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끗 차이의 희로애락, '길목마다 몬스터'
주사위의 수 하나, 보드 위의 칸 하나 차이로 천당과 지옥을 오가는 스릴과 쾌감. 보드게임에서 빼놓기 어려운 묘미 중 하나다. 하지만 달리 말하면 주사위와 확률에 의한 희로애락은 보드게임의 가장 기본인 요소이기도 해 이 부분을 어떻게 표현하느냐에 따라 보드게임의 개성이 달라지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아이벡스트가 개발하고 엑스텐게임즈에서 서비스 중인 모바일게임 '길목마다 몬스터'의 경우, 던전을 탐색하는 롤플레잉게임 시스템과 카드배틀게임 요소까지 더해져 게이머들에게 어필하고자 했다.
먼저, '길목마다 몬스터'의 던전에 입장하면 보드게임처럼 주인공 캐릭터가 룰렛으로 정해진 칸만큼 이동하고, 도착한 칸에 의해 각종 특수 효과 적용된다. 아무 효과가 없는 타일이 있는 반면에 가시 함정 등 체력을 줄이는 벌칙부터 아이템 획득이나 능력치 상승 등의 혜택까지 다양한 타일 효과가 존재하며, 상황에 따라선 던전 클리어 여부에 영향을 끼친다. 또한, 이동 루트가 갈라지거나 입장할 때마다 일부 특수 장치, 몬스터의 배치가 달라져서 한 번 클리어한 던전도 쉽게 질리지 않는다.
아울러 제한적으로 룰렛의 이동 숫자를 정할 수 있어 중요한 효과의 타일 앞에서 게이머는 긴장하게 된다. 좌우로 빠르게 움직이는 게이지를 1부터 6까지 배치된 특정 위치에 멈췄을 때 '퍼펙트' 판정 연출이 나타나면서 이동 횟수를 정할 수 있는 '길목마다 몬스터'의 룰렛 법칙 덕분이다. 그리고 이것은 게이머 자신의 반사신경을 시험하는 동시에 좀 더 효율적인 던전 탐험을 추구하는 일본 롤플레잉게임과 유사한 플레이 패턴으로 이어진다. 만약 한 번 클리어한 던전에 같은 수고를 들이고 싶지 않다면 자동 진행 기능을 사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이어서 던전을 탐험하던 중 몬스터와 조우하면 '길목마다 몬스터'의 장르가 카드배틀게임으로 변모한다. 15장의 카드로 꾸린 덱에서 매 턴마다 최대 5장의 생물, 장비, 마법 카드 등을 사용할 수 있으며, 카드마다 정해진 발동 마나가 달라 카드 효과와 함께 덱의 운용에 많은 영향을 끼친다. 또한, 첫 턴 이후 턴이 지날 때마다 사용할 수 있는 마나가 많아져 최대 30까지 늘어나고, 한 턴에 생물 카드와 조합해서 사용할 때 제 효과를 발휘하는 장비 카드나 적과 아군에 다양한 특수 효과를 끼치는 마법 카드로 인해 마나 운용법 역시 전투의 전략성을 높인다. 15장의 카드를 모두 사용해도 확률에 따라 다시 손 패에 돌아오기 때문에 특정 전투에 대비하는 것이 아니라면 카드를 아낄 필요는 없다.
다만, 보스 몬스터나 강림 던전처럼 특정 콘셉트에 대응할 카드는 미리 준비해야 전투가 수월해진다. 게이머가 생물, 마법, 장비 카드를 사용하듯이 몬스터도 특정 카드 1턴 사용 불가, 상태 이상 면역 등 각종 스킬을 갖췄다. 이 밖에 일부 몬스터는 체력이 매우 낮은 대신 높은 방어력을 자랑해 강력한 공격 한 방보다 약한 공격을 여러 번 시도하는 덱으로 상대해야 유리해지는 등 콘셉트에 의한 상성 관계도 준비됐다. 따라서 게이머는 정해진 운용법에 특화된 덱을 여러 종류 구비하게 된다. 전투 중 무작위로 발견돼 친구들과 함께 공략하는 레이드 전투, 승리하면 반드시 보스 캐릭터를 획득할 수 있는 대신 높은 난이도를 자랑하는 강림 던전 등에선 이러한 특징이 더욱 두드러진다.
