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블리자드 실패의 아이콘 '히어로즈 오브 더 스톰', '오버워치'는 과연 괜찮을까
블리자드의 대표적인 실패 사례로 꼽히던 '히어로즈 오브 더 스톰'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지 1년이 다 되어가는 즈음이다.
2013년 11월8일 블리즈컨 행사에서 처음 발표되고 지난 1월15일 CBT가 시작된 이 게임은 '워크래프트', '디아블로', '스타크래프트' 등의 영웅들이 함께 등장한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국내 뿐만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큰 관심을 끌었다.
다만, 뚜껑을 열자마자 대폭 추락해 블리자드 실패의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했을 뿐이다. 전 세계적으로 적자는 아니라고 했지만, 블리자드의 주력 신작이라고 하기에는 초라하기 그지없는 실적만 내고 있는 상황이다.
수많은 실패의 요인들이 있겠지만, 일단 영웅의 수가 적다는 점과 캐릭터 레벨의 팀 공유 시스템이 가장 큰 실패요인으로 꼽힌다.
과거부터 블리자드는, 다른 게임사의 게임들 여러 개를 벤치마킹하여 단점들을 보완해 출시하는 일을 즐겨했었다. '스타크래프트', '월드오브워크래프트' 역시도 기존에 출시했던 타 게임들의 장단점을 분석해 재창조하여 인기를 얻은 케이스 임을 보면 '히어로즈 오브 스톰'의 게임 시스템이 이해가 안되는 것은 아니다.
'히어로즈 오브 더 스톰'은 '리그오브레전드'의 취약점이 '강한 스트레스'라는 것에 착안하고 이의 완화를 위해 노력한 흔적이 보인다. 소위 '남 탓'으로 불리는 팀 내 정치의 원인을 제거하기 위해 팀 레벨 공유 시스템과 킬/어시 통합 표기제를 도입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렇게 개인보다는 팀을 부각시키는 시도들은 스트레스 완화라는 목적을 어느 정도는 이루었을지 모르나, 동시에 재미와 성취감까지도 송두리째 거세해 버렸다. AOS 장르의 핵심 재미가 아군의 승리 뿐만 아니라, 팀의 승리를 혼자서 '하드 캐리'했다는 우월감에 기반하고 있다는 사실을 캐치하지 못한 것이다. 흔히 '히어로즈 오브 더 스톰'의 실패를 공산주의의 실패에 빗대는 의견이 많은 것도 바로 이에 기반한다.
실제로 게임을 해보면 그냥 밍숭맹숭하다는 느낌이 강하다. 블리자드 특유의 게임성은 어느정도 엿보인다고 해도, 이정도로 밋밋한 게임을 '리그오브레전드' 대신 즐겨야 할 이유를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방송 캐스터들 또한 하나둘 씩 게임을 떠나고 있고, 최근에 와서는 망작의 향기를 풀풀 풍겨낸다.
그토록 인기 많았던 일리단, 아서스, 디아블로, 레이너 등을 등장시키면서도 이정도 실적이라니... 사실상 이것은 그냥 실패라고 볼 수 없고 말 그대로 '대실패'다. 캐릭터의 부족은 뭐 '리그오브레전드'가 반칙 수준이니 어쩔 수 없는 문제라 하겠다.
재미있는 사실은 공교롭게도 한국 CBT를 시작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블리자드 코리아 대표가 건강상의 문제로 대표직에서 물러났다는 점. '히어로즈 오브 더 스톰'의 실패와 아무 연관관계가 없다곤 하지만, 실제로 그렇게 생각하는 업계 관계자는 많지 않다.
그렇다면 과연 '오버워치'는 괜찮을까. 역시나 우려가 될 수 밖에 없다.
우선은 PC 패키지 판매 방식을 고수하는 것이 이슈다. 그동안 블리자드가 '스타크래프트2'나 '디아블로3' 등의 PC 패키지 판매 방식을 고수해도 성과를 냈으니 그럴수도 있다고 본다. 하지만 다른 것도 아닌 FPS 장르이고, 기존의 블리자드 게이머들이 아니라는 전제 하에서는 4만5천원이라는 허들을 넘어오는 이가 얼마나 될지 미지수다.
블리자드의 주 고객층은 늘 RPG 장르나 전략 장르의 게이머들이었다. 그리고 상대적으로 연령대가 높다. 그런 그들이 대거 FPS 장르로 넘어올 것이라고는 예상되지 않고, 그렇다고 유료로 고액의 돈을 내면서까지 기존의 FPS 게이머들이 대거 넘어올 것 같지도 않다.
부분유료화를 해도 모자를 판에, 과거의 영광에 심취해 팩 방식을 버리지 못했던 닌텐도의 '닌텐도64'가 오버랩되는 것이 우연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하물며 FPS 게임 장르는 선점이 중요한 시장이 아니던가. 북미 지역은 혹시나 모르겠지만, 중국이나 한국, 동남아 등지에서 '오버워치'가 '크로스파이어'나 '서든어택'과 같은 게임과 경쟁해서 살아남을 것이라는 생각은 하기 어렵다. 결국은 PC 일부와 콘솔 게임 시장 일부에서 포지셔닝 될 확률이 높은 것이다.
또한 FPS 게임 장르가 실시간 네트워크가 굉장히 중요하게 적용되는 장르인데, 블리자드 게임마다 한 번씩 이슈가 됐던 서버 문제가 '오버워치'에는 가장 큰 불만 문제로 대두될 수 있다. 요즘도 블리자드 게임에 접속 안된다는 불만 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는 것이 그런 불안을 가중시킨다.
여기에 블리자드의 최악에 가까운 서비스 운영 능력이 맞붙는다면 상황은 더 안좋아진다. 자신들이 특S급 게임사라는 인식과 권위에 묻혀, '오버워치'를 플레이하기 위해 들어온 신규 FPS 게임 게이머들을 얼마나 홀대할지 눈에 선하다.
다만, 그래도 국내에는 아무리 홀대당해도 블리자드를 추종하는 '블지라드 빠', 일명 '블빠'들이 아직 꽤 있다. 그들을 메인 타겟으로 하고 어떻게 입소문을 내느냐, 그것이 블리자드가 조금이라도 '오버워치'를 성공시킬 수 있는 요건이지 않나 싶다. 예전 '스타크래프트2' 출시 때처럼 "'월드오브워크래프트' 유료 이용자는 무료"와 같은 파격적인 조건이라도 걸어야 할 것이다.
이미 전 세계적으로 블리자드의 게임 이용자수가 줄고 있다는 것은 명확하다. 블리자드도 그런 기류를 감안했는지 신규 시장, 캐주얼 게임 시장을 연이어 노크하고 있다.
'오버워치'를 바라보면, 과거에 기세등등했던 블리자드의 프리미엄 최신작으로 보기엔 뭔가 김이 샌다는 느낌을 받을 수 밖에 없다. 그만큼 초라한 편이다. 세계적인 게임 트렌드를 선도한다는 느낌이 강했던 블리자드였고 늘 특S급 게임회사라 체크되었지만, 이제는 평범한 A급 회사 정도로 포지션되는 게 맞지 않나 싶다.
마지막으로 '오버워치'가 실패했을때, 블리자드 코리아의 김정환 신임 대표는 과연 괜찮을까. 괜시리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