넵튠 시리즈의 SRPG 진출. 초여신신앙 느와르 격신 블랙하트
이 게임을 알기 위해서는 먼저 이 게임의 원점이라고 할 수 있는 초차원게임 넵튠을 알아야 한다. 초차원게임 넵튠은 게임업계와 게임기를 깜찍한 미소녀로 변신시켜 게임에 등장시켜보자는 컨셉으로 만들어진 게임으로, 처음에는 그냥 그저 그런 미소녀 게임으로 끝나나 싶었지만 예상보다 높은 완성도와 미소녀화된 게임기의 독특한 개성이 게이머들을 사로잡아 여러 파상 시리즈와 더불어 리부트까지 나올 정도로 많은 인기를 얻고 있다. 여러 의미로 시대와 상황을 잘 탄 게임이라고 볼 수 있다.
이번에 소개할 게임인 초여신신앙 느와르 격신 블랙하트(이하 블랙하트)는 본편이 아닌 일종의 외전 스토리로 본편에서 언제나 2인자 내지는 놀림 취급을 당하고, 팬들도 넵튠 전용 쿠션(...) 취급을 하고 있는 느와르가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외전이기 때문에 스토리도 본편과 연결되지 않는다. 본편을 해봤거나 알고 있다면 초반 오프닝 스토리에서부터 이건 본편과 관계가 없다는 것이 바로 눈에 보일 것이다. 간략히 이야기 하자면 여신계를 재패한 느와르가 한순간의 실수로 자신이 다스리는 플라네튠의 상태를 이상하게 만들고 그로 인해 여신계 전체가 이상해지면서 그것을 원래대로 복구시키기 위해 노력하면서 본인도 조금씩 성장해 나간다는 스토리이다.
게임 플레이도 다른 넵튠 시리즈와 달리 SRPG 형식이다. 다른 게임과 비교하자면 반프레스토의 슈퍼로봇대전과 유사하다고 볼 수 있는데, 워낙 보편적인 장르이다보니 넵튠 시리즈를 안 해봤다고 하더라도 금방 적응할 수 있다.
기본적으로는 전형적인 SRPG의 내가 먼저 이동과 공격을 하고 턴을 종료하면 적의 턴이 되고 적이 이동과 공격을 하고 나면 다시 내 턴이 돌아오는 패턴이다. 그리고 여기에서 공격이 정면에서 하느냐 좌, 우 측면에서 하느냐, 아니면 뒤에서 하느냐와 지형의 높낮이, 그리고 아이템으로 변경할 수 있는 대응 속성에 따라서 대미지가 달라져 아군 캐릭터와 적 캐릭터의 움직임과 위치 선정에 신경을 써야 한다.
예를 들면 2칸 이상 지형 차이가 나면 공격을 할 수 없으며, 함정에서는 원래대로라면 끝까지 갈 수 있지만 멈춰야 하거나, 대미지를 입는 등 여러가지 지형 효과를 받기 때문에 캐릭터를 이동시키는 것부터가 전략의 시작이다.
또한, 일종의 버프라고 할 수 있는 릴리 부스트라는 요소가 있는데, 공격할 캐릭터의 전후좌우 네 칸에 다른 캐릭터가 있다면 대미지가 상승하고 사용하는 스킬 계열에 소모되는 포인트의 소모량이 줄어들기 때문에 이것을 잘 활용해야 한다.
릴리 부스트 덕분에 게임이 너무 쉬워지는게 아닌가 하는 의문을 가지는 사람도 있을테지만, 실제로 플레이를 해보면 쉽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초반부 아군은 그렇게 강하지 않은데 적은 공격력이 높고, 아군이 아직 쓰지 못하는 넓은 범위 공격을 하기도 해서 몇 대만 맞아도 빈사가 되며, 갑작스런 자폭에 전방에 세워둔 공격진들이 한방에 죽는 경우도 있다. 게임임 시작시의 난이도 선택이 의미가 있는 것인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살벌한 난이도다.
물론, 너무 높은 난이도로 좌절하는 사람들을 위해 퇴각 내지는 전멸로 게임 오버시 나오는 선택지중 하나인 “살살 싸워줘!”를 선택하면 그 스테이지의 적의 모든 능력치가 20% 깎인 상태로 재 도전 할 수 있다. 게다가 이걸로 클리어해도 입수 아이템이나 자금에 손해가 없기 때문에 정 어렵다 싶으면 이 방법으로 진행하면 된다. 아마도 이것이 원래 정상적인 난이도이고, 적용 전의 난이도는 일부러 괴롭히려고 의도적으로 높여놓은 난이도라고 생각된다. 그러니 유료DLC로 각 캐릭터의 최강 장비를 팔고 있는 것 아니겠는가! 그냥 클리어하는 것은 어렵고, 살살 싸워줘를 선택하는게 자존심 상해서 싫다면 돈을 써서라도 깨라는 느낌?
이렇듯 스토리도 별로 연관이 없고, 플레이 방식도 완전히 달라지긴 했지만, 시리즈 고유의 특징이 아예 반영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여러 작품을 통해 계승 발전된 아이템 개발과 디스크 작성 시스템도 등장하고, 여러 캐릭터가 등장하는 만큼 이것저것 볼거리가 많은 시리즈 특유의 개성도 여전하다. 이전 시리즈가 그랬듯 블랙하트 역시 캐릭터 게임이라는 선입견이 미안해질 정도로 다른 SRPG들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은 완성도를 자랑하기 때문에 플레이 내내 다음 장면이 기대가 된다. 그리고 전투 모드에서는 모든 캐릭터들이 SD 체형으로 등장하는데 원작에서 8등신 체형으로 쓰던 기술을 팔다리 짧고 머리만 큰 SD 캐릭터들이 열심히 구사하는 모습을 보면 여러모로 유쾌한 기분이 든다.
DLC를 팔기 위한 의도적인 전략이 아닌지 의심스러운 이해할 수 없는 난이도 문제가 조금 신경 쓰이긴 하지만, 블랙하트의 전반적인 게임 플레이는 꽤 만족스러운 편이다. 레벨업이나 아이템 수집을 위해 한번 클리어한 스테이지를 여러 번 반복해야 하는 경우가 많은 SRPG 특유의 귀찮음이 싫다면 어쩔 수 없지만, 그것만 아니라면 진득하게 플레이할만 하다. 게다가 인기가 많은 대작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꾸준하게 한글화 출시되고 있다는 점도 매력 포인트. 앞으로도 한글화가 쭈~욱 계속되길 바라며 이만 글을 줄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