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같은 내 도시 키우기, '에라 오브 엠파이어'

'고운 정 미운 정'이라는 속담이 있다. 좋은 일만이 아니라 나쁜 일을 겪어도 이를 극복한 뒤에 정이 싹튼다는 뜻이다. 아마도 123게임즈에서 서비스 중인 전략시뮬레이션 웹게임 '에라 오브 엠파이어'를 플레이하면서 자신의 도시를 바라보는 게이머의 심정이 잘 나타나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에라 오브 엠파이어'는 초라한 마을을 자신만의 문명으로 성장시키는 것이 목적인 전략 웹게임이다. 물론 도시는 스스로 발전하지 않는다. 게이머가 이주민을 모으고, 농업을 비롯해 공업, 상업, 행정 시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건축물을 배치해서 지역을 키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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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 챕터마다 수행해야 하는 퀘스트 역시 이러한 과정을 중심으로 주어지며, 퀘스트를 클리어할 때마다 새로운 챕터로 넘어가면서 더 다양한 콘텐츠가 해금된다. '에라 오브 엠파이어'에서는 그리스, 페르시아, 이집트, 중국 등 4개의 문명이 존재하지만 건물 모습, 기와나 정비소처럼 일부 자원과 건물의 유무 차이만 있을 뿐 대부분 콘텐츠는 대동소이하다.

게이머가 가꿔야 할 도시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주민의 숫자다. 사람이 성장할 때 충분한 식사, 영양분이 가장 중요하듯이 '에라 오브 엠파이어'에서는 주민이 도시의 혈액 역할을 맡는다. 주민이 모자라면 노동 인구가 부족해 도시 내 건물들이 마비되며, 반대로 너무 많은 주민이 모이면 실업률이 올라가 도시에 악영향을 끼친다. 따라서 어떻게 주민 수를 적절하게 조절하느냐가 플레이하는 재미 중 상당 부분을 차지하게 된다. 과거 인기를 끌었던 전략게임 '시저 시리즈'를 경험한 게이머라면 적응하기 더 쉬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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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을 모으기 위해선 이들이 거주할 주택이 도로 인근에 있어야 하고, 주민을 맞이할 조건이 달성되면 일정 시간마다 화면 우측에서 이민자들이 나타나 게이머의 도시에 정착한다. 이주민이 오기까지 기다리기 지루한 게이머는 캐시 아이템 '이민자 소집령'을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이것은 시작에 불과하다. 매 챕터마다 건설할 수 있는 주택의 수가 정해져 있기 때문에 게이머는 저택의 레벨을 높여 하나의 건물에 최대한 많은 주민을 수용시킬 필요가 있다.

주목할 만한 점은 주택의 레벨이 높아질 때마다 더 많은 환경을 갖춰야 한다는 점이다. 처음에는 저택 근처에 저수지만 있으면 충분하지만 이후 식량, 고기, 생선 등의 노점, 이어서 종교 건물이나 법원처럼 문화 시설 등도 필요하다. 심지어 요구사항을 충족시켜주지 않으면 세금 징수까지 거부하기도 한다. 이러한 요구 사항은 하나의 주택을 직접 더블클릭해 상세 내용을 확인해야 알 수 있기 때문에 게이머는 어머니의 마음으로 건물을 하나, 하나 살펴보며 정성을 들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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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주택 외에도 소방서, 경찰서, 의원 등 상태 이상을 방지하는 건물들과 노점, 문화, 종교 건물도 게이머가 성의껏 살펴봐야 하기는 마찬가지다. 주택 건물을 제외하곤 레벨업 요소가 따로 없는 대신 이 건물들의 경우에는 종류마다 유효 범위가 각각 다르게 정해져 있다. 특히, 상태 이상을 방지하는 건물들의 보호가 필요한 시설이 유효 범위에서 벗어나면 시기의 차이가 있을 뿐 반드시 상태 이상에 걸리며, 이를 방치하면 건물은 폐허로 변해버린다.

이렇듯 '에라 오브 엠파이어'는 ‘시저 시리즈’처럼 현실적인 도시 운영 정책과 각종 돌발상황을 극복해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전략게임이다. 하지만 게임 내 불친절한 부분이 많아 이 장점을 체감하기란 쉽지 않다.

먼저, 폐허를 복구할 수단이 없어 게이머는 폐허가 된 자리를 철거한 후 다시 처음부터 건물을 세워야 한다. 당연히 폐허로 변한 건물에 투입된 자원은 회수할 수 없으므로 처음부터 여러 건물의 유효 범위를 고려해 시설을 배치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게임 내에서 설명이 충분하지 않아 사전 지식이 없는 초심자 게이머에겐 거의 불가능한 요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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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10챕터 전후부터는 다수의 시설이 세워진 후여서 한정된 공간 안에 도시 구조를 개선하기도 쉽지 않다. 여기서 게이머는 최대한 대응 방안을 찾아 유지 보수를 시도할 것인지, 기존 캐시 아이템 '이사권'과 건물 해체 기능을 활용해 강도 높은 리모델링에 도전할지 고민하게 된다. 아예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고 싶은 게이머를 위한 초기화 관련 캐시 아이템도 준비됐다. 어떤 방법을 선택하든 지금까지 공을 들인 도시의 환골탈태가 불가피해 이 순간부터 플레이 여부를 가리는 분수령이 된다.

