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룡영화제와 대종상의 엇갈린 평가, 그리고 대한민국 게임대상
매년 다양한 영화를 다루며 많은 관심을 받아온 청룡영화제는 언제부터인가 또 다른 권위있는 영화제인 대종상과 비교되는 행보를 걸으며 대중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지난 11월 26일 진행된 제36회 청룡영화제 역시 그랬다. 이에 한 발 앞서 시상된 대종상이 수상자들이 대거 불참하는 바람에 시들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이 됐으며, 종료 후에도 이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이어진 것과는 대조적으로 청룡영화제는 진행과 수상작 선정에서도 이렇다 할 잡음이 이어지지 않았다.
한때 한국 영화의 질적 수준이 저하됐다는 이유로 폐지되기도 했던 청룡영화제와는 달리 대종상은 꾸준히 역사를 이어왔다. 1962년체 처음 시작된 이래 1998년 한해만 열리지 않았을 정도다. 전신이라 할 수 있는 ‘국산 영화상’ 시절부터 감안하면 그 역사는 더 오래됐다. (대종상 홈페이지에는 대종상 계보에 ‘국산 영화상’을 포함시키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종상을 향한 공정성 의혹이 이어지고, 권위에도 물음표가 더해지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또한 이런 의문들이 청룡영화제를 향하지 않고 대종상에만 향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영화계에선 대종상의 권위가 낮아진 것에는 대종상이 걸어온 행보가 원인이 됐다고 지적하는 분위기다.
일명 ‘애니깽 사태’로 불리우는 1996년 대종상 시상식과 광해 한 작품에 15개의 상을 부여한 2012년 시상식(당시 피에타로 베니스 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을 수상한 김기덕 감독은 영화제 중간에 귀가하기도 했다)과 롯데엔터테인먼트가 배급하는 영화는 모두 출품되지 않은 2013년의 사례는 이러한 분위기의 좋은 근거가 되고 있다.
또한 ‘참석을 안 하면 상을 주지 않겠다’고 엄포를 놓는 바람에 남녀주연상 후보 전원이 불참을 선언하는 한편, 인기상 투표를 위한 유료 투표권을 판매해 시상기준을 애매모호하게 만든 올해의 시상식까지. 대종상의 권위를 주최측에서 스스로 무너트린 사례를 찾는 것은 어렵지 않다.
시상식을 두고 영화계와 영화 팬들의 설왕설래가 이어지는 와중에, 기자의 머리 속에 떠오른 시상식이 있다. 게임업계에서 국내 최고의 권위를 자랑한다는 그 상. 바로 대한민국 게임대상(이하 게임대상)이다.
게임대상의 역사는 1996년부터 이어져왔으며, 지난 20년간 게임대상의 행보는 대종상의 그것과 비슷한 모습이다. 해당분야에서 강력한 권위를 갖고 있는 시상식이라는 점과 이를 통해 영화제의 스타에 비교할 수 있는 성공작이 시장에 모습을 나타내기도 했다. 그리고 또 하나. 최근 들어 그 공정성과 권위에 의구심을 표하는 이들이 많아지고 있다는 점도 비슷하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게임대상의 권위가 흔들리고 있다는 여론이 감지되고 있다. 그것도 게임산업의 근간을 이루는 존재라 할 수 있는 게이머들 사이에서 말이다. 좀 더 격한 표현을 하자면 게임대상은 게임업계는 신경을 쓸 지는 모르지만 게이머들은 큰 관심을 주지 않는 시상식이 되어가고 있다.
게임대상이 개최될 시즌이 되면 이를 알리는 소식이 전해지기는 하지만, 게이머들은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고는 한다. 게임과 관련된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이거 아직도 하나?’, ‘어차피 돈 많이 번 게임이 상 받겠지’와 같은 부정적인 뉘앙스의 반응을 찾아볼 수 있다. 즉, 시상식 자체에 대한 관심이 없다는 이야기다.
여기에 더해 최근 들어서 게임대상을 바라보는 게임업계의 시선도 예전 같지는 않은 느낌이다. 이러한 분위기는 게임대상 출품작의 수가 줄어든 올해 극명하게 드러난다. 올해 게임대상의 후보작은 온라인게임 3종, 모바일게임 4종에 그쳤으며 PC/비디오/아케이드/보드게임에서는 단 1종의 게임만 후보에 오르는 촌극이 빚어지기도 했다.
게임사가 출품을 하지 않으면 시상을 할 수 없는 구조를 택하고 있다는 점도 아쉬운 점으로 꼽힌다. 일각에서는 주최측에서 후보를 선정하는 것이 아니라, 참가신청을 하는 이들만 후보로 등록하고 있는 덕에 그들만의 리그라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 사실 수상작을 선정하고 이에 대한 상을 한다기 보다는, 참가작을 받고 이 중에서 우수한 게임을 가린다는 기준은 시상식이라기 보다는 오디션에 가까운 형태이기도 하다.
시상식이 됐건 오디션이 됐건 중요한 건 국내 게임산업을 대표하는 공신력 있는 시상식이 필요하다는 것에는 이견이 없다. 대한민국 게임대상이 됐건 ‘더 게임’이 됐건 ‘게임 인더스트리 갓 탤런트’가 됐건, ‘슈퍼스타 G(Game)’가 됐건 간에 이름이 중요한 것은 아니다. 중요한 건 공신력과 대중이 납득할만한 행보다. 하물며 오디션 프로그램마저도 공신력을 요구받는 시기가 아니던가.
공신력을 잃은 시상식이 어떤 대우를 받는지는 최근의 대종상의 행보가 너무도 잘 보여주고 있으며, 다양성을 존중하고 이를 기반으로 하는 공신력을 쌓은 시상식이 어떤 평가를 받는지는 청룡영화제가 잘 보여주고 있다. 게임대상은 과연 대종상과 같은 길을 갈 것인지, 아니면 청룡영화제와 같은 노선을 택할 것인지. 2016년 게임대상의 행보가 벌써부터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