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국내 스마트폰 게임시장에 부는 '오토' 열풍, 우려는 없는가
현재 국내 스마트폰 게임 시장은 온통 '오토 게임'으로 가득차 있다. 매출 30위 내 게임 중에 오토 시스템을 채용하지 않은 게임이 10개도 되지 않는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오토 게임이란 플레이 시스템의 대부분을 자동화한 게임을 말하는데, RPG를 예로 들면 필드에서 몬스터를 잡는 던전을 컴퓨터가 전부 클리어 해주고 슈팅 게임의 경우 적을 피하거나 공격하는 것 자체를 컴퓨터가 담당하는 식이다.
즉, 오토 게임을 실행시킨 후 게이머는 그냥 쳐다보기만 할뿐 자신의 캐릭터가 얼마나 많은 경험치를 쌓았는지 정도만 체크하면 된다. 가끔 도저히 못 이기는 경우에는 시간을 들여 계속 게임을 실행시켜서 극복하거나 결제를 해서 캐릭터의 능력치를 곧바로 올려주면 되는 식이다.
이렇게 게임의 귀찮은 부분을 상당수 해결해주는 오토 게임이 국내에서 크게 강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이를 바라보는 시각이 몇 개로 갈리고 있다.
먼저 이러한 오토 게임의 붐에 대해 우려를 보이는 전문가들이 있다. 이들은 오토게임에서 보이는 게임의 자동화가 '게임을 즐기는 과정'을 송두리째 빼앗고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한다.
플레이하는 행위 자체를 배제하고 결과만을 중시하는 기류가 계속되면 점차적으로 '게임 불감증' 내지는 '게임 장르별 둔감화'를 가져온다는 것. 어떤 장르든 멍하니 폰을 바라만 보면서 아이템만 챙기는 식이 되다보면 과거 '꽃놀이' 같은 릴게임처럼 몰입도가 극단적으로 낮아질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플레이하려는 게이머들이 점점 줄어들고 현금만 지르는 경향이 누적되면 장기적으로 게임 업계에 악영향을 끼칠 수 밖에 없고 향후 국제 경쟁력도 떨어질 수 밖에 없다는 주장도 곁들여진다.
실제로 국내 스마트폰 게임 시장에 하루에도 십여개 씩 게임이 등장하지만 "다 똑같고 할 게임이 없다."는 푸념이 쏟아지고 있는데, 이러한 현상이 이러한 전문가들의 주장에 무게를 실어주고 있다.
반면에 일부 전문가들은 '오토 시스템' 자체에 아무 문제가 없다고 평가한다. '게임이 쉬워지고 플레이가 편해지는 것은 90년대 말부터 꾸준히 그래온 것'이라며 거스를 수 없는 변화라는데 비중을 둔 의견이다.
특히 한국같은 경우는 돈을 쓰는 30-40대 게이머가 대부분 직장인이어서, 일일이 게임을 컨트롤해서 진행할 여력이 없기 때문에 오토 시스템이 자연스럽게 필수 요소가 됐다는 것이다.
이들 전문가들은 "추후 등장하는 게임들은 '오토 시스템'이 탑재된 가운데 각자가 개성을 부각시켜 재미를 추구하는 방식으로 발전하게 될 것."이라며 "북미 시장이나 유럽도 점차 오토 시스템이 대세가 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여기에 '오토 게임'이 아예 다른 장르라는 분석도 나온다. 장르 자체가 '매니지먼트' 게임에 가까운 '아이들링' 장르로 구분하는 전문가들인데, 개발사들이 아이들링 장르를 RPG나 슈팅같은 기존의 장르처럼 보이게 한 것에 불과할 뿐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아이들링 장르는 몰입도가 낮으면서도 별 수고없이 보상이 주어지는 것이 핵심이며 그 자체가 재미이기 때문에 새로운 게임의 형태라고 봐야한다는 설명이다.
이 방식으로 분석하는 전문가들은 콘솔 게이머와 온라인 게이머들의 성격이 갈리는 것처럼, 모바일 게임도 새로운 플랫폼에 맞춰지고 국가별로 달라지는데 이러한 게임이 중국과 한국에 우선적으로 인기를 얻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이렇게 오토게임을 두고 여러 분석이 나눠지는 가운데, 정작 이들 오토 게임들이 성공하는 이유로는 BM 모델이 잘 꾸며져 있어서 그렇다는데는 대부분이 동의하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 매출 순위 상위권에 올라있는 오토 게임의 경우 대부분 과거 웹MMORPG 등에서 유행했던 BM 모델이 접목되고 있는데, 이러한 모델은 중국식 VIP 시스템, 가챠 시스템 등을 더해 한 달에 수십억 원을 쓸어담는 모습을 연출하고 있다. 오토게임이 대세가 된 저변에 확고한 상업적 성공이 뒷받침해주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모델이 국내와 중국 시장을 떠나 글로벌로 접근했을때에도 대세가 될 정도로 통할지는 아직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북미 시장은 '플레이하는 감각을 중요시'하는 특성이 있고, 일본은 갈라파고스라고 할 만큼 다르다. 때문에 이들 오토 게임들이 과연 북미와 일본 등 글로벌 시장도 장악할 수 있을 것인가가 전문가들이 궁금하게 바라보는 주요 시각이다.
올해는 특히 국내 메이저 회사 중 대부분이 '글로벌'을 목표로 방향을 돌리고 있는데, 오토 시스템을 채용한 433의 '블레이드'와 넷마블게임즈의 '세븐나이츠' 등이 일본과 북미 시장 등에서 얼마나 선전할지가 관건으로 떠오르고 있다.
북미 시장에서 '도탑전기'의 아류작이 인기를 얻고 있고, 또 컴투스의 '서머너즈워' 또한 다른 게임만큼 심하지는 않지만 부분적으로 오토 시스템이 탑재된 게임이기 때문에 이들 시장에서도 성공 가능성은 틀림없이 있다. 하지만 한국과 중국 만큼 대세가 될 것이냐에는 여전히 물음표가 찍힌다.
마지막으로 최근 국내 업체들이 하나둘씩 '탈 오토'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도 변수로 나타나고 있다. 국내에서 오토 시스템이 대세인 건 사실이지만, 이를 지양하는 것을 차별화 포인트로 택한 회사들이 하나 둘 생겨나고 있는 것.
일례로 NHN스튜디오629는 '브레이브 헌터'를 내놓으면서 일반 플레이시와 오토 플레이 시에 공격 능력치를 크게 벌리면서 일반 플레이를 유도하는 모습을 보였고, 넥슨도 '용사용사'를 통해 플레이하는 감각을 중시하며 탈 오토 게임을 선언한 바 있다.
둘 다 어느정도 기대 게임이기 때문에 이들의 선전이 어느정도가 될지, 그리고 이외에도 준비되고 있는 탈 오토형 게임들이 국내 시장에 트렌드를 바꾸는데 영향을 줄 수 있을지 지켜보는 재미가 솔솔하다.
오토 게임, 새로운 진화형인가 잘못된 방향의 엇갈림인가. 2015년 하반기는 이를 판단할 수 있는 중요한 시기가 되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