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마블의 아버지 방준혁 의장, 성공과 실패 그리고 미래를 논하다

국내 모바일게임 시장의 No.1으로 등극한 넷마블의 창업자인 방준혁 의장이 넷마블의 역사를 돌아보는 특별한 시간을 가졌다.

방준혁 의장은 15일 넷마블게임즈(이하 넷마블) 본사가 자리한 서울시 구로구 구로동 지밸리컨벤션홀에서 진행한 NTP(Netmarble Together with press / 넷마블 투게더 위드 프레스)행사를 통해 '변화와 선택'이라는 주제로 그간 넷마블의 성공과 실패와 관련한 히스토리는 물론 글로벌 도전에 나서는 각오를 다졌다.

NTP 행사 방준혁 의장
NTP 행사 방준혁 의장

방준혁 의장은 넷마블의 창업자로 15년이라는 시간 동안 넷마블이라는 브랜드로 2번의 성공 신화를 이끌어낸 인물이다. 그는 이날 행사를 통해 수술을 마친 몸을 이끌고 회사에 출근해 일하는 것을 반복했던 초창기 넷마블의 이야기,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2011년 6월 어머니를 여읜지 채 한 달이 지났을 무렵에 위기에 빠져있는 본인의 자식과도 같은 넷마블을 위한 복귀라는 큰 결정을 내린 이후 목숨 걸고 앞을 향해 달려온 이야기 등 그간 공개 석상에서는 쉽게 들을 수 없었던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놨다.

넷마블 NTP 행사
넷마블 NTP 행사

#업계의 후발주자 넷마블, 퍼블리싱 사업과 부분유료화 도입 등 혁신의 연속

넷마블은 2000년 3월 설립된 회사로 업계의 후발주자였다. 당시에는 벤처버블도 붕괴되어 있었고, 동종업계에 50여개 이상의 경쟁 업체가 존재했다. 이 때문에 변변한 투자 자금 없이 시작했다. 사업을 키워나간 2001년 9월쯤 넷마블은 유령사이트 아니냐는 이야기가 많았다고 한다. 트래픽은 많지만 주변에 사용자가 없다는 것이 당시의 분위기였다.

이유는 넷마블이 취한 전략에 숨어 있다. 넷마블은 가정용 PC보급이 어떤 분야보다 빨랐던 당시의 현황을 파악하고 미래고객을 확보하는 전략을 취했다. 시간이 흘러 2002년 연말에 넷마블이 매출 270억 원, 순이익 150억 원을 넘어설 것이라는 이야기가 언론을 통해 보도됐다. 이 때까지도 주변에서는 넷마블은 보유한 인기 게임 없는데 어떻게 이런 성과를 낼 수 있느냐라는 이야기가 나왔다.

넷마블 NTP 행사
넷마블 NTP 행사

이후에는 계속해서 혁신과 도전을 이어나갔다. 온라인게임 업계 최초로 퍼블리싱 사업을 시작했다. 퍼블리싱 사업은 지금은 너무나도 당연히 여겨지는 사업 모델이지만 당시만해도 다른 회사의 게임을 위해 일을 한다는 것은 쉽게 이해할 수 없었던 부분이었다. 넷마블은 퍼블리싱 사업을 전개하며 첫 타이틀인 '라그하임'을 비롯해 '그랜드체이스' 등을 성공시켰다.

이에 그치지 않고 나눠서 팔자는 개념을 더해 '캐치마인드'와 '노바 1492'에 부분유료화를 처음으로 도입했다. 여기에 청소년 이용자가 많았음에도 결제 수단이 부족했던 이들을 위해 문화상품권을 통해 결제라는 새로운 결제수단을 선보였다.

넷마블 NTP 행사
넷마블 NTP 행사

방준혁 의장은 당시를 회상하며 "넷마블은 퍼블리싱, 부분유료화 도입, SSO, 통합플러그인 적용, 동시접속자 수 10만명을 넘어설 정도로도 인기를 모은 테스트리스의 학교대항전 등 다르게 생각하고 새롭게 시도했다"라며, "2000년부터 2006년 사이의 넷마블 사업 전략은 혁신과 도전으로 압축할 수 있다"고 말했다.

