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존심보다 완성도를 택한 블레스 2차 FGT, 가능성 보였다
네오위즈게임즈의 야심작 블레스가 지난 9일부터 20일까지 공개 서비스를 위한 마지막 담금질인 2차 FGT를 진행했다.
사실 지난 9월에 이미 공개 서비스를 대비해 파이널 테스트를 진행했기 때문에 이번은 사실상 두번째로 진행된 파이널 테스트라고 볼 수 있다. 개발자 입장에서는 자신 있게 마지막 테스트를 진행했지만, 많은 문제점이 발견돼 다시 한번 테스트를 진행해야 하는 것이니 상당히 자존심 상하는 일이라고 할 수 있다.
더구나 이처럼 많은 금액이 투자되고 많은 이들이 주목하고 있는 대작 게임은 파이널 테스트라는 이름으로 테스트를 진행한다고 결정하는 것도, 그리고 그 이후에 다시 또 한번 테스트를 진행해야 한다고 결정을 내리는 것도 쉽지 않다. 하지만, 블레스 개발진들은 9월에 진행된 파이널 테스트에서 부족함을 느꼈고, 자존심보다는 완성도를 택했다.
9월에 진행된 테스트에서는 하이란과 우니온의 본격적인 분쟁을 다루면서 1차 테스트보다 훨씬 더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내긴 했다. 하지만, 불안적인 서버 때문에 정상적인 플레이를 하기 힘들었다는 의견도 굉장히 많은 편이었다(사실 이것이 이번 테스트를 진행하게 된 결정적인 이유이기도 하다). 45레벨까지의 신규 지역과 퀘스트, 신규 클래스 어쌔신과 메이지, 그리고 논타겟팅 전투 시스템, 캐릭터 커스터마이징 시스템 등 1차에서는 볼 수 없었던 다수의 콘텐츠들이 추가됐지만, 각종 버그와 테스트 기간 내내 잊을만하면 튕기는 불안한 서버 탓에 새로운 콘텐츠를 마음껏 즐겨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점 때문인지 이번 테스트에서는 새로운 콘텐츠 추가보다는 기존 파이널 테스트에서 선보였던 콘텐츠의 점검에 더 주력하는 모습을 보였다. 중립 지역에서 시작하는 새로운 종족으로 마스쿠 종족과, 3:3 대결을 즐길 수 있는 투기장과 다수의 게이머가 함께 즐기는 필드 레이드 등이 추가되긴 했으나, 레벨은 45레벨 제한 그대로였으며, 중점적으로 테스트한 콘텐츠도 대부분 지난 테스트에서 선보였던 것들이었다. 이번 테스트에 참가한 인원 대부분이 지난 테스트에 참가했던 이들이었기 때문에 다소 식상하다는 반응이 나올 수도 있는 부분이나, 실제로 테스트 결과는 이전 테스트와 확연히 달라졌다. 불안한 서버 탓에 제대로 즐길 수 없었던 콘텐츠를 제대로 즐길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이번에 추가된 마스쿠는 블레스 최초의 중립 지역 종족으로, 원숭이를 모티브로 만들어진 종족이다. 기존에 공개됐던 판테라가 거친 야성미를 담당하고 있다면, 마스쿠는 귀여움 담당으로, 여성 게이머들에게 상당한 호감을 이끌어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지역이 스팀펑크 스타일이기 때문에, 귀여움과 기계의 언밸런스한 조합이 상당히 매력적이라, 이번 테스트에서 상당히 많은 이들이 마스쿠를 선택하는 모습을 보였다.
시작 지역에서 잠깐 퀘스트를 진행하면서 게임의 기본 시스템을 익힌 후 중립지역으로 넘어가서 본격적으로 분쟁에 휘말리게 되는 게임의 흐름은 이전과 동일하기 때문에 추가로 설명할만한 것이 없지만, 이전 테스트보다는 확연히 나아졌다. 새롭게 추가된 것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동선을 개선하고, 흐름에 방해되는 퀘스트를 과감히 없애서 해당 지역의 퀘스트를 해결하면 다음 지역으로 넘어가게 되는 자연스러운 흐름을 만들었기 때문이다(성인을 위한 베드신이나 절벽 낙하신 등 드라마틱한 느낌을 살린 시나리오도 충분히 매력적이고). 개발자들이 차별점으로 선택했던 시간의 흐름에 따른 퀘스트 제공이 없어진 것은 다소 아쉬운 부분이나, 초반부터 게이머들에게 혼란을 줄 수 있는 부분이므로 없애는 것이 올바른 선택이었다고 본다(밤과 낮의 설정은 신선하긴 하나 퀘스트보다는 정예 몬스터나, 탈 것 혹은 애완동물 수집에 적용시켜보는 것을 권하고 싶다).
서브 퀘스트와 메인 퀘스트의 적당한 배분도 좋아진 부분이다. 이전에는 서브 퀘스트의 불편한 동선 때문에 반복 사냥 퀘스트를 하는 것이 더 유리한 상황도 있었으나, 이번 테스트에서는 서브 퀘스트를 다 하고 나면 메인 퀘스트를 수행할 수 있는 레벨 조건에 도달하도록 만들어져, 같은 지역에서 지겨움을 느끼지 않도록 만들었다. 또한, 언리얼 엔진으로 만들어진 블레스의 자연스러운 배경들은 새로운 지역으로 이동하는 것에 대한 기대감을 더욱 커지게 만든다. 실제로 테스터 게시판을 가보면 블레스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는 사람들조차 블레스의 광활한 맵에 대해서는 입을 모아 칭찬을 하고 있는 중이다.
