의 반응은 좀 더 원색적이다. “한국인들은 선풍기 켜놓고 자면 죽는다는 말을 하더니, 이젠 게임이 마약이라는 이야기까지 하는구나”, “모든 스포츠와 예술도 금지시키지 그러냐?”, “정신적 중독을 걱정하는 거라면, 모든 것에 중독될 수 있는데 왜 게임만 건드리는지 이해가 안 간다. 육체적 중독을 우려하는 거라면 더더욱 이해가 안 가고” 등의 반응을 보였다.

몇몇 해외 기업들은 국내에서 게임에 대한 규제 움직임이 커지자 한국의 게임사들을 해외로 유치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기도 했다. 지난해 열린 지스타 2013에서 독일의 노르트라인 베스트팔렌 주는 ‘한.독 게임산업 세미나’를 개최하고 한국 게임사들이 독일에서 게임 개발을 하면 1억 4천만 원 가량을 지원하겠다고 제안하고 ‘독일은 한국 게임사들의 탈출구가 될 것이다’라는 이야기를 하기도 했다.

영국은 정부 차원에서 한국 게임업체의 영국 진출을 독려하는 모습이다. 영국은 아예 영국외무성(FCO)와 무역투자청(TIGA)이 지스타 2013 현장에 자리해 ‘영국은 세계적인 히트작을 개발한 국가다’라고 자국을 홍보하고, 한국의 게임사들이 해외 이전을 고려한다면 그에 가장 적합한 인프라를 갖춘 영국이 제격이라고 홍보하기도 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한국의 게임규제 논란을 두고 해외는 우려의 목소리를 보내는 한편, 자국 게임산업의 부흥기를 열 수 있는 기회로 여기는 분위기다. 게임규제를 통해 단순히 국내 게임산업이 위축되는 것을 넘어 한국의 기술력으로 타국의 게임산업이 발전하게 되는 한국 입장에선 최악의 결과를 맞이할 수도 있는 상황이 다가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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