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 다음은 '스타크래프트', 이세돌 다음 주자는 누구?
인공지능 알파고와 인간의 대결 종목으로 전략시뮬레이션게임 '스타크래프트'가 거론되면서 알파고를 상대할 프로게이머로 누가 적합한지 게이머들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특히, 인공지능을 상대한다는 상징성에 의해 실력과 명성을 두루 갖춘 게이머가 후보 물망에 오르는 중이다.
알파고는 구글이 인수한 딥마인드의 인공지능으로, 1202개의 중앙처리장치(CPU)와 176개의 그래픽처리장치(GPU)을 활용한 연산 능력을 갖췄다. 이를 앞세워 지난 3월 9일부터 3월 15일까지 열린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 매치'에서는 이세돌 9단과의 바둑 대결을 4 대 1 승리로 장식했다. 실력과 업적을 겸비한 이세돌 기사의 우세를 점쳤던 대다수에게 이번 대결의 과정 및 결과는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구글의 제프 딘 시니어 펠로우는 기자 간담회를 통해 게임을 시험대로 삼아 인공지능 훈련을 강화하는 중이며, 이 중에는 '스타크래프트'와 접목하는 방안도 고려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에 게이머들 사이에서 막강한 연산 능력을 갖춘 알파고와 '스타크래프트' 대결에 나설 프로게이머로 누가 적합한가에 대해 갑론을박을 벌이고 있다. 후보 물망에 오른 프로게이머들도 각자 자신감을 내비치며 물러서지 않는 모양새다.
먼저, '황제'란 별명과 함께 국내외 '스타크래프트' 게이머들에게 가장 입지전적의 인물로 평가받는 임요환이 주목을 받고 있다. 임요환은 약 12년 동안의 선수 생활 동안 스타리그 최다승, 역대 테란 다승 2위, 메이저 개인리그 우승 3회 및 준우승 4회, 팀단위 리그 우승 10회 및 준우승 2회, 2001년 국제 e스포츠 대회 월드 사이버 게임즈(WCG) 2연속 우승 등의 경력으로 '스타크래프트' 프로게이머를 거론할 때 빠지지 않는 인물이다.
또한, 국내 여러 매체에 출현해 대중 사이에서 상당한 인지도를 갖췄으며, LA타임즈, 월스트리트저널을 통해 소개되는 등 해외에서도 가장 주목을 받은 '스타크래프트' 프로게이머 중 한 명이다. 임요환은 지난 11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스타크래프트'는 바둑보다 상황별 전략이 중요한 게임이라 인공지능이 따라올 수 없다"라며, "인공지능이 수많은 데이터를 배우고 어느 정도 직관 능력을 갖춰도 프로게이머 수준에는 못 미칠 것"이라고 알파고와의 대결에서 프로게이머의 우위를 점쳤다. 다만, 2016년 2월에 열린 '스타크래프트 kt GiGA 레전드 매치'에서 최하위를 기록하는 등 2014년부터 프로 포커 게이머 전향한 후 기량이 떨어진 모습을 나타내 본인이 직접 대결에 나설 가능성은 낮다.
임요환의 맞수로 꼽히는 '폭풍' 홍진호도 게이머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알파고의 대전 후보 중 한 명이다. 2000년부터 약 11년 동안 프로게이머로 활동한 홍진호는 메이저 개인 리그 준우승 5회 등 임요환과 비교했을 때 기록 부문에서 밀리지만, '스타크래프트'하면 임요환과 함께 홍진호를 떠올리는 게이머가 상당할 정도로 '스타크래프트' e스포츠 분야에서 남다른 전적과 실력을 보였다. 또한, 후대 프로게이머들에게 전략 측면에서 많은 영향을 끼치는 등 두뇌 싸움에서도 남다른 모습을 나타냈다.
특히, 홍진호 본인의 대결 의지가 확고한 점이 시선을 끈다. 지난 9일 홍진호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 계정에 "나중에 '스타크래프트'로 알파고와 대결한다면 꼭 내가 나가서 인간계의 압승을 보여주고 싶다"란 메시지가 등록됐다. 홍진호는 지난 2013년부터 두뇌 대결을 펼치는 예능 프로그램 '더 지니어스: 게임의 법칙'에서 우승하는 등 방송인으로 활동하면서 대중에게 인지도를 쌓고 있다. 이 밖에 '스타크래프트 kt GiGA 레전드 매치'에서는 임요환을 2 대 0으로 꺾었으나 이윤열에게 2 대 0으로 패해 준우승에 그치는 등 현재의 플레이 기량으로 알파고와 대결 성사가 어렵다는 의견도 존재한다.
2001년 데뷔 후 '천재'란 이명으로 '스타크래프트' 프로게이머 중에서 두각을 나타낸 이윤열 역시 알파고와 대결할 만한 프로게이머로 언급된다. 이윤열은 최초 단일대회 3회 연속 우승, 단일시즌 3대 개인리그 독식, 스타리그 첫 3회 우승 및 최초 골든마우스 수상 등의 업적을 달성하면서 임요환과 홍진호 못지않은 프로게이머로 평가받는다. 또한, 블리자드의 마이크 모하임 대표에게 결혼식 축전을 받는 등 '스타크래프트' 관계자들에게도 이윤열은 높은 인지도를 자랑한다.
아울러 그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알파고에 대해 "알파고를 보면서 솔직히 무섭기도 했다"라면서도 "'스타크래프트를 통해 실제로 붙는다면 반드시 꺾어줘야 할 것 같다. 상대의 수를 기다리는 바둑과 실시간으로 대결하는 스타크래프트는 분명 새로운 결과를 만들어낼 것이다. 나는 알파고와 싸울 준비가 되어 있다"라고 강조했다. 이윤열은 지난 2015년 제대 후 '스타크래프트' 아프리가TV BJ 및 유튜브 제작자로 활동 중이다.
알파고의 대전 후보 중 가장 승률이 높은 프로게이머로는 '스타크래프트' 역사상 최고의 경력과 실력을 갖춰 '최종병기'이란 별명까지 얻은 이영호를 들 수 있다. 특히, 통산 승률 70%로 역대 1위, 스타리그 10시즌 연속 두 자릿수 승수 기록 등 명실상부 최고의 실력에 걸맞은 경력을 갖췄고, 지난 2015년까지 프로게이머 활동을 이어왔다는 점도 다른 세 후보보다 우위에 서 있는 부분이다.
이와 함께 상대방의 체제를 파악해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수 싸움을 전개하는 플레이 특성상 알파고에게 가장 어울리는 상대로 거론되고 있다. 이에 대해 이영호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서로 모르는 상태에서 계속 진행하고 정보를 얻으면서 진행되는 '스타크래프트'는 바둑과 다르다고 생각한다. 알파고와 싸워도 내가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한다"라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앞서 이영호는 2015년 12월 프로게이머 은퇴 후 병역 의무를 마치고 e스포츠 감독에 도전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게임 업계의 한 전문가는 " '스타크래프트'는 경우의 수만 따지는 바둑과 달리 실시간으로 달라지는 정보를 파악하고 세심하게 조작하는 실력도 승패에 큰 영향을 끼친다"라며, "인공지능 설정 기준에 대한 합의, 로봇팔 구현 등 알파고가 인간과 공평한 조건 속에서 대결을 펼치기 위해 넘어야 할 난관이 많아 쉽게 승패를 예측하기 어렵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