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준 기자의 놈놈놈] 벌레공주 편

‘당신이 가장 좋아하는 게임 장르를 순서대로 나열하시오. (주관식 4점)’라는 질문을 받는다면, 어떻게 쓰고 싶은가? 개인적으로는 스포츠, 대전액션 장르를 가장 먼저 쓸 것이고 그 다음에 아마 ‘슈팅게임’을 쓸 것이다. 그것도 FPS나 TPS가 아닌 흔히들 ‘비행기 게임’이라고 말하는 횡스크롤 혹은 종스크롤 슈팅게임 말이다.

슈팅게임의 재미라면 역시 화끈함이 아닐까 한다. 날아드는 적기와 ‘너를 가만 두지 않겠다’는 의지가 느껴질 정도로 날아드는 공격을 피해 적들을 인정사정 없이 격추시키는 재미는 슈칭게임이라면 어느 게임이라도 빠짐 없이 갖추고 있는 덕목이라 하겠다.

특히, 최근의 슈팅게임은 과거에 비해 한 화면에 표시되는 적탄의 수가 엄청나게 많아진 것이 특징이다. 탄막슈팅이라 불리는 이러한 슈팅게임의 형태는 1990년대 중반, 배틀 가레가를 시작으로 인기를 얻기 시작했으며, 2000년대에 들어서는 대부분의 슈팅게임이 탄막슈팅의 형태로 출시되기 이르렀다.

이러한 탄막슈팅 장르 중 가장 널리 알려진 게임 중 하나인 벌레공주가 최근 NHN엔터테인먼트를 통해 구글 플레이에 출시됐다.

김한준 기자(이하 까는 놈): 벌레공주라고 해서 다운로드 받았는데 벌레공주가 아니라 벌레공주 후타리의 이식작이더만. 왜 이름을 벌레공주로 했는지 모르겠네. 일단 실상은 벌레공주 후타리의 이식작이지만 기사에서는 벌레공주라고 표기하자고.

조영준 기자(이하 편드는 놈): 스마트폰 성능이 나날이 발전하더니 결국엔 스마트폰에서 탄막슈팅을 즐길 수 있는 날이 왔군요. 슈팅게임 팬들에겐 즐거운 소식이네요.
조광민 기자(이하 말리는 놈): 스마트폰 성능이 좋아진 것과 연관이 있는 부분인가요?

놈놈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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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는 놈: 한 화면에 처리해야 할 탄막의 양이 엄청나게 많다보니… 아무래도 기기의 성능이 좋아야 제대로 구현할 수 있거든. 오락실에서도 탄막이 심하게 쏟아지면 게임 속도가 느려지는 일도 있었으니까. 예전에 Xbox360으로 벌레공주 후타리가 이식 될 때에 원 개발사인 케이브가 아닌 M2가 이식을 했는데, M2가 개발한 엔진이 아니었으면 Xbox360이 뻗어버렸을 수도 있다고 케이브가 말했을 정도라고.

편드는 놈: 헐. 레드링 유발자가 될 뻔 했네요.

말리는 놈: 으으. 탄막슈팅을 잘 하는 사람을 보면 신기하기는 한데, 정작 화면을 보고만 있어도 질릴 정도로 총알이 쏟아지다 보니까 막상 게임을 하는 건 꺼려지게 되던데요.

까는 놈: 그 총알을 피하는 것에서 재미를 느끼는 건데… 뭐 익스트림 스포츠랑 비슷하다고 할까? 아슬아슬한 재미를 찾는 것이지. 종이 한 장 차이로 적의 공격을 피하면서 아슬아슬한 재미를 찾는건데… 사실 이런 점 때문에 호불호가 갈리는 장르인 것은 맞아. 탄막을 앞두고 도전의식을 불태우는 사람이 있는 반면에, ‘내가 재미있자고 게임하지 스트레스 받자고 게임하냐?’ 하면서 슈팅게임 자체에 흥미를 잃어버리는 경우도 있으니까.

말리는 놈: 보고 있으면 적기를 격추시키는 재미가 아니라 적의 공격을 피하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는데… 이쯤 되면 슈팅게임이 아니라 회피게임이라고 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
까는 놈: 뭐… 실제로 그렇게 부르는 사람들도 있는 거 같기는 하다만. 일단 개발사가 슈팅게임이라고 말하고 있으니까 슈팅게임이라고 인정해 주도록 하자.

편드는 놈: 안드로이드 OS로는 최근에 출시됐지만, 사실 벌레공주는 꽤 된 게임이에요. 케이브가 이 게임을 세상에 처음 선보인 게 2006년이니까… 그리고 2009년에 앞에서 말한 것처럼 Xbox360으로 이식이 됐고, 2012년에는 iOS 버전이 출시가 됐죠. 특히 iOS 버전은 상당히 이식이 잘 됐기에 사람들에게 호평을 받았어요.

