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 트인 시야만큼 시원한 중력체험! PS4 '그라비티 러시 리마스터'
게임명: 그라비티 러시 리마스터
개발사: 소니 컴퓨터 엔터테인먼트(SCE)
유통사: 소니 컴퓨터 엔터테인먼트 코리아(SCEK)
사용기기: 플레이스테이션4(PS4)
필자명: 구석지기
작은 공을 굴려 점점 크게 만든 후 마지막에는 우주까지 삼키는 게임 '괴혼' 시리즈는 2004년 출시 당시 독특한 게임성과 색다른 진행 방식으로 큰 화제를 모았다. 일본 게임 최초로 '굿 디자인 상'을 수상하기도 했고 다양한 플랫폼으로 확대, 생산되면서 큰 인기몰이를 했다.
당시 괴혼의 성공 배경에는 아스트랄한 세계관과 오버 센스 넘치는 번역, 그리고 엽기적인 플레이가 가능하다는 점 등이 컸지만 당시 게임에서는 볼 수 없던 신선한 게임성을 가지고 있었다는 점을 무시할 수 없다고 본다. 괴혼 시리즈의 게임성은 지금도 회자될 정도로 개성 넘친다.
하지만 이후 몇 년 동안은 이 같은 신선한 작품을 만날 수 없었다. 서양은 액션 기반의 롤플레잉 게임과 꾸준히 나오는 FPS, TPS 장르의 강세가 이어졌고 동양의 경우 온라인 기반의 MMORPG나 캐주얼 방식의 게임 위주로 시장이 흘러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신선한 시도를 하는 인디 게임들은 있었지만 '완전 새롭다'는 느낌을 주는 작품은 필자 입장에서는 괴혼 이후에는 줄곧 공석이었다. 이 게임이 나오기 전까지 말이다. 바로 SCEK에서 2012년 6월 휴대용 게임 PS비타로 선보이는 중력 어드벤처 '그라비티 러시'(GRAVITY RUSH)다.
이 게임이 신선했던 이유는 중력이라는 소재를 활용, 생각지도 못한 게임 플레이를 제공했기 때문이다. 물체를 띄우거나 날아다니는 게임은 꽤나 다양하게 등장했지만 중력을 이용해 벽에 서있거나 세상을 뒤집어서 날아다니는 등의 방식은 필자에게 큰 충격과 재미를 안겨줬다.
특히 끝이 보이지 않는 하늘로 날아갈 때의 느낌은 꼭 바이킹이나 무서운 놀이기구를 탔을 때 오금이 저려오는 듯한 느낌을 안겨줬다. PS비타의 작은 화면 속에서 이만큼의 느낌을 전달할 수 있다는 자체도 놀라웠지만 하늘로 떨어진다는 신선한 설정은 그야말로 굉장했다.
그러나 이런 굉장한 경험을 하나의 작은 화면이 아닌 모두가 볼 수 있는 큰 화면으로 즐길 수 있으면 어땠을까라는 아쉬움은 항상 있었다. 향후 비타TV가 나왔지만 이미 커질 대로 커진 HDTV 환경에서는 PS비타의 해상도는 곧 한계를 들어낼 수 밖에 없었다.
이런 생각을 가진 사람이 많았을까. 작년부터 현세대 플랫폼 PS4로 리마스터 된다는 소문이 돌기 시작했고 얼마 안 돼 이 소식은 예상치 못한 곳에서 '사실'로 판명됐다. 게임 내 주요 공간인 공중도시 '헥사빌'의 독특한 풍경을 고화질의 그래픽과 넓은 시야로 만날 수 있게 된 것이다.
먼저 PS4 리마스터 버전과 기존 PS비타 버전의 차이에 대해서 짚고 넘어가자. 리마스터 버전은 기존 게임의 그래픽을 모두 1080p에 최적화 시켰다. 그리고 시야 전체가 크게 넓어져 비타 버전에서는 볼 수 없던 공간까지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60프레임의 부드러운 환경과 UI 및 편의기능 등이 강화돼 PS비타보다 한층 편하게 게임의 재미를 체험할 수 있다. 무엇보다 그래픽 수준의 향상이 매우 크게 이루어졌음에도 안정적인 프레임 환경을 제공한다는 점은 이 게임의 팬 입장에서는 매우 만족스러운 대목이다.
