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는 한글판! 진짜 재미를 경험한다, PS4 ARPG '마녀와 백기병 Revival'
게임명: 마녀와 백기병 Revival
개발사: 닛폰이치 소프트웨어
유통사: 인트라게임즈
사용기기: 플레이스테이션4(PS4)
필자명: 구석지기
일본의 게임 개발사 '닛폰이치'(Nippon Ichi Software)를 한 마리로 정의하면 '폐인 양성 게임 개발사'라고 할 수 있다. 자신들의 게임을 즐기면 즐길수록 더욱 재미있고 폐인이 되면 될수록 더 많은 재미를 주는 기획 위주의 게임을 주로 개발, 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의 마니아 층은 2002년 1월 출시된 '라퓌셀: 빛의 성녀 전설'을 시작으로 이 개발사에 빠져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당시 PS2의 보급과 함께 '자막 한글판'으로 출시된 이 게임은 국내 수많은 마니아를 양성한 '마계전기 디스가이아' 시리즈의 시조격 게임이라고 볼 수 있다.
당시에도 비공식 1만5천 장 이상의 판매고를 올린 이 게임은 닛폰이치가 가진 성향을 잘 느끼게 해준다. 엄청난 성장 요소와 부정점 정화, RE-ACTION 등의 반복 기능을 반복 활용, 필드 내 모든 적을 '한 방!'에 날리는 과감한 통쾌함을 선보여 타 게임과는 확실하게 차별화된 모습을 보였다.
또한, 3D 그래픽이 대중화가 된 요즘에도 불구하고 2D 그래픽을 고수하는 점도 마니아들의 입맛을 자극하는 부분이다. 물론 3D 기능을 활용한 2.5D 방식이지만 두 가지의 장점을 극대화 시켜 2D 연출의 아기자기함과 3D의 다양함을 놓치지 않는 건 이 개발사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처음 이 회사가 '마녀와 백기병'이라는 3D 방식의 액션 RPG를 선보였을 때 다소 당황했다. 그들이 생소한 장르에 갑작스럽게 도전한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건 필자의 착각이었다. 닛폰이치는 일본 및 북미에서 콘솔, PC, 스마트폰 등으로 다양한 게임을 선보여온 것이다.
자막 한글화와 독특한 콘셉트로 화제를 모았던 '오오에도 블랙스미스'(PS비타)도 닛폰이치의 작품군에 속하며 여성 범죄자를 조교로 갱생시킨다는 내용을 담고 있는 '크리미널 걸즈' 시리즈 역시 이 회사 작품이다. (크리미널 걸즈2의 경우는 자막 한글화로 국내 출시될 예정이다)
그러다 보니 PS4로 재출시된 '마녀와 백기병 Revival'은 전혀 다른 시각으로 볼 수 있었다. 2D와 턴제 방식의 RPG에 익숙한 개발사가 아닌 다양한 장르에 도전하고 그 장르에서 두각을 나타내기 위해 노력하는 개발사의 신작으로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PS4용 마녀와 백기병 Revival은 원작인 PS3용 원작에 새로운 콘텐츠 및 그래픽 확장, 편의 기능 추가 등을 이루어진 완전판이다. PS3 버전 자체가 불편했던 것은 아니지만 PS4 버전의 깨끗한 그래픽과 연성 등의 추가 기능, 그리고 메탈리카 전용 던전 등으로 한층 좋아진 재미를 제공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눈에 띄는 건 자막 한글화가 됐다는 점. 원작 자체가 워낙 대사량이 많고 독특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기 때문에 어느 정도 이상의 일본어를 알지 못하면 즐기기 어려운 게임이었다. PS4 버전이 한글화 되면서 게임 이야기를 한층 풍부하게 즐길 수 있게 됐다.
게임 마녀와 백기병의 이야기는 두 대국 사이에 있는 숲 속, 그 곳에 존재하는 늪 '니블헨네'에서 사는 마녀 메탈리카가 자신의 늪을 확장하고 누군가에게 복수하기 위해 차원 속 생물체 '백기병'을 불러내면서부터 시작된다.
백기병의 존재 자체는 큰 설명이 없다. 다만 알 수 없는 세상에서 메탈리카가 자신의 세상으로 불러낸 것. 물론 후반부에 대해 백기병에 대한 이야기를 좀 더 들을 수 있지만 그 점은 스포일러가 될 수 있기에 제외하고 넘어가도록 하겠다.
게임은 특별한 상황이 아닌 이상은 백기병을 중심으로 돌아간다. 늪의 기운이 없으면 나갈 수 없는 마녀는 백기병을 통해 밖의 다른 마녀들을 견제, 또는 복수하게 되고 자신이 움직일 수 있는 영역을 만들어나간다. 이때 중요한 부분이 바로 늪의 기운을 가진 꽃 '필라'다.
마녀 메탈리카는 늪이 없으면 이동이 불가능하다. 그래서 늪의 기운을 가진 꽃 필라를 찾아 개화를 시키면 그곳으로 마녀가 갈 수 있는 곳이 확장이 되는 것. 필라는 오직 백기병만이 개화를 시킬 수 있다. 이 과정을 통해 더 많은 스테이지로 갈 수 있는 길이 열린다.
게임 내 전투 시스템은 독특하다. 각각의 무기를 상황에 맞춰 사용해야 하며 콤보는 무기를 어떻게 많이 착용하는가에 따라 최대 5회까지 발동이 된다. 콤보는 늘어날수록 대미지가 증가하기 때문에 1번부터 5번까지 어떤 무기를 언제 사용하게 만들지가 매우 중요하다.