호불호가 갈리고 있는 전투 시스템은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모양새다. 여전히 논타겟팅 전투 시스템은 테라의 그것만큼 매력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으나, 타겟팅 전투는 속도감이나 손맛이 이전보다 훨씬 개선됐으며, 5개까지 확장할 수 있는 전술 탭을 활용해 전투 상황에 맞춰 전략적인 전투를 즐긴다는 컨셉은 이제 자리를 잡은 듯 하다. 예를 들어 같은 어쌔신 캐릭터를 골랐다고 하더라도 핵심 기술을 무법자, 도적, 암살자 중 무엇으로 선택했는가에 따라 세부 기술까지 위력이 조금씩 달라지기 때문에 어떤 전술을 선택하는가에 따라 굉장히 다른 손맛을 느낄 수 있다.
다양한 탈것과 애완동물, 그리고 하수인 시스템도 좋은 반응을 이끌어냈다. 탈 것이나 애완동물을 강화해 상위 등급으로 업그레이드하면 플레이에 도움되는 다양한 버프 효과를 얻을 수 있으며, 하수인을 파견해 미션을 해결하는 시스템도 색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특히, 독특한 외모를 가진 탈 것을 수집해서 남들에게 자랑하는 것에 만족감을 느끼는 이들이 많았던 만큼, 추후 특정 탈 것을 만들고, 그 탈 것으로만 즐길 수 있는 퀘스트나 던전 같은 요소들을 도입한다면 게이머들의 도전 의식을 자극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게임의 핵심 콘텐츠가 될 진영간의 분쟁은 적은 인원으로 진행되는 테스트 기간인 만큼 원래 의도대로 대규모 인원이 대결을 펼치는 것을 경험할 수는 없었지만, 그나마 비슷하게 즐길 수 있는 100:100 카스트라 공방전은 만족스러운 편이었다. 이전에는 서버 불안으로 인해 제대로 대결을 즐기기 힘들었지만, 이번 테스트에서는 200명에 가까운 인원들이 한 전장에 모여 대결을 펼치면서 꽤 그럴싸한 전쟁 장면이 연출됐기 때문이다. 물론 사기에 가까운 어쌔신 캐릭터에 대한 불만이 좀 많긴 했지만, 추후 자리를 잡으면 e스포츠 같은 느낌으로 즐기는 콘텐츠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렇듯 전반적으로 이전에 문제됐던 점들을 다수 고쳤기 때문에 확실히 이번 테스트에 대한 반응은 이전보다 훨씬 긍정적인 편이다. 다만, 이번 테스트에서도 언제 나오는지 기다리다 지치겠다는 반응까지는 이끌어내지 못했다. 많이 나아진 것은 분명한 사실이나, 여전히 마무리에서 아쉬움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이번 테스트에서 가장 많은 이들이 지적하고 있는 부분은 대부분 콘텐츠의 마무리가 약하다는 점이다. 이것은 인스턴스 던전만 봐도 알 수 있다. 귀속 시스템을 선택했으면서 요즘 게임답지 않게 아직도 아이템 주사위 분배 시스템이 없어서 돌아가면서 자신의 아이템이 맞는지 확인하면서 먹어야 하고, 원하는 던전을 신청해서 갈 수 있는 간편 던전 입장 시스템을 지원하지만, 파티시 자동 이동 기능도, 파티원 소환 기능도 아직 제공되지 않아서 파티에 가입하더라도 직접 그 지역까지 이동해야 한다.
또한, 아이템 운이 없는 사람들을 배려해서 아이템 제작을 언제 어디서나 할 수 있게 만들어두고, 인스턴스 던전에서 얻은 재료들로 고급 아이템을 제작할 수 있게 만들어뒀다. 하지만, 정작 아이템이 필요한 레벨대에서는 그 아이템을 만드는 것이 불가능하게 만들어져 있다. 물론 제작을 너무 쉽게 만들어둬도 문제가 되겠지만, 초중반 아이템들마저도 아예 시도할 생각조차 들지 않도록 어렵게 만들어둔 것은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다.
이런 부분들은 고치기 어려운 것이 아니고, 수치만 약간 바꿔줘도 달라질 수 있는 부분인 만큼 차후 공개 서비스 때 고치려고 신경쓰지 않았을 수도 있다. 또한, 이미 수정됐지만 어떤 이유로 이번 테스트 버전에 넣지 못한 것일 수도 있다. 아쉬운 점은 이런 간단한 문제 때문에 지금까지 고생해서 만든 많은 콘텐츠들이 같이 평가절하될 수 있다는 것이다. 개발자 입장에서는 대작다운 큰 그림을 그리다 보니 세세한 부분을 아직 마무리하지 못한 것이라고 얘기하겠지만, 게이머 입장에서는 그래픽이 좋다고 자랑하지만 아이템 분배조차 제대로 안되는 기본이 부족한 게임일 수 있다는 얘기다. 같은 얘기이지만 그 뜻은 천지차이다.
애초에 서비스 목표 시기가 올해 말이었고, 파이널 테스트 이후에 큰 결심을 하고 이번 테스트를 진행한 만큼, 블레스의 공개 서비스는 내년 초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2011년 첫 공개 이후 벌써 4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개발해온 만큼 마지막 남은 몇 달을 정말 알차게 보내 개발진이 상상한, 그리고 게이머들이 기대하고 있는 완벽한 모습으로 나와주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