까는 놈: 케이브의 다른 게임들은 HD 해상도로 리메이크 되서 출시됐는데 유독 벌레공주 시리즈는 HD화가 안 됐단 말이지. 이게 전통 아닌 전통이 된 건지 안드로이드 버전도 저해상도로 출시가 됐고 -_-

편드는 놈: 안드로이드 버전 벌레공주는 원작과 앞서 말한 이식작과는 약간의 차이를 보여요. 탄막이 쏟아지는 것은 다름이 없습니다만, 캐릭터와 펫, 미니펫에 레벨 개념이 반영됐고, 이들을 얻기 위해서는 뽑기 시스템을 활용해야 하는 것이 가장 먼저 눈에 띕니다.

말리는 놈: 모바일게임을 즐기는 이들에게는 밥 먹고 화장실 가는 것 만큼이나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원작 팬들에게는 다소 불편하게 받아들여질 수 있는 부분이네요.

편드는 놈: 그래도 반발은 덜한 편이에요. 캐릭터, 펫, 미니펫의 종류가 크게 많지 않고, 미니펫을 제외하면 강화나 합성을 할 일도 없거든요. 근래 출시된 부분유료화 모바일게임 치고는 캐시 모델이 굉장이 조금 적용됐어요. 현실과 이상을 어느 정도는 감안을 했달까요?

놈놈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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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는 놈: 시스템에선 그 정도 차이가 있고… 인게임에서도 차이가 좀 있어. 기체가 피격 당하면 잔여 기체가 하나 줄어드는 시스템이 아니라 체력 시스템이 적용됐고, 적을 공격하다보면 게이지가 차오르게 되는데, 이때 사용할 수 있는 스킬의 개념이 추가됐지.

뭐 전방향으로 탄을 발사하거나, 점수 아이템인 호박을 끌어들인다거나, 일시적으로 적의 공격이 몰리지 않도록 하는 스텔스 기능 등이 있더라. 그런데 아무래도 게임성을 크게 좌우할 정도의 위력은 없어. 안 넣으면 심심한데 너무 과하게 성능을 부여하면 자칫 게임성이 변할 수 있으니 원작의 게임성을 훼손하지 않는 선에서 적용했다고 할까?

편드는 놈: 그리고 파워업 아이템이 샷, 레이저, 폭탄으로 변하면서 화면을 돌아다니는 데 이걸 먹으면 파워업 할 수 있는 점도 원작과의 차이점이에요. 스마트폰으로 게임을 즐기게 되면 아무래도 화면이 작아서 적탄을 피하기 쉽지 않은데, 사실 각 캐릭터의 피격판정이 무척 작아서 적의 공격 사이사이로 피할 공간은 충분히 찾을 수 있어요. 물론 적응은 해야 하겠지만.

까는 놈: 국영수 위주로 열심히 공부하면 좋은 대학 갈 수 있다는 것과 똑 같은 말이지 그건. 그래. 네 말마따나 하면 되긴 된다. 어려워서 그렇지. 눈 아프고. 이 게임 너무 어려워.

말리는 놈: 어려운 것이 이 게임의 매력인데, 난이도를 낮출 순 없었겠죠. 그럼 아예 다른 게임이 되어버리는데.
까는 놈: 원작보다 짜증나는 점이 있다는 거야. 내 말은 -_- 아무려면 게임 난이도가 어려워서 이 게임은 나쁜 게임이라고 말하겠냐.

편드는 놈: 원작과 다른 점이 크게 눈에 띄지는 않지 않나요? 제가 설명한 차이점 이외에는 이렇다 할 차이점이 없는데…
까는 놈: 왜 없냐. 있지. 그것도 가장 원초적인 부분에서 차이가 있구만 어떻게 차이점이 없다고 할 수 있냐.

편드는 놈: 뭐요? 설마 ‘조이패드나 스틱을 지원하지 않는다’ 라고 말하고 싶은 건 아니겠죠?
까는 놈: 웃기고 앉았네 -_- 이식 문제인지 아니면 최적화 문제인지 게임의 프레임이 너무 떨어져. 심각할 정도야. 프레임 드랍 때문에 적에게 맞는 경우도 있다니까? 거기다가 왜 화면에 표시되지도 않았는데 탄막부터 쏟아지는 거냐… 아무도 없길래 그 자리로 갔는데 그 찰나에 공격이 날아온다니까?

맞고 나서 ‘이거 뭐야?’ 하고 놀라면, 그제서야 적이 수줍게 ‘헤헤헤…나 사실 여기 있었어’ 이러고 나오는데. 나 죽이겠다고 덤벼드는 놈들이 왜 이렇게 수줍어!! 그리고 확산형 공격인 레이저로 공격을 하면… 화면에 표시되는 탄의 수가 훨씬 많아지다 보니까 게임이 더 끊긴다고. 내가 나를 위기로 몰아넣는 상황이 벌어지는 게임이여.

