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큘러스, 소니, MS의 3종 3색 VR 기기 체험기
현지시각으로 지난 16일부터 18일까지 성황리에 진행된 E3 2015를 통해서는 게이머라면 뜬눈으로 밤을 지새게 만든 다양한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파이널판타지7'의 리메이크, XboxOne의 하위호환을 통한 Xbox360게임의 구동 등 다양한 소식과 최신 게임이 공개된 가운데 현장을 가로지르는 하나의 키워드가 또 있었습니다. 바로 VR(가상현실) 게임입니다.
E3 2015의 전시장 곳곳에는 헤드마운트형 VR기기를 활용한 각종 게임이 전시됐고, 앤트(ANT)VR의 올인원 킷, 머지 랩의 머지(Merge)VR 등 다양한 기기들이 선보여졌습니다. 다만 앞서 소개한 VR 기기들에게는 다소 미안하게도 VR 기기에 대한 주목도는 물론 성능 부분에서도 단연 오큘러스 VR의 '리프트'와 소니컴퓨터엔터테인먼트의 '프로젝트 모피어스'가 최고였습니다. 그리고 마이크로소프트가 지난 1월 공개한 AR(증강현실)기기인 '홀로렌즈'도 빼놓을 수 없는 새로운 형태의 헤드마운트 기기로 주목 받았습니다.
본 기자는 E3 2015가 열린 현장에서 운이 좋게도 오큘러스 VR의 '리프트', 소니컴퓨터엔터테인먼트의 '프로젝트 모피어스', 마이크로소프트의 '홀로렌즈' 등 가장 많은 시선을 끌었던 3개의 헤드마운트형 기기를 모두 체험해볼 수 있었는데요. 이에 대한 소감을 솔직하게 전하고자 합니다.
< 현실을 그대로 담아낸 오큘러스 VR의 '리프트' >
과거부터 VR기기나 VR 관련 게임을 이야기하면 빼놓을 수 없는 곳이 바로 오큘러스 VR입니다. 오큘러스 VR은 이번 E3 2015에 참여해 거대한 부스를 마련했는데요. 이 부스에서는 소비자 버전으로 시판을 앞둔 '리프트'부터 과거 버전이라고 볼 수 있는 'DK2'까지 모두 만나볼 수 있었습니다.
본격적인 체험은 지난 지스타2014를 통해서도 만나볼 수 있었던 'DK2'와 함께 시작됐습니다. 'DK2'는 2016년 출시를 앞둔 '리프트'보다는 성능이나 편의성 면에서 다소 부족하지만, VR의 재미를 만끽하기에는 충분했습니다. 'DK2'를 통해서는 이번에 공개된 새로운 컨트롤러인 '오큘러스 터치'와 함께 게임보다는 VR로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콘텐츠를 만끽했습니다.
새로운 컨트롤러인 '오큘러스 터치'는 트래킹 추적을 통해 엄지의 움직임을 감지하고 두개의 버튼을 통해 검지 그리고 나머지 손가락의 움직임을 제어할 수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실제 체험에서도 이 같은 특징을 만나볼 수 있었는데요. 손가락의 움직임을 활용해 '묵찌빠'를 할 수 있을 정도로 정교한 손동작이 지원됩니다. 버튼 2개가 검지 그리고 나머지 손가락을 담당하는 만큼 중지나 약지, 소지 같은 경우는 따로 움직이지 않고 함께 움직입니다. 다만 사람이 무의식적으로 무엇인가 물건을 집을 때 중지,약지,소지가 함께 움직이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하니 큰 거부감은 없습니다.
'DK2'를 착용한 상태에서는 부메랑을 던지고 다시 잡는 동작, 조립된 상태의 로봇을 분해, 가상현실 내의 패드를 조작해 탱크를 조종하는 등 다양한 재미를 만끽할 수 있었습니다. 여기에 컨트롤러를 활용해 새총을 발사하는 동작은 물론, 가상현실에 함께 있는 다른 사람과 물건을 서로 주고받는 동작도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향후 VR기기를 착용하고 서버 단위로 즐길 수 있는 게임이 등장한다면 새로운 방식의 소셜 게임을 즐길 수 있음이 느껴지는 순간이었습니다. VR을 통해서 다른 사람과 악수를 하고 아이템을 주고 받을 수 있는 시대가 멀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이후에는 최근 E3 2015 개막 직전에 발표된 최신 버전 '리프트'를 통해 게임을 즐겨볼 수 있었습니다. 소비자 버전인 '리프트'는 'DK2'에 비해 한층 강화된 편의성을 자랑합니다. 안경을 쓴 이용자는 미리 기기에 안경을 넣어두고 착용했던 'DK2'와 달리 '리프트'는 안경을 쓴 상태에서도 바로 착용할 수 있었습니다.
'리프트'를 통해 즐긴 게임은 더 실감이 났습니다. 이번에 소비자 버전의 출시를 앞두고 해상도가 2160x1200으로 초당 프레임도 90프레임으로 개선된 만큼 한층 부드럽게 느껴졌습니다. 일명 모기장 현상이라는 픽셀이 눈에 보이는 현상도 신경을 쓰지 않는다면 크게 무리 없는 수준이었습니다. 좀 더 보태면 E3 2015에서 만나볼 수 있었던 VR 기기 중 시각적인 측면에서 단연 최고의 만족도를 전해준 것이 '리프트'입니다.