착실히 덩치를 키워가던 게임사업 외에도 경영적인 측면에서도 넷마블, 그리고 방준혁 의장의 혁신과 도전은 계속됐다. 2001년 방준혁 의장은 30억 원 규모의 대출을 받는 조건으로 로커스 홀딩스와 넷마블의 지분을 스와핑 했다. 당시만해도 게임의 유료화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망하는 회사가 수두룩했기에 적어도 3번의 유료화를 진행할 수 있는 자금을 확보하기 위함이었다.

이후에는 방준혁 의장은 본인이 지급받은 경영 성과급을 세금을 제외하고 직원들에게 나눠주고 스톡 옵션을 지급하는 등 직원들을 주주화했다. 2003년에는 모회사인 플레너스를 인수하는 역 M&A도 진행하며 파격적인 행보를 이어갔다.

넷마블 NTP 행사
넷마블 NTP 행사

넷마블이 성공적으로 게임 포털로 자리를 잡았음에도 그는 고민이 있었다. 당시 기업의 영속성 확보가 필요했고, 직원들의 사회적 포지션 격상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본인 스스로도 넷마블이 글로벌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역량이 부족할 것이라고 판단했고, 더 큰 기업은 어떻게 성장하는지 배우고 싶었다고도 했다.

이에 2004년 4월 방준혁 의장은 CJ에 창업자 지분을 매각한다. 2004년 1분기 넷마블 실적이 매출 225억 원, 영업이익 116억 원, 현금자산 1,000억 원 규모였음을 감안하면 파격적인 선택이다. 방준혁 의장도 어떤 바보가 이런 회사의 경영권을 800억 원에 넘기겠느냐 반문하기도 했다. 지분 매각에는 이러한 이유가 숨어 있었다.

이후 2년간 회사를 운영해온 방준혁 의장은 2006년 회사를 건강상의 문제로 떠난다. 오전에 수술을 받고 오후에 링거를 뽑고 회사에 출근 하는 것을 반복했던 몸이 버티질 못했다. 일찍부터 사표를 냈으나 그룹의 반대로 결국 게임포털 1위 등극, '서든어택' 흥행질주, 마구마구를 비롯한 신작 급성장까지 모두 살펴본 1분기 결산 뒤 퇴사가 결정됐다. 당시 넷마블의 시가 총액은 7,700억 원에 달했다.

#위기에 빠진 넷마블, 위기 돌파는 임진원 모두의 덕

승승장구하던 넷마블은 이후 성장이 둔화되고 사업상 큰 위기에 처한다. 2007년부터 2011년까지 론칭한 게임이 31개 이 중 흥행작이라 부를만한 게임은 'SD건담캡슐파이터' 하나에 그쳤다. 그나마도 대박이 아닌 중박 수준이었다. 자체개발 게임의 성적은 더욱 처참했다. 19개 자체개발 게임이 모두 실패했다. 11개 게임은 흥행에 실패, 8개 게임은 세상의 빛을 보지도 못했다. 개발 경쟁력 확보에도 실패했고 관리 능력도 부족했다.

많은 위기가 있던 이 시기에 '서든어택' 사태는 넷마블에게 가장 치명적인 위기를 안겨줬다. '서든어택'의 부재는 넷마블의 근간을 흔들어 놓을 정도로 강력했다. '서든어택'을 기반으로 모든 사업이나 마케팅이 진행됐으나 하루아침에 이 모든 기반을 잃어버리게 된 것이다. 비하인드 스토리이지만 2010년 이미 넥슨과의 게임하이 인수전이 끝났 상황이었고, 결국 이를 정리하는 것에 노력을 기울 수 밖에 없었다고 한다.

넷마블 NTP 행사
넷마블 NTP 행사

2011년 6월 창업자인 방준혁 의장은 회사로의 복귀를 택했다. 당시 넷마블은 회사의 존폐여부를 논할 정도로 위기였고, 방준혁 의장도 모친을 여읜지 한달 여 밖에 지나지 않은 시점이었다. 가족을 비롯해 주의의 만류로 가득했으나, 결국 방준혁 의장은 '내 자식' 넷마블의 품으로 돌아왔다.

