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산업 위기보고서] 세계의 게임사가 모여드는 캐나다 퀘벡

[게임산업 위기보고서 4부: 세계가 바라보는 게임]
5화. 세계의 게임사가 모여드는 캐나다 퀘벡

**** 캐나다가 변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어학연수나 이민에 주된 관심이 쏠린 캐나다가 이제는 전세계 게임 산업에 막강한 영향을 미치는 IT 엔터테인먼트 강대국으로 서서히 발돋움하고 있는 것이다.

캐나다 게임
캐나다 게임

캐나다 엔터테인먼트 소프트웨어 협회(이하 ESAC)의 2013년 보고서에 따르면, 캐나다의 비디오 게임 산업 규모는 약 2십억 달러(한화 약 2조 1억 원) 수준이며, 약 1만 6천여 명이 게임 직종에 종사하고 있고 약 348개의 회사가 캐나다에 상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성장에 힘입어 캐나다는 미국 비디오 게임 산업의 중심지로 꼽히는 캘리포니아와 오랜 시간 동안 세계 비디오 게임산업을 주도해온 일본에 이은 세계에서 3번째로 큰 규모의 비디오 게임 개발국가로 성장했다. 특히, 스마트폰의 보급을 통해 대두된 모바일게임 시장에 대한 비중이 빠르게 높아지고 있어 이 같은 성장세는 더욱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상황이다.

한가지 흥미로운 것은 이 같은 게임 분야의 성장이 불과 5년이 채 지나지 않은 짧은 기간 동안 이뤄졌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처럼 급격히 성장한 캐나다의 게임 산업의 원동력은 과연 무엇일까?

국내외 전문가들은 이 같은 캐나다의 게임 산업의 급격한 성장에는 퀘벡과 몬트리올, 밴쿠버 등의 도시들을 중심으로 한 적극적인 게임 산업 지원 정책이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고 지적한다.

캐나다는 10개의 주(州)와 3개의 준주(準州)를 중심으로 연방을 이루고 있는 연방 공화국으로, 미국처럼 각 주마다 법률과 규제가 모두 다르게 이뤄져 있다. 때문에 각 주마다 자신들의 상황에 맞는 탄력적인 법안을 상정할 수 있었고, IT 산업군 중에서도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게임산업에 주목한 몇몇 주들이 이를 적극 지원 하는 정책을 내놓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퀘벡
퀘벡

이중 가장 두드러지는 도시가 바로 퀘벡이다. 퀘백 주정부의 경제개발공사인 'Investissement Quebec'은 ‘정부지원프로그램’을 통해 약 86개 회사(2013년 기준)을 지원 중에 있다. 이 프로그램의 핵심은 게임 개발사의 급여로 지급되는 돈의 30%를 ‘세금환급’ 방식으로 지원한다는 것이다.

만약 하나의 회사에서 1년 인건비로 1,000원을 지급했다면, 300원을 정부에서 회사로 되돌려 주는 셈. 더욱이 프랑스어를 공용어로 사용하는 퀘벡 주의 특성을 고려하여 게임에서 지원하는 언어 중 프랑스어가 포함되어 있다면 세금 감면 범위를 최대 7.5%를 추가하는 지원 정책 역시 시행 중이다.

이 같은 정책의 성과는 실로 놀라웠다. 현재 퀘벡에는 캐나다 전체 게임기업의 70%가 상주해 있는 상태이며, 8,000개 이상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있는 것은 물론, 30대 이상 종사자의 경우 연간 약 72,000 달러(한화 약 7,603만 원)의 수익을 벌어들이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또한, 임대료 지원 및 고급 인력 수급을 위해 대학과 연계된 탄력적인 인력 시장이 운영되는 등 게임 개발사의 가장 큰 고민 중 하나인 재정, 인력수급을 해결할 수 있는 다양한 정책 역시 함께 진행 중이라는 것도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퀘벡에 상주한 기업들도 범상치 않다. 2000년대 들어 가장 많은 밀리언셀러 프렌차이즈를 보유하고 있는 유럽의 거대 게임사 유비소프트, 일본의 대표 게임사인 스퀘어에닉스, 배트맨 아캄 시리즈로 명성을 높인 워너브라더스 게임, 모바일게임의 강자 게임로프트, 세계 최대 게임사로 손 꼽히는 EA 스튜디오 등 세계 게임시장을 움직이는 게임기업들이 앞다투어 상주해 있는 것이다.

