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선택과 집중 VS 회사의 신뢰도. 최선의 선택이라 확신하는가?
[게임동아 김남규 기자] 지난해 영화배우 황정민을 내세우며 화려하게 등장했던 네오위즈게임즈의 MORPG 애스커가 출시 6개월만에 서비스 종료를 발표했다. 이미 게이머들 사이에서 관심 밖의 게임이 됐고, 이전에 골프존엔터테인먼트와 손잡고 선보인 온그린도 서비스 7개월만에 종료한 경험도 있으니 그리 놀랄 일은 아니다. 현재 네오위즈게임즈는 회사의 모든 역량을 블레스에 집중해야 할 시기이기도 하다.
심지어 이게 최단 기록도 아니다. 바람의 나라, 어둠의 전설 등으로 장수 게임의 대명사로 불리는 넥슨도 우당탕탕 대청소라는 게임을 서비스 시작 50일만에 종료했다. 넷마블의 파이러츠는 야심차게 공개하긴 했지만 아직도 정식 서비스를 시작하지도 못하고 있다. 현재 분위기로는 정식 서비스는 물 건너 간 것으로 보인다. 게임의 미래에 대한 판단의 시기가 예전보다 훨씬 빨라진 것이다. 하루에도 수십개의 게임이 쏟아지고, 수십개의 게임이 사라지는 모바일 게임 시장에 비하면 양반이지만, 과거 온라인 게임을 생각하면 상식이 무너졌다고 느껴질 수도 있는 상황이다.
게임사들이 이런 결정을 내리는 이유는 당연히 선택과 집중이다. 한정된 자본금을 효율적으로 투자해야 하는 게임사 입장에서는 전망이 보이지 않는 게임을 붙잡고 있을 만한 여유가 없다. 더구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마케팅 및 유지보수 비용이 점점 더 늘어나고 있는 만큼 빨리 결단을 내리지 못하면 더 큰 손해를 보게 되는 가능성도 있다. 물러설 때를 알아야 한다는 말이 괜히 나오는게 아니다.
기자 역시 이 같은 결정을 충분히 이해는 하지만, 한가지 의문은 있다. 과연 이것이 회사를 위한 최선의 선택이라고 확신할 수 있는가?
게이머들이 어떤 게임을 플레이 결정할 때는 게임의 장르, 그래픽, 컴퓨터 사양 등 여러 가지 항목들을 고려하기 마련이고, 그 중에 어떤 회사의 게임인가도 중요 고려 대상 중 하나다. 재미있게 즐기고 있고, 결제까지 한 게임이 갑자기 서비스를 중단한다면 너무나도 허무한 일이니, 좀 더 믿을 수 있는 회사의 게임을 선택하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믿을 수 있다고 생각했던 회사였는데, 서비스를 중단하면 오랜 기간 열심히 노력해서 쌓아온 신뢰가 조금씩 무너지게 되고, 이 것이 반복되면 추후에 서비스될 다른 게임에게도 영향을 주게 된다.
물론 서비스 종료를 절대 해서는 안된다는 얘기는 아니다. 현재 게임 시장을 이끌고 있는 선두기업들도 현재 서비스하고 있는 게임보다 훨씬 더 많은 게임의 서비스를 중단해왔고, 앞으로도 많은 게임의 서비스를 중단할 것이니. 이윤을 추구하는 회사 입장에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다만, 중요한 것은 그 게임을 즐기고 있는 게이머들이 서비스 종료를 납득할 수 있을 만큼 회사가 “최선의 노력을 다했는가”다. 각각의 게임마다 상황은 조금씩 다르겠지만 상식적으로 1년도 안되는 기간이라면 게이머들 뿐만 아니라 몇 년간 게임을 준비해 온 개발자들도 “모든 것을 하얗게 불태웠으니 아쉬움은 없다”고 말하기 힘들어 보인다.
같은 맥락으로 이 후의 행보에 대한 의문도 있다. 스마일게이트의 크로스파이어는 국내에 처음 선보였을 때 퍼블리싱을 담당한 네오위즈게임즈가 레드덕의 아바와 저울질을 하다 아바를 선택하면서 별다른 지원을 받지 못하고 조용히 사라질 뻔한 게임이다. 제페토의 포인트블랭크도 무려 엔씨소프트가 퍼블리싱을 맡았지만 성적 부진을 이유로 계약이 해지됐었으며, 소프트닉스의 울프팀 역시 NHN에서 퍼블리싱을 했었지만 국내에서는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해 조용히 사라졌었다.
하지만, 이들의 지금의 모습은 어떠한가? 크로스파이어는 중국에서 국민 게임으로 등극하면서 스마일게이트를 6000억 매출의 대기업으로 성장시켰으며, 포인트블랭크는 인도네시아 국민 게임으로 등극했고, 울프팀은 중남미 시장에서 소프트닉스의 이름을 각인시켰다. 지금 같은 분위기였다면 조용히 사라졌을 상황이었지만, 이들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노력해서 지금의 영광을 만들었다.
한빛소프트의 그라나도 에스파다, 그리고 오디션도 마찬가지다. 이른바 회식비 논란의 시초가 된 빅3 중 하나였던 그라나도 에스파다는 도매급으로 묶여 여전히 망한 게임으로 인식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2007년 부분유료화 전환 후 2008년부터 흑자전환했으며, 이후부터 한빛소프트의 든든한 캐시카우로 자리잡고 있다.
워낙 오래 전 일이라 기억하는 사람들이 많지 않겠지만 전세계에 리듬 액션 온라인 게임 열풍을 몰고 온 오디션도 와이디온라인과 손잡고 글로벌 게임으로 도약하기 이전에 엠파스를 통해 출시됐다가 엠파스가 실적 부진을 이유로 게임 사업을 철수하면서 서비스 종료된 아픈 기억이 있다.
물론, 이 같은 사례는 지금까지 출시됐다 사라져간 게임들을 생각하면 극소수에 불과하다. 최선의 노력을 다했지만 안타깝게도 서비스를 종료해야 했던 게임들이 훨씬 더 많을 것이다. 다만, 중요한 것은 이들은 좌절의 순간에서도 자신들이 만든 게임의 가능성을 믿고 포기하지 않았기 때문에 지금의 성공을 이룩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게임 산업이 사라질 리 없으니 앞으로도 많은 게임들이 출시되고, 또 어쩔 수 없는 상황으로 인해 서비스를 종료할 것이다. 그 때마다 자신들에게 다시 한번 질문을 던졌으면 한다. “이것이 정말 최선의 선택인가? 우리 스스로가, 그리고 우리를 믿고 게임을 즐겨준 이들이 납득할 수 있을 만큼 최선의 노력을 다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