그는 넷마블 복귀 이후 사내 조직 문화 강화에 나섰다. 사원에서부터 경영진까지 소통 할 수 있도록 체계를 만들었고. 경영회의와 전략회의 등에서 나온 내용을 전사에 공개했다. 직군별 전문역량 교육에 나섰다. 창업자인 그 스스로도 많은 교육을 진행했다. 스펙 위주의 채용을 벗어나 게임을 아는 게임맨의 채용에도 나섰다. 직원에 대한 360도 다면 평가를 도입해 공정한 평가가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했다.

그리고 모바일게임 사업을 추진하며 새로운 성장동력 마련에 심혈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온라인게임이 성장하던 시장에서 아케이드 시장을 주름잡던 업체들이 역사의 저편으로 사라지는 것을 직접 봐온 그 이기에 스마트폰 보급이 빠르게 확대되는 것을 보고 1~2년 내에 다가올 모바일게임 시장에 대응하기로 한 것이다.

하지만 신사업이 잘 안되면 한직으로 물러난다는 의식이 팽배했던 당시였기에 모바일게임 사업 지원자가 없었다고 한다. 때문에 당시 비서실장인 現백영훈 사업총괄 부사장을 필두로 사업실을 꾸려 모바일게임을 사업을 시작했다. 그리고 모바일게임을 기존의 피쳐폰 게임과 달리 온라인게임과 같은 관점으로 접근했다.

넷마블 NTP 행사
넷마블 NTP 행사

동시에 자체 개발역량 강화에도 나섰다. 방 의장은 사비 400억 원을 투자해 부실 개발사를 모두 아우를 수 있는 개발 지주회사인 CJ게임즈를 설립했다. 이후 많은 개발사를 모바일게임 개발사로 방향을 전환했고, 전략적으로 게임의 개발을 진행했다. 유명 개발사에 대한 투자와 인수도 적극적으로 펼쳐졌다. 게이머의 게임에 대한 학습 수준부터 게임의 UI까지 철저하게 고민하고 전략을 수립했으며, 이후 '다함께차차차', '몬스터 길들이기' 등 흥행작이 탄생했다.

글로벌 시장 개척도 당시 넷마블의 새로운 목표였다. 다만 글로벌 시장에 나가기 위해서는 글로벌 시장 거점 확보가 필요했다. 일본 법인 하나만 남아있던 상황에서 일본 법인을 모바일 중심으로 재편했다. 아울러 현재는 터키 및 메나(MENA, 중동•북아프리카)지역의 모바일앱과 모바일게임 스타트업을 발굴해 각종 지원사업에도 나섰다.

넷마블 NTP 행사
넷마블 NTP 행사

글로벌 진출을 위해서는 그룹에서 나오는 선택이 필요했다. 최소 4,000억 원 이상이 필요한 상황이었고, 이를 투자할 수 있는 회사는 국내에 없었다. 이 때 텐센트 등 세계적인 기업들과 이야기를 진행했고, 마침내 강력한 경쟁자이면서도 파트너인 텐센트로부터 5억 달러 규모의 투자를 이끌어 내며 게임사업부를 물적분할 했다.

이러한 결정은 증손자법으로 인한 투자규제를 해소했으며, 안정적인 투자 금액이라는 결실을 맺었다. 결국 넷마블은 이 투자를 기반으로 2014년 초부터 2015년과 2016년에 론칭할 게임의 준비에 들어갔다. 또한 글로벌 서비스 운영체계도 구축했고, 주요 마켓 게임 운영도 현지화하기 시작했다.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글로벌 시장에 걸맞는 IP(지적재산권)도 필요했다. 마블은 물론 디즈니, 엔씨소프트와 협업했고, 중화권에서 2억 명 이상의 이용자가 경험한 스톤에이지의 IP도 사왔다. 이를 기반으로 중화권과 서구를 동시에 공략해 나간다 것이 넷마블의 계획이다.