참고로 적보다 압도적인 전력을 갖추지 않았다면 전투 중에 자동 기능은 추천하고 싶지 않다. 적의 능력과 주어진 카드를 최대한 효과적으로 활용해 효율적으로 전투를 즐기는 '길목마다 몬스터'의 장점을 느끼기 어려울뿐더러 던전 내 타일에 의한 변수가 더해지면 난이도가 급상승한다. 특히, 일반 몬스터에게 통할 상태이상 카드가 보스 전투에서만 잔뜩 뽑히거나 공격력, 체력 하락 타일을 밟은 상태에서 보스 전투가 발생하면 난이도가 급상승해 평소에 쉽게 클리어하는 던전에서 패배할 수 있다. 또한, 자동 전투 중 적의 스킬이나 게이머 자신의 상태를 고려하지 않아 적과 아군 모두에게 피해를 입힐 수 있는 확률형 카드나 일반 몬스터용 카드를 보스에게 사용해 마나를 낭비하는 등 인공지능의 한계도 명확해 자동 기능에 크게 구애받지 않는 게이머 외엔 전투 시스템이 불편할 수 있다.
이러한 문제는 카드의 등급을 높이거나 생물 카드의 레벨을 올리면 상당 부분 해소된다. 생물 카드는 레벨이 오를수록 공격력이 올라 발동 마나 대비 효율이 높아지며, 유물이나 마법 카드처럼 레벨 구분이 없는 카드 역시 등급이 높아질수록 효과 수치가 상승하거나 발동 마나가 줄어든다. 이와 함께 같은 계열의 카드, 동일 등급의 카드, 특정 아이템 등을 활용하는 한계돌파, 합성, 진화 등 여러 카드 육성 시스템을 갖춰 상대적으로 효율의 차이가 있을 뿐 게이머가 원하는 카드를 자유롭게 육성 및 활용할 수 있다. 이 밖에 등신대로 표현된 카드 삽화의 퀄리티도 다양한 카드를 모으는 동기로 작용한다.
아울러 카드의 육성 여부가 큰 비중을 차지해 등급이 높거나 여러 능력을 갖췄지만 레벨이 낮은 5성 생물 카드보다 레벨 육성 및 한계돌파를 전부 마친 4성 생물 카드가 더 유용한 경우도 많다. 이로 인해 육성 카드의 등급이 높을수록 합성용 몬스터나 경험치 카드, 골드 등이 많이 필요해 뽑기보단 캐릭터 육성 시 과금 필요성이 더 커진다. 그래도 과금으로만 얻을 수 있는 아이템이나 카드는 따로 없기 때문에 쾌적하게 게임을 즐기고 싶은 게이머, 시간을 투자해 노력해서 오래 즐기고자 하는 게이머 모두 '길목마다 몬스터'의 육성 콘텐츠를 충분히 즐길 수 있다.
오히려 과금 체계보다 해결되지 않은 게임 내 오류들이 '길목마다 몬스터'의 발목을 잡는다. 게임이 멈추거나 자동 기능이 먹통이 되는 불안전한 앱 구동, 일부 스킬 표기 오류 등은 플레이의 흐름을 끊기에 충분하다. 또한, 최고 등급인 6성 카드 중에서도 효용성의 차이가 크거나 스토리 던전을 클리어하면 요일 던전과 레이드, 강림 전투가 전부인 콘텐츠 부족, 아직 게이머들이 다양한 덱을 완성할 만한 카드 종류를 구비하지 못한 점도 아쉽긴 마찬가지다.
이런 의미에서 '길목마다 몬스터'는 보드게임의 장점과 카드 게임의 장점이 결합된 전투와 짜임새 갖춘 육성 시스템, 개성적인 삽화를 기반으로 게이머들을 모아 다양한 콘텐츠를 선보여 차별화된 성공 사례를 남기느냐, 출발은 좋았으나 게임 내 오류와 콘텐츠 부족으로 게이머들을 붙잡지 못해 성장통을 겪느냐의 갈림길에 서있는 셈이다. 다만, 어느 길로 빠지든 보드게임과 카드배틀게임을 좋아하는 게이머에게 권할 만한 모바일게임이란 사실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