1인칭 게임인 '이브: 발키리'를 통해서는 우주를 누비는 슈팅 게임의 재미를 만끽할 수 있었습니다. 조작도 XboxOne 패드를 통해 진행되는 만큼 친숙했습니다. 특히 놀라운 점은 '리프트'가 사람의 움직임을 읽어 별도의 장치가 없는 하체의 움직임까지 표현한 점입니다.
이어서는 3인칭 게임인 '엣지 오브 노웨어'를 경험했습니다. VR 기기를 이용한 게임은 1인칭 시점의 게임이 최고일 것이라는 편견이 깨지는 순간이었습니다. VR기기를 통해서 즐기는 3인칭 게임은 1인칭 시점 게임 못지않은 재미를 전해줬습니다. 모니터를 통해 보는 3인칭 게임보다 훨씬 더 많은 시야가 제공되니 게임의 재미가 한층 배가 됐고, 당연히 전달되는 정보의 양도 많았습니다. 특히 모니터를 통해서 플레이했다면 그저 달려가는 것에 그쳤겠지만, 뒤를 쫓아오는 몬스터를 보면서 앞으로 달려가니 삶을 위한 필사의 질주는 더 극적으로 느껴졌습니다.
E3 2015를 통해서 만나본 '리프트'는 1인칭 게임은 물론 3인칭 게임에서도 최고의 경험을 선사했으며, 앞서 진행한 각종 VR콘텐츠를 통해서도 새로운 경험을 전해줬습니다. 마치 진짜와 같은 가상현실을 체험한 느낌입니다. 하드웨어는 이미 어느 정도 수준까지 올라온 상황이기에 앞으로 '리프트'를 통해 즐길 수 있는 콘텐츠를 얼마나 확보하느냐가 '리프트'의 성패를 가르는 핵심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입니다.
< 섬머레슨은 없었지만...기대이상의 모습 보여준 '프로젝트 모피어스' >
소니컴퓨터엔터테인먼트(SCE)의 PS4 전용 VR 기기인 '프로젝트 모피어스'는 아쉽게도 짧은 시간 동안의 만남에 그쳤습니다. 15분여의 짧은 만남에 그쳤지만, 다행히도 '프로젝트 모피어스'의 매력을 충분히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프로젝트 모피어스'를 체험하며 많은 시연자가 기대했던 부분은 아무래도 미소녀와 함께하는 VR 체험인 '섬머레슨'이었습니다. 이번 E3 개막과 함께 '프로젝트 모피어스' 전용인 '섬머레슨'의 최신 VR 테크 데모도 공개된 만큼 분위기는 더욱 달아올랐습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현장에서는 '섬머레슨'을 만나볼 수 없었습니다. 저뿐만 아니라 많은 분이 여러모로 아쉬워했음은 당연한 얘기입니다.
'섬머레슨'의 아쉬움을 뒤로하고 캡콤에서 제작한 '키친'을 체험했습니다. '키친'이 시연 중인 현장에서는 연달아 비명이 터져 나왔기에 과연 어떤 게임인지 많은 궁금증을 가진 채 체험을 시작했습니다.
'키친'은 손과 발이 의자에 묶인 상황에서 시작됩니다. 아무런 행동도 할 수 없는 상황에서 눈앞에서는 공포가 극에 달하는 끔찍한 상황이 펼쳐집니다. 게임의 조작은 듀얼쇼크4 패드를 이용해 진행됐으며, 패드를 위로 들자 가상현실 내에서도 손을 위로 들어 올립니다. 눈앞에서 끔찍한 상황이 펼쳐짐에도 정작 본인은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것이 공포를 극한으로 끌어 올렸으며, 아무것도 하지 않음에도 목이 들어올려지는 느낌으로 시야가 저절로 바뀐 마지막에는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며 몸을 오싹하게 만들었습니다.
이어서는 SCE 런던 스튜디오에서 개발한 '런던 하이스트'를 플레이했습니다. 이를 통해서는 자동차를 타고 달려가며 적을 무찌르는 추격전과 같은 재미를 만끽할 수 있었습니다. 조작은 'PS무브'를 통해 진행했으며, PS무브의 버튼을 통해 총을 발사하고 물건을 집는 등의 각종 조작을할 수 있었습니다. 심지어는 게임 내 자동차에 마련된 라디오의 주파수도 조그 다이얼을 돌려 조작할 수 있어 소소한 재미를 전해줬습니다.
'프로젝트 모피어스'는 PS4의 카메라를 통해 빛을 받아들여 동작을 인식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이 때문에 패드에 있는 라이트바, PS무브 끝에 달린 구 형태의 라이트, '프로젝트 모피어스' 기기에 달린 라이트 등이 조작과 화면 연출의 핵심입니다. 애초부터 VR을 염두에 두고 카메라를 통한 빛 인식 기능에 많은 연구를 해온 소니의 준비에 놀란 부분이기도 합니다.
