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능성에서 비롯된 공포, '언틸 던' 프리뷰 버전
휘날리는 눈발, 인적이 드물고 외부와 연락하기 어려운 산속의 별장, 그리고 1년 전 두 사람이 절벽에서 추락해 사망한 그 장소. 공포 영화라면 사건이 일어나기 딱 좋은 이 조건 속에서 8명의 20대 남녀가 한자리에 모였다. 누군가는 고인을 기리기 위해, 다른 누군가는 연애 관계를 진전시키기 위해 모이는 등 각자 다른 사정을 가진 이들이었지만 단 한 가지, 자신들에게는 1년 전 비극 같은 일이 없을 거란 생각만큼은 같았다. 그러나 8명의 기대는 약속 장소에 도착한 순간 화면 속에서 모습 일부를 드러낸 정체불명의 괴한이 깨버리고 만다. 이것을 알고 있는 사람은 오직 게이머뿐이다.

인디 공포 영화감독 '레리 프레센드'와 '그라함 레즈닉'이 참여한 플레이스테이션4용 어드벤처게임 '언틸 던'은 때와 장소에 따라 8명의 캐릭터 중 한 명이 조작 캐릭터로 뽑히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게이머는 캐릭터에게 다가오는 위험으로부터 벗어나거나 사건의 실마리를 찾기 위해 해당 캐릭터를 조작해야 하며, 캐릭터의 위치와 우측 아날로그 스틱으로 움직일 수 있는 시야에 따라 탐사파트에서 여러 물체를 확인할 수 있다. 조작 체계의 경우 좌측 아날로그 스틱으로 캐릭터를 움직이거나 상황에 따른 선택, 특정 타이밍에 정해진 버튼을 누르는 미니 게임, 제한 시간 안에 표적을 조준해 맞추기, 듀얼쇼크4의 동작 인식센서 활용 등 어렵지 않은 방식으로 구성됐다.
여기까지만 살펴봤을 때 '언틸 던'은 여타 어드벤처게임과 큰 차이점이 없어 보인다. 그러나 '언틸 던'에는 게이머의 공포 심리를 자극하는 특징이 분명히 존재하고, 이것은 약 3시간 플레이 분량의 프리뷰 버전만으로도 느끼기 충분했다.

'언틸 던'의 특징을 언급하기에 앞서 프리뷰 버전에서는 완성도 높은 시나리오나 개연성이 명확한 연출을 찾아보기 힘들었단 점을 먼저 밝힌다. 게임의 초반부만 수록됐기 때문에 개연성이 떨어지는 연출이 일부 존재했으며, 이야기의 핵심이 될 복선도 암시하는 내용이 각각 달라 이야기와 묶어서 생각하기 어려웠다. 또한, 스릴러, 고어, 심령현상 등 공포 요소가 통일되지 않아 하나의 공포 요소에 집중하고 싶은 게이머에겐 매력이 떨어질 것이다. TV 프로그램 '위기탈출 넘버원'처럼 예상치 못한 사고가 발생할 때 역시 플레이 순간엔 긴장할 수 있어도 지나고 나면 작위적인 느낌을 강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틸 던' 프리뷰 버전에서 공포를 느낄 수 있었던 이유는 게이머의 선택 하나, 하나가 게임 전개에 영향을 끼친다는 점이 분명하게 나타나기 때문이다. '나비효과'란 이름의 시스템을 통해 '언틸 던'에서는 게이머의 선택이 정해질 때마다 상태 변화가 곧바로 표시되고, 향후 전개가 바뀔 수 있는 중요한 선택이 지나가면 화면에 나비가 퍼져나가는 연출이 등장한다. 그래서 의미 없어 보이던 선택지가 옷을 싸맨 여성을 속옷 차림으로 만들 수도 있으며, 괴한에 납치당한 친구의 생사를 뒤바꿀 가능성도 있다. 플레이 중 언제라도 캐릭터 특성, 관계 상태의 수치 변화를 확인할 수는 있지만 이것만으로 게이머의 선택이 스토리 전개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가에 대해 정확히 알 방법은 없다. 이로 인해 게이머는 캐릭터의 목숨을 위협하는 상황과 마주했을 때 지금까지 선택 중 어떤 것이 지금 상황을 이끌었을지 고민하면서 호기심, 불안, 후회를 느끼기 시작한다.

앞으로 일어날 가능성 중 일부를 보여주는 '토템'의 존재, 딜레마를 강요하는 선택지도 게이머를 압박한다. 토템은 캐릭터가 돌아다니는 장소 곳곳에 위치했고, 이것을 확인하면 앞으로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상황을 단편적으로 보여준다. 특히, 토템의 예지 내용이 현실로 다가오는 타이밍이 각각 달라 피하고 싶은 예지를 찾았을 경우 신경이 더 예민해질 수밖에 없다. 이와 함께 게이머는 친구의 이중관계를 밝히느냐 마느냐, 조작 캐릭터와 납치된 캐릭터 중 누구의 안전은 우선시할 것인가, 이성 친구와 동성 친구 중 한 명만 살릴 수 있는 함정 등 쉽게 결정할 수 없는 선택을 강요받는다. 이 선택이 당사자들뿐만 아니라 등장 캐릭터 모두에게 영향을 끼친단 사실을 '나비효과'를 통해 학습할수록 딜레마가 더 커지며, 어떤 캐릭터가 사망해도 게임오버 없이 이야기가 계속 진행된다는 사실이 게이머의 고민을 키운다.

아울러 비명, 유혈, 폭력, 상해, 시체로 가득한 '언틸 던'의 묘사가 게이머를 더욱 자극한다. 프리뷰 버전에서만 캐릭터에 따라 여러 사망 패턴이 준비됐고, 이 과정에서 캐릭터가 얼마나 절박한 상황 속에서 사망하는지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목이 꺾이는 묘사, 깨진 유리에 피부가 찢어지는 묘사는 물론 신체 절단까지 암시하는 등 잔인한 연출에 약한 게이머는 '언틸 던'을 플레이하기 어려울 것이다. 또한, 미국 할리우드 출신의 실제 배우가 직접 참여한 캐릭터의 표정, 목소리 연기가 공포 연출의 사실성을 더했다. 이 중 각 챕터 사이에 등장해 이후 참극을 암시하는 심리 상담사의 연기는 게이머를 소름 돋게 하기 충분하다.

정리하자면 '언틸 던' 프리뷰 버전은 부족한 개연성과 잔인한 연출로 인해 많은 게이머에게 명작으로 평가받기 어려운 점이 잘 나타났다. 하지만 갑작스러운 위기에 따른 긴장감, 피가 튀는 묘사에서 느낄 수 있는 자극, 게이머가 직접 주도하는 스토리 전개를 좋아한다면 오는 8월 25일 '언틸 던'의 정식 출시를 기다려보자. 이번 프리뷰 버전의 특징이 작 중 끝까지 유지된다면 게이머의 기다림은 충분히 보답 받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