아울러 어썌신크리드 시리즈, 배트맨 아캄 시리즈, 스프린터 셀, 데이어스 EX 등 전세계 게이머들이 손꼽아 기다리는 게임들이 바로 이 퀘벡의 게임 스튜디오에서 탄생했다. 단순히 세금감면을 위해 차린 스튜디오가 아닌 실제 게임을 개발하고, 출시하는 중요 개발사로 성장하고 있는 모습이다.

워너 브라더스 몬트리올
워너 브라더스 몬트리올

퀘벡 주의 대표 도시 중 하나인 몬스트리올에 위치한 ‘워너브라더스 게임 몬스트리올’의 대표 마틴 캐리어는 “퀘벡은 최고의 게임 개발 센터 중 하나이며, 창의적이고 재능 있는 인력은 물론, 정부 지원을 통한 저렴한 비용과 자유로운 생활 방식은 우리 같은 게임 스튜디오에게 동기를 부여하기에 충분하다”고 전하기도 했다.

더욱이 최근 무섭게 성장하고 있는 모바일게임의 경우 유럽의 모바일 게임 개발사들이 속속 퀘벡 주로 진출하고 있는 모습이다. 특히, 미국과 흡사한 유통 시장과 게이머의 스타일을 가지고 있어 북미 서비스 런칭 이전 좋은 리소스를 제공하기 때문에 미국 시장에 진출하기 전 교두보 역할을 하고 있어 점점 더 캐나다 시장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 같은 성장은 고스란히 퀘벡의 젊은이들에 대한 혜택으로 이어졌다. 과거 퀘벡의 대학들의 경우 농업 및 산업 중심의 학문이 인기를 끌었으나, 세계 거대 게임사들의 진출로 인해 현재는 소프트웨어 개발 및 디자인, 기획 등 IT 분야의 학문을 중점으로 수업이 진행되고 있다.

특히, 전세계의 내로라하는 게임사들이 현지의 우수한 인력을 양성하기 위해 다양한 투자를 진행하고 있으며, 유명 게임을 개발한 개발자들과 호흡하여 게임 개발의 노하우를 전수받을 수 있어 다른 국가보다 더욱 친밀한 게임 개발환경이 자연스럽게 구축된 모습이다.

위에서 보듯 퀘벡 주는 게임을 개발할 인프라도 없었고, 많은 돈을 들여 게임을 개발하려 하지도 않았다. 단지 세금 감면과 인프라 지원이라는 ‘외화 유치’의 가장 기본적인 정책에 충실했을 뿐이었다.

퀘벡 유비소프트
퀘벡 유비소프트

하지만 이 같은 노력은 결국 퀘벡 주를 캐나다 게임산업의 중심지로 만들었으며, 이 같은 정책은 현재 다른 주에서도 앞다투어 실시하고 있는 좋은 본보기로 남았다. 성장세의 산업을 주시한 정부의 발 빠른 움직임과 이에 동조한 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퀘벡 주를 불과 4년 만에 전세계 게임산업의 중요 도시로 탈바꿈 시켜놓은 셈이다.

무에서 유를 창조하듯 이제는 게임 산업의 중심으로 떠오른 퀘벡 주. 한때 전세계 온라인게임 시장을 호령했지만 각종 규제와 게임 죽기기 식의 보도로 인해 무섭게 쇠퇴하고 있는 국내 게임산업이 비교되는 것은 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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