이번에 공개된 '프로젝트 모피어스'는 한층 더 개선된 프로토 타입으로 1920x1080 해상도의 5.7인치 OLED를 활용해 시야각을 개선했고, 초당 120프레임을 지원해 한층 부드러운 움직임을 보여줍니다. 실제로 체험해보니 반응 속도도 만족할만한 수준이었으며, 오큘러스 VR의 '리프트'에 비해 화면은 다소 떨어지는 모습을 보였지만, 만족할만한 수준은 됐습니다. 다만 안경을 쓰고도 편하게 착용할 수 있는 착용감은 단연 최고 수준이었습니다. 물론 안경의 유무에 따라 착용감은 각 기기에서 차이가 나타날 수는 있습니다.
앞으로 '프로젝트 모피어스'는 플레이스테이션4를 통해 게임을 즐기는 게이머들에게 새로운 게임의 재미를 전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그리고 플레이스테이션4라는 확실한 콘솔 플랫폼이 준비돼 있고 소니의 퍼스트 파티들이 게임 개발에 참여할 것으로 예상되기에 콘텐츠 확보에서는 다른 VR기기들보다 우위에 있다는 느낌도 듭니다. 2016년 상반기 공개를 앞둔 '프로젝트 모피어스'를 기대해봅니다.
< 아직은 조금 부족하나 앞으로가 큰 기대되는 '홀로렌즈' >
'홀로렌즈'의 시연은 '헤일로5: 가디언즈'와 함께했습니다. AR(증강현실)기기인 '홀로렌즈'는 여타의 VR기기와 달리 눈의 상태를 먼저 검사한 뒤 체험을 시작했습니다. 각각의 사용자의 눈 상태에 따라 목에 건 태그에는 별도의 숫자가 적혀졌습니다. 체험공간에 들어서 '홀로렌즈'를 착용하자 아무것도 없던 벽에는 'confirm'이라는 메시지가 나타났습니다.
이후에는 아무것도 없는 복도를 걸어나갔고, 창문이 나타났습니다. 물론 이는 '홀로렌즈'를 착용해야 보이는 창문으로 벗고 보면 그저 벽에 불과합니다. '홀로렌즈'를 쓴 채 가상의 창문을 위아래 또 좌우로 이동하며 바라보자 창밖의 사물도 위치가 변합니다. 실제 창밖을 바라보는 것처럼 말이죠. 위에서 아래로 보면 창밖도 아래가 보이고 아래서 위로 보면 위가 보입니다. 실제와 같은 시점을 제공합니다. 말로밖에 설명할 수 없는 것이 아쉬운 부분입니다.
'헤일로5: 가디언즈'의 플레이에 앞서 미션 브리핑을 '홀로렌즈'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눈앞에 놓인 작전회의 테이블에는 인피니티 호가 떠다니고 있었고, 물론 AR을 이용한 홀로그램 효과인 만큼 손으로 잡는 것은 불가능했습니다. 인피니티호가 사라지면서 '헤일로5: 가디언즈'의 멀티플레이 모드인 '워존'을 설명하는 브리핑이 시작됐습니다.
테이블 위에는 팔머가 등장해 미션의 내용을 설명해주기 시작했습니다. 이후에는 각종 건물과 비행선 들이 눈앞에서 테이블 위에 등장하고 사라졌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함께 자리하고 있는 이들의 움직임을 살펴볼 수 있어 세상과 단절된 느낌이 아니라 실제 세상에서 새로운 경험을 하고 있다는 느낌이 전해졌습니다. VR 기기와는 다른 특별함입니다. 이 과정을 통해서는 그저 바람이지만 '헤일로6'가 등장할 때쯤이면 게임 속 A.I인 코타나를 게임 화면이 아닌 내가 플레이하고 있는 공간의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플레이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AR 기능을 활용한 홀로그램 효과로 새로운 느낌을 전해준 '홀로렌즈'이지만 아쉬움도 컸습니다. 먼저 AR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시야의 범위가 상당히 좁습니다. 테이블 위에 가상으로 솟아 있는 건물을 한 눈에 보기도 힘들 정도입니다. 전체를 한 번에 볼 수 없어 시선을 위아래로 계속 움직여야 했습니다. 반응속도를 올리기 위해 시야를 어느 정도 포기한 것으로 보이는 부분으로 앞으로 많은 개선이 필요한 부분입니다.
'홀로렌즈'는 앞서 얘기한 제품들에 비해 가장 최근에 소개된 프로젝트입니다. 또한 앞서 이야기한 두 VR 기기와도 성격을 조금 달리합니다. 헤드마운트형 VR 기기는 착용한 순간 시야가 실제 세상과 단절 되지만 '홀로렌즈'는 실제 우리가 보는 그대로의 세상 위에 다양한 효과를 더해줍니다. 이 때문에 앞으로의 발전 방향도 쉽게 예측하기 힘듭니다. 게임은 물론 실제 가정이나 업무 등에도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관계자마저 '홀로렌즈'가 어떤 방향으로 발전해나갈 수 있을지 확답할 수 없다고 얘기한 것이 공감이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