만약 플레이 중 좋은 친구를 만난 게이머라면 조금은 더 수월하게 '에라 오브 엠파이어'를 즐길 수 있다. 친구를 맺은 게이머가 서로 상대의 도시를 방문하면 상황 일지를 통해 일정 골드를 수금할 수 있고, 친구가 먼저 배운 기술을 습득할 땐 소모 비용과 시간이 절반으로 줄어든다. 이 밖에, 거래소 건물이 없어도 여러 자원을 교환할 수 있는 등 좋은 친구는 도시의 버팀목이 되어준다. 좋은 친구 많이 만나라는 어르신들의 덕담과 일맥상통한다.

특히, '에라 오브 엠파이어'는 게임 내 설명이 부족해 친구를 맺은 여러 게이머의 조언과 경험담은 큰 도움이 된다. 앞서 설명한 건물 배치, 상태 이상, 이민자 확보 방법뿐만이 아니다. 화면 중앙 상단에 나타난 이벤트 메시지를 클릭하면 화면이 이벤트 진원지로 이동하는 기능처럼 편의성과 관련된 부분부터 병사가 있어도 고급 주택이 레벨3까지 오르기 전에는 타 지역에 군사를 보내지 못 하는 중요 콘텐츠 해설에 이르기까지 '에라 오브 엠파이어'에서는 게이머를 위한 콘텐츠 해설이 부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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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울러 게임 내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지만 전투 시스템도 게이머를 답답하게 만들기는 마찬가지다. 게이머가 편성한 군대를 다른 게이머의 도시 혹은 자원 지역에 행군을 보내면 전투에 진입할 수 있지만 턴을 넘기는 것을 제외하면 모든 전투 지시를 인공지능에 맡겨야 한다. 2시간 마다 하나씩 회복하는 포인트를 사용해 턴을 넘길 때마다 게이머의 바람과 달리 싸우다가 필요 이상으로 피해를 입는 병사들의 모습은 덤이다.

이 광경을 보고 있으면 마치 힘들게 키운 집 나간 탕아에게 노심초사하는 부모의 심정을 알 것 같다. 실시간으로 다른 군대가 난입해 도와줄 수 있으나 행군 시간이 최소 수십 분, 오래는 24시간 이상 걸려 큰 의미가 없다. 다른 게이머의 도시를 공격했을 경우에는 실제 전투가 벌어지기까지 4시간 기다려야 하기 때문에 적의 전력이 예상과 다르다면 미리 추가로 군대를 보낼 수는 있으나 디 대기 시간 때문에 안 그래도 진행이 느린 전투 콘텐츠가 더 지루해진다.

이 밖에 게임 시작 초기의 닉네임이 숫자로 자동 결정되고, 캐시 아이템을 사용해야 변경할 수 있는 점 등 선뜻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까지 겹쳐 게이머가 '에라 오브 엠파이어'를 플레이할 때 느끼는 부담은 더욱 커진다. 심지어 게이머가 접속한 후 다른 화면을 보고 있을 동안 어떤 이벤트가 발생했는지 확인할 수 있는 기록창조차 없어 게임의 플레이 난이도를 더욱 높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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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상황 속에서 퀘스트 알림 메시지가 비정상적으로 커지거나 일부 아이콘이 한자로 표기되는 오류, 한글로 도시 이름을 바꿀 수 없는 문제까지 마주할 때마다 미운 정이 단단히 생길 수밖에 없다. 게임이 아주 못났으면 체념이라도 하겠으나 각 문명이 개성적으로 표현된 2D 그래픽, 고생한 만큼 꾸준히 성장하는 문명 육성의 즐거움 등 장점이 없는 것도 아니다. 게이머가 기민하게 대처할 만한 콘텐츠가 적어 플래시를 지원하는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태블릿으로 장소의 제악 없이 플레이할 수도 있다.

만약 새로운 전략 웹게임을 바랐던 게이머, 혹은 1990년대 출시된 고전게임처럼 도전심리를 자극하는 난이도의 전략게임을 찾는 게이머라면 '에라 오브 엠파이어'가 취향에 맞을 수도 있다. 그러나 다수의 게이머가 고운정, 미운정 들기도 전에 손을 놓아 버릴 가능성이 큰 만큼 '에라 오브 엠파이어'의 진입 장벽은 만만치 않다. 이 게임의 진가가 드러나기 위해선 게임 내 오류 수정을 비롯해 초기 지원책 확대, 튜토리얼 과정 추가, 간편한 건물 재배치 기능 등이 시급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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