그리고 기존에 판매됐던 '스파이'와 '메이드', 그리고 '군대' 등의 유료 DLC로 판매된 복장 3종도 본 편에 포함됐다. 게임 제작 시 참고됐던 일러스트와 콘셉트 이미지 600여 종도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그 외 새로운 시각 효과와 조작 변경점 등이 적용돼 좀 더 편하게 즐길 수 있게 됐다.
게임성은 변경점이 없다. 이 게임은 기억을 상실한 소녀 캣이 신비한 고양이 더스티를 만나면서 펼쳐지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오픈 월드 방식으로 제공되기 때문에 게이머는 자유롭게 헥사빌을 날아 다닐 수 있고, 스토리와 챌린지, 시설 회복 3가지 목표를 달성할 수도 있다.
스토리 미션은 말 그대로 이야기와 관련된 부분을 체험하고 해결하는 형태다. 이야기 진행에 맞춰 고화질의 일러스트를 만화 형식처럼 만날 수 있고, 때론 실시간 영상 등으로 구성된 연출도 볼 수 있다. 이야기 진행에 따라 시설 회복 미션을 추가로 만나게 된다.
시설 회복은 말 그대로 공중 도시 헥사빌의 다양한 시설을 복원하는 과정이다. 이곳에는 다양한 시설들이 존재하고 캣은 도시 곳곳에 있는 프래셔스 젬을 모아 동력이 끊어진 시설에 보급해야 한다. 이 과정을 통해 주민들의 평판을 얻을 수 있고, 챌린지 미션도 열린다.
평판을 얻게 될 경우 RPG에서 일종의 레벨업처럼 능력치 강화의 '상한치'가 해제된다. 챌린지 미션은 말 그대로 도전 과제다. 랭크 결과에 따라 해당만큼의 프레셔스 젬을 획득할 수 있고 이 젬을 활용, 자신의 능력치를 성장시킬 수 있다.
이런 미션을 즐기기 위해서는 캣의 중력 액션이 필요하다. 게임 내 중력 액션들은 이동계, 공격계, 필살기 계열 등으로 나눠진다. 무중력 비행이나 낙하, 슬라이더는 이동에 필요하다. 특히 비타 버전에서 사용이 어려웠던 중력 슬라이더는 PS4 버전에는 쉽게 조작할 수 있게 됐다.
액션 부분은 단연 중력킥이다. 이 게임의 핵심이자 재미 요소, 그리고 모든 보스 및 네비로 불리는 적들과의 대결에서도 꼭 필요한 액션이다. 중력의 길이에 따라 데미지가 대폭 상승하고 최종 레벨로 강화하면 운석과 같은 연출과 함께 강력한 킥이 발사된다.
성장에 따라 다양한 필살기도 만날 수 있다. 이차원 세계에서 얻게 되는 이 기술은 스크래치 토네이도와 그라비티 타이푼, 그리고 마이크로 블랙홀이다. 필살기 시그널을 장착, 한 가지의 기술을 사용하는 것인데 액션 게임 못지 않은 시원함과 강력함이 특징이다.
이렇게 다양한 기술을 가진 캣이 활약하는 곳은 헥사빌로 구시가지 올드 느와르, 환락가 플레쥐느, 공업지역 인데스트리, 타운 센때리알레, 마지막으로 시장 전용 구역 등이 있다. 이곳은 캣의 능력이 개방되면 자연스럽게 갈 수 있다.
스토리 미션에 따라 만나는 이야기 외에도 게임 속에는 매우 다양한 인물들의 이야기와 숨겨진 요소가 있다. 성장에 따라 숨겨진 곳의 프레셔스 젬을 획득하거나 시간에 대한 이야기를 가진 부부와의 만남, 레어 능력을 가진 독특한 네비와 전투 등도 색다른 재미를 안겨주는 부분이다.
리마스터 버전의 단점은 거의 없다. 저렴한 가격이면서도 당시의 플랫폼에서 느껴지던 긴 로딩이나 어려운 조작 등이 거의 개선 됐기 때문이다. PS비타 버전으로 접할 당시의 어려웠던 챌린지 역시 좀 더 수월하게 도전해볼 수 있다. (난이도가 쉬워진 건 아니다)
아직 PS비타 버전의 그라비티 러시를 즐겨보지 못했거나 참신한 스타일의 액션 어드벤처 게임을 찾는 게이머라면 이 게임은 꼭 해볼만한 가치가 있다. 그리고 초반의 다소 어렵다는 조작 체계가 익숙해진다면 어지러움을 떠나 진정한 자유를 느낄 수 있으니 포기하지 말고 꼭 즐겨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