그리고 아까 이야기 한 파워업 시스템에도 한 마디 해야겠어. 원작은 적의 공격을 받아도 내 공격력이 줄어들지 않아. 파워업 상태가 유지가 되거든?

말리는 놈: 개발사가 보여주는 최소한의 자비심이군요. 피할 공간은 안 줘도, 화력만큼은 남부럽지 않게 쏟아낼 수 있게 해주는 배려심에 눈물이 납니다.

까는 놈: 울지마. 울면 시야가 흐려져서 총알 못 피해. 하여간… 안드로이드 버전은 피격 당하면 파워업 상태가 1단계로 돌아가. 초반에는 상관이 없는데, 후반에는 이게 사람을 진짜 짜증나게 만들어. 적이 죽지를 않거든. 적이 탄막을 형성하기 전에 먼저 격추시켜야 내가 살 확률이 올라가는데, 그러지를 못 하니까 결국 코너에 몰려서 죽게 되는 일이 다반사야.

원작에서도 이런 점을 막기 위해서 파워 레벨을 초기화시키지 않았던 건데… 상황이 이런데 체력 시스템이 적용된 게 무슨 의미가 있냐? 파워 떨어진 놈은 탄막 구경이라도 실컷 하고 죽으라는거야 뭐야?

말리는 놈: 안드로이드 버전 벌레공주의 최고점수 기록이 여타 기종에 비해 유독 낮은데… 이런 문제점 때문인지도 모르겠네요.

까는 놈: 게임을 제대로 즐길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지 않은 상황이니 그럴 수 밖에 없겠지. 이식을 하려면 좀 제대로 하던가… 이러면 고생해놓고 좋은 소리 못 듣는다고. 억울하잖아.

이거 IP를 퍼블리셔가 따와서 개발사에 하청을 준 것인지… 아니면 개발사가 IP를 따와서 개발한 다음에 퍼블리셔를 찾아가서 계약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완성도에 대한 검수를 좀 더 제대로 했어야 하는 건 아닌가 싶어. 캐시 정책을 유하게 적용한 것은 참 좋은데, 게임 완성도에 대한 검수까지 유하게 하면 어쩌자는 거냐.

편드는 놈: 업데이트 통해서 고쳐질 수 있는 문제 아닐까요.
까는 놈: 업데이트 해서 고칠 수 있는 문제면 애초에 문제를 해결하고 출시를 해야지 -_- 할 수 있는 걸 안 하고 출시했다는 소리 밖에 더 되니.

놈놈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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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드는 놈: 그래도 안드로이드 버전의 장점이 없는 건 아니에요. 특히 게임모드를 다양하게 구비해서 색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게 하고 있는 건 높이 평가할 수 있습니다. 혼자서 즐기는 건 물론이고, 다양한 난이도를 선택해서 플레이 할 수 있어요. 이건 원작에도 있던 부분이니 당연하다 할 수 있지만, 스페셜매치 모드나 리얼 배틀 모드를 통해 색다른 도전을 할 수 있는 것도 재미있구요.

특히 리얼 배틀모드는 네트워크 연동을 통해 다른 게이머와 함께 게임을 즐기는 모드인데요. 이게 일반적인 2인용 플레이가 아니라 서로 게임을 진행하고, 게임이 종료된 이후에 누가 더 많은 점수를 획득했냐에 따라 점수와 보상을 이긴 편이 다 가져가는 모드에요. 나름대로 경쟁심을 유발해서 재미있습니다.

까는 놈: 콘텐츠가 다양한 것은 좋긴 하다만. 역시 그래도 원활하게 게임을 즐길 수 있는 환경부터 만드는 게 우선시 됐으면 좋겠네. 내 스마트폰이 나름대로 최신 기종인데도 이런다면, 사양이 조금 낮은 스마트폰에서는 게임을 제대로 즐길 수 있기나 할까 싶거든. 최근 열심히 즐기기는 했는데 일단 나는 프레임이 안정화 되기 전 까지는 플레이를 보류할 생각이야. 탄막 때문에 스트레스 받는 것도 버거운데, 렉 때문에 생기는 스트레스까지 감당하기에 내 멘탈은 너무 연약해.

게임은 무척 재미있어. 특히 안드로이드 OS로 이런 탄막슈팅이 나온 적이 없기 때문에, 모바일게임을 즐기는 이들에게는 무척 신선해. 전에 없던 즐거움과 전에 없던 압박감을 동시에 주는 게임이지. 게이머들이 게임 내적인 요소가 아니라 외적인 요소 때문에 이 게임의 재미를 제대로 찾지 못 하는 일느 없었음면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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