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산업 위기보고서] 소리소문없는 중국의 자본침투, 이제는 대기업도 예외가 아니다
[지난해에 본지에서는 50부에 이르는 장기 기획 대한민국 게임산업 위기보고서: 그래도 희망은 있다'를 통해 한국 게임산업에 대한 객관적이고 현실적인 내용을 다뤄왔다. 이후에도 본지에서는 한국 게임사들의 위기를 타파하는 계기가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게임산업 위기보고서'를 비정기 연재하기로 했다]
한국 게임사들이 기회의 땅으로만 바라봤던 중국의 역습에 한국 게임 산업 전체가 휘둘리고 있다.
중국발 소식 하나 하나에 게임사들의 주가가 요동을 치는 것은 이미 일상화됐으며, 중국이 움직임을 보일 때마다 한국 게임산업의 서열지도가 바뀌고 있다. 과거에도 자금력이 부족한 신생 개발사들이 중국 자본을 유치하는 경우가 많았으나, 최근에는 한국 게임산업을 주도하고 있는 유명 게임사들까지도 중국 자본의 입김이 닿고 있다.
넷마블게임즈의 탄생은 이 같은 상황을 한눈에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라고 할 수 있다. 넷마블은 지난 2014년 3월 텐센트에게 28% 지분을 내주고, 5300억원 자금을 유치했으며, 기존에 엔씨소프트, 넥슨과 함께 국내 게임산업을 주도하는 4N으로 꼽히던 NHN엔터테인먼트와 네오위즈게임즈를 밀어내고 새로운 3N의 일원으로 발돋움 했다. 텐센트는 5300억원이라는 거금이 소요되긴 했지만, 한국 스마트폰 게임 시장에서 가장 큰 성과를 거두고 있는 게임사의 지분 28%를 확보했을 뿐만 아니라, 넷마블의 강력한 IP도 활용할 수 있게 됐다.
또한, 넷마블이 넥슨과 경영권 분쟁 중인 엔씨소프트의 새로운 파트너로 합류하면서 엔씨소프트에도 텐센트의 입김이 닿게 됐다. 엔씨소프트가 넷마블의 지분 9.8%를 매입하고, 넷마블은 엔씨소프트의 지분 8.9%를 매입하면서 자연스럽게 넷마블의 지분 28%를 가진 텐센트가 엔씨소프트에도 영향력을 끼칠 수 있게 된 것. 산술적으로는 텐센트가 엔씨소프트에 행사할 수 있는 영향력은 2% 정도에 불과하지만, 미묘한 긴장관계에 있는 엔씨소프트와 넥슨의 현 상황을 감안하면 이 2%를 단순한 2%로 보기 힘들다.
이 기업들 외에도 텐센트의 영향력 아래 있는 국내 게임사들의 면모를 살펴보면 놀라울 정도다. LOL로 국내 온라인 게임 시장을 거의 장악 하다시피 한 라이엇게임즈코리아는 텐센트가 본사 지분의 90%를 확보하고 있어 사실상 텐센트의 자회사이며, 국내 모바일 게임 시장에서 가장 강력한 플랫폼인 카카오게임하기를 운영하고 있는 다음카카오 역시 텐센트가 9.9%의 지분으로 3대 주주에 등극해 있다.
또한, 네시삼십삼분과 파티게임즈의 지분 20%를 확보하고 있으며, 자사가 주도하고 있는 캡스톤파트너스를 통해 별이 되어라 개발사인 플린트에 투자하는 등 여러 회사에 자금을 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액이 커서 외부로 알려진 사례만 이 정도이니, 겉으로 드러나지 않은 투자까지 감안하면 텐센트가 한국에 투자한 금액이 1조에 가까울 것으로 추산된다.
이렇게 공격적으로 한국에 투자하고 있는 것은 텐센트만이 아니다. 최근 파이널판타지14 국내 서비스를 발표하면서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액토즈소프트는 샨다게임즈가 지분 51.15%를 확보하고 있으며, 드래곤네스트로 잘 알려진 아이덴티티게임즈 역시 샨다게임즈가 전체 지분의 80%를 보유하고 있다.
이 외에도 알리바바, 공중망, 라인콩, 퍼펙트월드 등 많은 기업들이 한국 게임 시장에 관심을 보이면서 투자 의사를 밝히거나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규제로 인해 게임사에 대한 국내 투자가 위축된 사이에 중국 자본이 빈틈을 파고들어, 한국 게임산업의 뿌리부터 차근차근 잠식하고 있었던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겉으로 드러나지 않았을 뿐 이미 많은 회사가 중국 자본의 영향 아래 있다고 봐야 한다”며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 자국내 게임산업을 육성한 중국과 규제와 진흥 사이에서 오락가락한 한국의 차이가 이 같은 결과를 만든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