넷마블 NTP 행사
넷마블 NTP 행사

방 의장은 "2011년부터 2013년까지 전 임직원이 최선의 노력을 다해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고, 정말 많이 고생했고, 열심히 했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에는 그룹도 우리를 도울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고, 적자가 예상되는 기업이기에 투자도 없었다"라며, "시장에 매각설이 돌 정도로 위기인 회사를 많은 직원들의 땀과 노력으로 극복해낼 수 있었다"라고 다시 한 번 임직원의 노력을 높게 샀다.

#글로벌 진출 공언, 앞으로의 넷마블은?

넷마블은 당초 계획한 시점보다 개발자회사들의 IPO를 늦춘다는 계획이다. 단순히 상장을 통한 자금확보가 아니라 주주와의 탄탄한 신뢰관계를 쌓기 위함이다. 이를 위해 각 개발자회사들의 라인업을 한층 탄탄하게 준비한다. 해외 공략을 위해서 해외 게임업체의 M&A도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방 의장은 글로벌 모바일게임 시장이 규모와 속도의 경쟁으로 재편될 것으로 내대보고 있는 만큼, 중국의 회사들이 얼마나 게임을 잘 만들고 있는지 직접 눈으로 확인하기 위해 이번 차이나조이 2015에 경연진 포함 40여명이 대거 참가해 중국의 게임을 직접 살핀다. 북미와 일본 등 내로라하는 게임업체들과의 경쟁에서는 훨씬 더 전략적인 개발이 필요하기 때문에 일종의 자극제가 될것이라는 전망이다.

넷마블 NTP 행사
넷마블 NTP 행사

이 뿐만이 아니다. 그는 글로벌 공략을 위해서 콜라보레이션 개발을 도입했다고 말했다. 하나의 게임을 각 개발자회사가 공략하고자하는 현지에 맞춰 개발한다. 레이븐의 중국 버전을 넷마블네오가 일본버전을 넷마블게임즈가 맡는 식이다.

이용자에게 꼭 맞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콜럼버스 프로젝트도 준비한다. 일반적인 SDK(소프트웨어 디벨롭먼트 킷)이 통상적으로 결제나 통계 툴 대응에 그치는 것을 넘어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한 이용자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한다. 게임에 인공지능을 넣는 것이 아니라 빅데이터를 활용해 게이머의 성향에 맞춰 대응하는 시스템을 구축한다.

넷마블 NTP 행사
넷마블 NTP 행사

방준혁 의장은 발표 막바지에 경영 철학도 공개했다. 그는 그의 철학을 전략경영, 사람경영, 숫자경영, 우리경영으로 소개하며, 이 모든 것을 아우르는 것이 전략경영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러한 경영 원칙에 근거해 속도가 생명임을 강조하며 철저하게 전략적으로 움직인다. 또한, 사람을 수단으로 사용하지 않고 미래를 위한 전문가로 육성한다. 역량과 성과가 있다면 리더로 만든다. 그리고 모든 현상은 숫자로 표현하고 숫자로 미래의 예측과 추이를 판단한다. 창업자 모두가 오너이고 직원들이 모두 오너라는 것의 강조도 빼먹지 않는다. 조직의 역량을 극대화하기 위해서 최선을 다한다는 얘기다.

넷마블 NTP 행사
넷마블 NTP 행사

방준혁 의장은 "이 상태로 가면 우리 대한민국 게임이 설 자리가 점점 줄어들 것이라는 위기감을 느꼈다"라며 "오늘 이 자리를 통해 우리가 해온 경험들과 그리고 전략들을 공개하게 됐다고" 첫 NTP행사에서 넷마블의 히스토리부터 위기를 극복해온 넷마블의 노력 그리고 그간의 노하우를 공개한 의의를 전했다.

이어 "넷마블이 위기를 극복해온 과정에 대한 설명이 충분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우리는 정말 경영진을 비롯 모은 임직원이 엄청난 노력을 기울였고, 지금도 글로벌에서 경쟁하기 위해서 노력하고 뛰고 있는 회사라는 것에 많은 박수를 보내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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