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정 관념을 버려야, 방탈출 카페 '미스터리 룸 이스케이프' 체험기
"생각지도 못한 게 많았어요. 재미있으면서 깜짝깜짝 놀라게 되더라고요."
지난 8월 11일 서울시 마포구 홍대입구역 근처에 있는 방탈출 카페 '미스터리 룸 이스케이프'(http://www.mysteryroomescape.com/)의 인터뷰 자리에서 들었던 참가자의 소감이다. 방탈출 카페란 2명 이상의 참가자가 밀실에 들어가 어드벤처게임처럼 여러 수수께끼를 풀고 밖으로 나와야 하는 체험형 엔터테인먼트 시설을 뜻한다. 밀실마다 다른 콘셉트를 갖췄으며, 제한시간 안에 방을 빠져나오기 위해 단서들을 모으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이 밖에 탈출 성공 후 기념촬영, 음료 판매 등의 서비스를 준비한 경우도 있다.
'미스터리 룸 이스케이프' 인터뷰 중 만난 한 쌍의 남녀는 밀실 안에서 겪은 놀라움을 숨기지 못했다. 물질적인 단서와 추상적인 단서가 공존해 쉽지 않다는 남성 참가자의 평가와 함께 여성 참가자는 너무 실감이 나서 눈물이 나왔다는 감상을 남겼다. 이 참가자들이 들어간 방은 잔인한 연출이 재현된 성인용 밀실 '살인마 빅토르의 비밀' 코스였다. 입장 전에는 레이저 장식을 손으로 막았을 때 나타나는 밀실의 콘셉트를 확인할 수 있었다. 마침 이수 대표의 체험 권유가 있어 해당 코스를 체험해보기로 했다. 제한 시간은 다른 코스와 마찬가지로 60분. 들어가기 전에는 여유 시간이 너무 많다고 여겼다.
처음 입장 시엔 기밀 유지를 위해 눈을 감은 채 직원의 손을 잡고 방에 들어갔다. 이동 통로가 넓어 눈을 감고 움직여도 큰 불편함은 없었다. 이후 눈을 뜨자 적색 조명과 콘셉트에 맞춰 꾸며진 밀실이 보였다. 물체를 보는 것은 문제가 없었지만 특정 숫자나 글씨를 확인하기 위해선 방 안에 미리 준비된 전등이 필요했다.
밀실에 들어간 직후에는 특별한 힌트가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먼저, 어드벤처게임를 플레이한 경험을 살려 주위 사물을 조사했다. 하지만 시스템의 보조가 있고, 게이머가 시도할 수 있는 방법이 정해진 어드벤처게임과 달리 실제로 주위의 사물을 조사하는 일은 보통 번거로운 작업이 아니었다. 다행히 방이 넓지 않아 참가자 두 명이 사소한 장치까지 포착한 끝에 첫 단서를 찾아냈다.
첫 단서와 함께 해당 코스의 설정이 조금씩 드러나면서 밀실을 풀기 위해 더 몰입하게 됐다. 이후에도 밀실에서 여러 수수께끼가 존재했으며, 참가자의 오감을 전부 활용해야 해답을 찾을 수 있었다. 특히, 일부 수수께끼는 어드벤처게임에서 응용해도 괜찮을 정도로 본격적인 전자장치가 포함돼 외부 직원을 호출해 힌트를 듣기 전까지 작은 실마리조차 못 잡았다. 이와 함께 적성검사처럼 참가자의 지각능력, 논리적 사고력을 시험하는 경우도 있어 참가자의 구성에 따라선 체감 난이도가 더 높아질 가능성도 확인했다.
결국, 참가자 두 명이 밀실을 빠져나오기까지 소요된 시간은 약 57분. 이것도 개인 사정상 스마트폰 등 전자기기를 갖고 밀실에 들어가 수수께끼를 풀 때 사용한 덕분에 줄어든 시간이었다. 정석대로 모든 전자기기를 사물함에 보관한 뒤 입장했으면 제한시간 안에 나올 수 없었을 것이다.
만약 참가자가 더 많았다면 제한시간 안에 밀실에서 나왔을까? 직접 확인하기 위해 이번엔 참가자 4인이 모여 '뱀파이어 드라큘라의 성' 코스에 들어갔다. 앞서 예상했던 대로 참가자가 수수께끼 해결에 적합한 능력을 갖췄을 경우 각자 실마리를 찾아 빠르게 진행할 수 있었다. 관찰 능력이 돋보인 참가자가 파편화된 단서를 모아 바로 문제를 풀었으며, 순발력과 유연성이 뛰어난 참가자는 빠져나가기 어려운 공간을 빠져나가 수수께끼 해결에 도움을 줬다. 또한, 대부분의 수수께끼 장치가 미리 경험했던 다른 코스의 수수께끼와 거의 겹치지 않아 재방문한 참가자도 즐기기 쉬웠다.
하지만 4인 모두 갈피를 못 잡은 문제와 마주했을 때는 힌트를 얻고 나서도 많은 시간을 소요해야 했으며, 결국 마지막 수수께끼 앞에서 제한시간이 종료됐다. 밀실에서 나온 4인은 탈출 실패를 아쉬워하면서도 왜 실패했는지 바로 복기에 들어가며 열을 올렸다. 너무 정확한 정보만을 찾다가 추상적이거나 확률에 따라 경우의 수를 고려하지 않은 것이 원인이었다. 이 중 한 명은 "동행들과 진짜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어서 좋았다."라며, "성인 남녀에게 적합한 현재의 구성도 즐겁지만 나중엔 가족 단위의 참가자도 수용하는 코스가 나오기를 바란다"라는 감상을 남겼다.
이번 체험을 통해 방탈출 카페가 왜 해외에서 인기를 끌어 국내에 정착하기 시작했는지 깨달았다. 겉보기보다 쉽지 않은 수수께끼 난이도, 어드벤처게임을 플레이하는 것보다 더 실감 나는 경험 등 방탈출 카페의 콘텐츠는 다른 곳에서 느끼기 어려운 매력을 갖췄다. 기존 어드벤처게임에 싫증 난 게이머라면 새로운 즐거움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모든 참가자가 밀실 구성에 협조해야 몰입하기 쉽다는 특징, 향후 안전관리에 소홀한 방탈출 카페에서 참가자가 위험에 빠진다면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 등에 대해서는 추후 대책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이 밖에 일부 음성 힌트가 잘 들리지 않아 일부 참가자가 단점으로 지목하기도 했다. '미스터리 룸 이스케이프'의 이수 대표도 해당 문제를 인지해 전문 인력에 도움을 구할 것이라며 참가자의 의견을 수용하는 모습을 보였다.
국내에 들어오기 시작한 방탈출 카페 시장이 참가자들의 의견을 수렴해 국내의 새 게임문화로 자리 잡을 것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