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준 기자의 놈놈놈] 엑스박스 원 출시 편
마이크로소프트의 신형 비디오게임기 엑스박스 원(Xbox One)이 지난 9월 22일. 드디어 국내에 정식으로 출시됐다. 지난 2013년 11월에 북미 시장에 출시된 이후 약 10개월 만에 한국에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엑스박스 원은 출시 이전부터 게이머들 사이에서 큰 화제를 몰고 다닌 게임기다. 신형 비디오게임기라면 게이머들의 관심을 사로잡는 것이 당연한 일이겠지만, 엑스박스 원에 모여드는 관심은 여타 신형 비디오게임기들이 받는 그것과는 조금은 달랐다.
멀티미디어 기능을 강조했지만 게임기로서의 하드웨어 성능이 경쟁기종인 플레이스테이션4에 비해 부족했고, 가격은 더 비싼 편이었다. 때문에 기기의 성공에 대해 부정적인 시선까지 감수해야 했던 것이 기기 출시 이후 엑스박스 원이 걸어온 행보다.
하지만 이런 것과는 별개로 여전히 엑스박스 원에 대한 지지를 보내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엑스박스 원에서만 즐길 수 있는 독점 타이틀이 건재했기 때문이다. 한국에도 같은 이유로 엑스박스 원의 출시를 기대하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9월 22일은 단순히 게임기 하나가 출시된 날이 아니라 이러한 한국의 엑스박스 원 팬들의 꿈이 실현된 날이기도 했다.
김한준 기자(이하 까는 놈): 지난해 12월 17일에 플레이스테이션4가 출시됐고, 이번에 엑스박스 원이 출시됐으니 드디어 한국에도 차세대 게임시장의 막이 열렸다고 할 수 있겠지.
조영준 기자(이하 편드는 놈): 위유의 정식출시가 끝나야 진정한 차세대 게임시장의 막이 열리는 것 아닐까요.
까는 놈: 엑스박스360, 플레이스테이션3와 성능 면에서 어깨를 나란히 하는 녀석을 나는 차세대 게임기로 인정할 수 없어 -_-;
조광민 기자(이하 말리는 놈): 6월에 가격 정보가 공개되기 이전까지만 해도 ‘국내에 출시가 되긴 하는거냐?’라는 말이 많았는데, 결국 출시가 되긴 됐네요.
까는 놈: 그 당시에 가격이 비싸게 책정되는 바람에 서명운동까지 진행됐을 정도였는데… 결국 당시 발표 가격보다 인하된 가격으로 기기가 출시됐지. 문제는 출시 전에도 논란이 많았는데 출시 이후에도 구설수에 오르고 있다는 점인데…
말리는 놈: 구설수라면?
까는 놈: 일단 영등포 타임스퀘어에서 진행된 출시 이벤트부터 게이머들 사이에서 말이 많아. 왜 게임과는 별 상관 없는 곳에서 진행했냐는 이야기는 넘어가더라도 사람들이 그다지 많이 몰려들지 않아서 허전했거든.
편드는 놈: 게임기라고 해서 굳이 게임과 관련 있는 곳에서만 행사를 진행해야 한다면, 행사가 열릴 수 있는 곳이 너무 제한적이지 않나요? 용산이나 국제전자상가 근처 말고는 없을 것 같은데요. 그리고 엑스박스 원 자체가 게임기 기능 이외에 멀티미디어 기능을 강조하면서 전통적인 게임기에서는 찾을 수 없는 면을 강조했으니, 행사도 일반적으로 게임기 출시행사가 이뤄지는 곳이 아닌 곳에서 개최했다고 풀이할 수도 있구요.
까는 놈: …너 정말 그렇게 생각하냐?
편드는 놈: 아니. 뭐. 굳이 말하자면 뭐 그렇다는 겁니다만…
까는 놈: 멀티미디어 기능을 강조하고 기존 게임기와는 차별화를 두고 싶었다면, 엑스박스 원을 활용해서 국내에서 즐길 수 있는 콘텐츠를 사전에 공개했겠지. 공개된 콘텐츠도 없고, 그러한 시도도 없는 걸로 알고 있는데, 과연 그런 의미를 담아서 영등포 타임스퀘어에서 행사를 진행했을까? 그리고 행사 현장에서도 ‘이런 게임을 즐길 수 있습니다~’ 정도로 부스가 설치됐어. 멀티미디어 기능이 강조된 부스는 눈에 보이지도 않았다.
말리는 놈: 그래도 관람객이 없다고 한 것 치고는 제법 많은 사람이 오지 않았나요?
