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산업 위기보고서] 관광대국 일본, 그 뒤에는 만화와 게임이 있다
[게임산업 위기보고서 4부: 세계가 바라보는 게임]
8화. 관광대국 일본, 그 뒤에는 만화와 게임이 있다
[본지에서는, 대형 기획 '대한민국 게임산업 위기보고서 : 그래도 희망은 있다'를 통해 한국 게임산업에 대한 객관적이고 현실적인 내용을 다룰 계획이다. 이번 기획이 한국 게임산업의 총체적 위기를 진단하고, 한국 게임사들에게 진정한 위기를 타파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흔히들 관광산업을 고부가가치 산업이라고 일컫는다. 실제로 세계의 관광산업은 전세계 GDP의 10.7%를 차지하는 거대 산업으로 자리했다. 일자리 창출 효과와 내수 활성화를 모두 노릴 수 있는 이점 때문에 한국은 물론 세계의 다양한 국가가 관광산업 발전을 위해 열을 올리는 것이 작금의 현실이다.
관광산업이 발전함에 따라 단순히 여행지에 가서 먹고 마시는 것을 넘어, 여행지에서 ‘무엇을 즐길 것인가’를 고려하는 시대도 찾아왔다. 소비를 위한 여행에서 콘텐츠 산업의 면모까지 갖춰가기 시작한 셈이다. 세계 각국은 자국을 찾는 관광객들을 위해 이러한 콘텐츠 발굴에 열을 올리고 있다.
관광산업이 활성화 된 국가로 손꼽히는 일본은 자국이 자랑하는 산업군인 만화와 게임을 콘텐츠로 활용하기 시작한 대표적인 국가다. 만화나 게임 속에서 보던 인물을 만나고 음식을 맛보고, 작품 속에서 캐릭터들이 활동하던 지역을 직접 돌아다닐 수 있는 관광 콘텐츠는 만화, 게임 마니아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라면 도쿄 오다이바에 자리한 실제 크기의 건담 모형을 꼽을 수 있다. TV 애니메이션 기동전사 건담 시리즈의 방송 30주년을 맞이해 만들어진 이 모형을 찾기 위해 건담을 사랑하는 많은 이들이 찾아들기도 했다.
물론 오다이바의 관광 명소가 실제 크기의 건담 모형만 있는 것은 아니다. 애초에 오다이바는 후지TV 스튜디오, 레인보우 브릿지, 도쿄 빅 사이트 등의 명소와 다양한 쇼핑몰이 자리해 관광객들에게 인기가 높은 지역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렇게 잘 알려진 관광명소에 애니메이션 캐릭터가 자리해 인기를 얻고 있다는 것은 나름의 상징성을 지니기도 한다.
일본의 돗토리 현은 관광산업 활성화를 위해 만화 캐릭터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대표적인 지역이다. 인구가 겨우 60만에 불과할 정도로 낙후된 지역이기도 한 돗토리 현은 경제 활성화를 위해 관광산업에 주력하고 있다. 하지만 돗토리 현에서 관광지로 내세울만한 곳은 일본 최대의 사구로 불리는 ‘돗토리 사구’ 이외에는 찾기 어렵다.
하지만 돗토리 현에 속한 몇몇 도시는 만화를 내세워 관광객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국내에도 잘 알려진 만화 명탐정 코난의 작가인 아오야마 고쇼의 고향인 호쿠에이초는 마을 곳곳에 코난 캐릭터를 활용한 각종 조형물을 조성해 화제가 된 바 있다.
또한 ‘게게게의 키타로’의 작가인 미즈키 시게루의 고향, 사카이미나토 역시 이러한 점을 강조해 ‘게게게의 키타로’를 모티브로 한 상점가인 ‘미즈키 시게루 로드’와 원작에 등장하는 요괴의 이름을 각 역에 애칭으로 붙인 ‘요괴 열차’ 등의 관광 콘텐츠를 발굴했다. 이 밖에도 거리 곳곳에서 원작의 캐릭터의 형상을 한 우체통과 인형을 만나볼 수도 있도록 했다.
이 밖에도 현재 일본 최대의 히트작인 원피스의 세계관을 살려낸 유니버설 스튜디오, 슬램덩크의 오프닝 장소로 유명한 가마쿠라도 만화 속에 등장하는 캐릭터와 장소를 직접 만나보고 방문하기 원하는 이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만화를 관광 콘텐츠로 활용하려는 노력 이외에 최근에는 게임을 관광 콘텐츠로 만들어나가는 모습도 눈에 띈다.
일본 나가사키 현 사세보에 자리한 하우스텐보스는 유럽의 풍경을 재현한 리조트로 관광객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는 관광지이지만 올해 7월에 게임을 테마로 한 새로운 볼거리를 추가하며 관광 콘텐츠 발굴에 몰두하는 모습이다.
'하우스텐보스 게임박물관'은 단순히 기기와 전시품을 관람할 수 있는 것을 넘어 게임 세계를 체험할 수 있는 '캐릭터 스튜디오', 게임 속 최첨단 기술을 가상 현실에서 만나볼 수 있는 '게임 퓨처' 등의 체험관을 통해 40년 역사를 자랑하는 일본의 게임을 직접 만나볼 수 있도록 한 것이 특징이다.
흥미로운 것은 이 박물관을 위해 일본의 게임산업에서 활약하고 있는 소니컴퓨터엔터테인먼트, 세가, 닌텐도, 캡콤 등의 업체가 서로 협력하고 있다는 점에 있다. 물론, 한국에도 넥슨의 지주회사인 NXC가 설립한 '넥슨 컴퓨터 박물관'이 있지만, 다수의 업체가 참여해 만든 박물관은 아니기에 '하우스텐보스 게임박물관'과는 약간의 차이를 보인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관광산업에 기존의 콘텐츠가 결합되어 새로운 관광문화가 만들어지는 것은 최근의 관광산업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는 사례다. 이웃나라 일본의 이러한 콘텐츠 중심적인 관광상품 개발은 한국 관광산업과 게임산업에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고 있다. 또한 정부도 이러한 점을 고려해 정책을 만들어나간다면 기존에 없던 새로운 수익모델을 개척할 수도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