쉽게 이야기하면 첫 타보다는 다섯 번째 타격이 대미지가 더 크고 무기의 특성, 둔기 또는 창, 또는 베어내는 칼 등에 따라 통상/내성/약점 등의 효과가 생기게 된다는 것이다. 통상은 일반 대미지고 내성은 해당 무기에 적이 강하다는 의미다. 약점은 해당 무기에 약하다는 뜻.
그렇기 때문에 무기 조합은 게임 내에서 특정 스테이지를 완수하는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전투 도중에는 변경이 안되기 때문에 조합 리스트 중 하나를 선택하는 형태가 된다. 그래서 초반부터 많은 무기를 파는 것보다 리스트 형태에 맞춰 조율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 과정은 꽤나 재미있다. 액션을 어떻게 할지에 대해서 고민도 하게 되고 보스나 강력한 몬스터를 사냥하기 위해 콤보 막타에 대한 조합도 생각해볼 수 있기 때문. 특히 필드의 모든 적이 하나의 속성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없기 때문에 다양한 무기의 조합을 고민, 설정하게 된다.
숏대시 등의 액션도 게임의 재미를 높여주는 부분이다. 숏대시는 X버튼을 살짝 누르면 발동되는 기술인데 단순히 빠르게 거리를 이동하는 것을 떠나 적의 특정 공격을 회피하는 기능도 있다. 정확한 타이밍에 회피하면 순간적으로 적들이 느려지는데 이때 약점을 공격할 수 있다.
약점 공격 시에는 평소보다 2~3배의 대미지가 들어간다. 그렇기 때문에 보스전에는 필히 이 부분을 사용해야 한다. 처음에는 생각보다 타이밍 맞추기가 어렵지만 익숙해지만 매우 빠르게 적을 제압할 수 있고 콤보와 합산된 대미지가 나오기 때문에 예상 못 한 호쾌함도 느껴진다.
아이템 장착이나 성장 부분은 간단한 편이다. 무기나 복장 아이템 등은 레벨 등의 특정 조건이 필요 없고 부위가 최소 수준으로만 나뉘어 있다. 그래서 좋은 아이템 위주로 여러 개를 같이 착용할 수도 있다. 액션 부분 난이도를 배려한 개발사의 선택인 것 같다.
그러나 이 게임의 정말 독특한 점은 예상치 못한 곳에 있다. 바로 게임의 이야기다. 이 게임의 이야기는 꽤나 무겁고 잔인하다. 외형적으로 보면 귀엽고 동화 같고 아름다운 이야기로만 보이지만 실상은 다르다. 죽음과 복수, 그리고 관계 사이에서 펼쳐지는 잔혹한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마을에 있는 사람들과 우호적 관계를 만들 수도 있지만 그와 반대로 적대감을 높일 수 있고 이에 따른 공격도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 그래서 하다 보면 의외라는 부분들이 자주 만날 수 있다. 필자는 마녀와 백기병 게임 내용이 꼭 성인을 위한 동화와 같은 느낌을 받았다.
이 외에도 풀 보이스로 진행되는 대화신과 미려한 일러스트, 굉장히 많이 존재하는 숨겨진 요소, 메탈리카를 활용할 수 있는 추가 던전 등도 장점이다. 이중 시종일관 눈을 즐겁게 해주는 일러스트의 재미는 아주 만족스럽다. 닛폰이치의 장점이 폭발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그러나 단점이 아쉽다. 우선 시각적인 문제가 크다. 3D 필드에서 펼쳐지는 전투는 숲이나 특정 스테이지에서는 나무나 연출 등의 효과로 시야가 가려지는 경우가 너무 자주 발생한다. 어떤 의도가 있기에 반투명 등의 효과를 넣지 않는 것 같지만 이것 때문에 짜증이 많이 생긴다.
또한 전개 도중 흐름이 끊어지는 형태가 너무 많다. 특정 상황에 갔을 때 발생하는 이벤트는 전개 속도가 늦고 답답하다. 이를 의식했는지 대사 등은 초고속 스킵이 되지만 문제는 그것이 아닌 이벤트 발생이 특정 공간 근처에서 마구 발생한다는 것이다.
이 두 가지 문제는 액션 RPG를 즐기는 입장에서는 꽤나 답답했다. 적이 보이지 않아 미니맵을 보고 공격을 휘두른 적도 많고 전투 도중 이벤트가 갑자기 발생해서 흐름이 딱 끊어지는 경우도 자주 생겼다. 이 부분들은 개선될 여지가 많은 부분이라 더 아쉽다.
총평을 한다면 완전판으로 나온 이 게임은 몇몇의 단점을 제외한다면 해볼만한 재미가 상당히 있다는 것이다. 물론 단점 자체가 작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해서 게임이 주는 전반적인 재미 자체까지도 무너뜨리는 형태는 아니다. 연성이나 추가 던전 등도 마음에 든다.
자막 한글화 덕분에 게임 자체의 풍성함이 훨씬 강해졌고 중심 이야기 외적인 부분이나 엔딩 등에서도 개발사가 원하고 전달하고 싶은 부분들이 세세하게 나와서 너무 좋았다. 닛폰이치의 특유의 아기자기함과 그와 상반되는 다크한 판타지 이야기가 필요하다면 이 게임은 좋은 선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