까는 놈: 플레이스테이션4 출시 행사 분위기와는 너무 달랐어. 그 당시에는 차세대 게임기라는 것이 국내에 출시된다는 것 자체에 의의를 두고 사람들이 몰린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반대로 이번 행사는 유동인구가 훨씬 많은 영등포 타임스퀘어 로비에서 진행이 됐다고. 그걸 감안하면 집객에 실패한 거 아니야? 그리고 네가 말한 그 많은 사람들이 엑스박스 원을 위해 자리한 게 아니라 지나가다가 잠깐 들른 사람들까지 포함되어 있다면, 순수하게 행사를 위해 자리한 사람들의 수는 더욱 적다는 거야.
편드는 놈: 엑스박스 원의 인기가 없어서 그리 됐다고 생각하시나요?
까는 놈: 아니. 기기에 대한 홍보 자체가 너무 없었던 탓이라고 생각해. 출시 이전부터 기기에 대한 출시 정보가 너무 부족했고, 이번 행사도 이런 식으로 진행한 것을 보면 한국마이크로소프트 게임사업부가 국내에서 엑스박스 원을 판매하는 것에 큰 의지가 없다고 밖에는 보이지 않아. 아니면 이들 업무를 대행하고 있는 대행사가 게임 시장에 대한 분석을 제대로 하지 못 했거나.
말리는 놈: 엑스박스 원 출시 전에 기기에 대한 홍보가 너무 없고 정보도 전혀 없다고 불만을 갖는 이들이 굉장히 많긴 했어요.
까는 놈: 게임 사업 철수하는 거 아니냐는 걱정까지 나왔을 정도니까.
편드는 놈: 그래도 출시는 됐고 기기 완성도도 높은 편이라 이제 게임을 즐길 일만 남았지요. 즐겁게 즐기면 되는 일 아니겠습니까?
까는 놈: 출시 이후에도 문제가 발생하고 있어서 말이야. 일단 예약구매자들보다 출시 행사 이후에 매장에서 기기를 구매하는 사람들이 혜택을 더 받았어. 소매점에서 게임을 구매자들에게 끼워주기 시작했거든. 데스티니를 끼워주거나 타이탄 폴을 끼워주는 소매점이 제법 많았는데… 예약구매자들이 오히려 혜택을 못 받게 된 거지.
편드는 놈: 아니 그런거야 소매점에서 알아서 진행한 건데 그런 것까지 뭐라고 하면 됩니까.
까는 놈: 게임을 하는 사람들 입장에선 소매점도 하는 걸 한국마이크로소프트가 못 했다는 걸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다고. 뭐 반대로 소매점이니까 마음대로 끼워서 팔 수도 있다고 볼 수 있지만… 전국의 다양한 매장, 혹은 이마트, 홈플러스 같은 할인마트에서 일괄적으로 이러한 식의 서비스를 제공한 것을 보면 단순히 이게 소매점 차원에서 진행된 판촉행사의 일환인지는 생각해 볼 필요가 있지.
말리는 놈: 그래도 받은 사람들에겐 좋은 일 아닌가요?
까는 놈: 내가 말하고자 하는 건, 예약구매자들에게는 왜 이런 혜택을 주지 않았느냐에 대한 이야기야. 예약구매자가 못 받았으니까 다른 사람들도 아무것도 주지 말자는 소리가 아니라. 이 둘은 전혀 다른 이야기다?
게다가 정작 예약구매자 중에는 출시가 되고 나서 며칠이 지나서야 기기를 받은 사람들도 나왔어.
편드는 놈: 그거야 택배가 늦게 도착해서 그런 걸 수도 있잖습니까?
까는 놈: 뭐 이런 부분이야 총판, 택배업체의 문제라고 생각할 수도 있긴 하지. 하지만 이런 일들이 반복되면 아까 말한 것처럼 게임사업 자체에 의지가 없는 걸로 비춰 보일 수도 있다고.
말리는 놈: 그래도 의지는 있는 것 같은데요. 한글화 타이틀을 출시하겠다는 발표도 있었고, 작업도 진행 중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까는 놈: 한글화 이야기 잘 했다. 분명 지난 9월 3일 실시한 엑스박스 원 쇼케이스에서는 포르자 호라이즌2를 한글화 하겠다고 발표를 했는데, 이게 은근슬쩍 비한글화로 변경됐더라? 그나마 이것도 게이머들이 총판에 전화해서 ‘이거 한글화 됩니까?’라고 확인해서 먼저 안거야.
아니 무슨 엑스박스 원이 신주단지도 아니고. 왜 이리 정보를 꽁꽁 숨겨놔? ‘궁금증을 해소하는 과정에서 150가지 다양한 재미를 찾아보세요’라고 말하고 싶은 거야? 알려주는 게 왜 이리 없어? 엑스박스원을 담당하는 부서 혹은 직원은 이런 정보를 구매자들에게 알려주기 싫은 거야 아니면 아는 게 없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