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명, 대륙의 기상이 느껴지는 500대500 전투에 빠지다
[게임동아 김남규 기자] 최근 기자간담회를 개최하고 올해 목표를 매출액 800억과 한국 모바일 게임 퍼블리셔 10위권 입성이라고 밝혔던 이펀컴퍼니의 행보가 심상치 않다.
매년 중국 시장에서 검증된 많은 게임을 선보이고 있긴 하지만, 상위권까지 치고 올라갈만한 힘을 보여주지 못했던 만큼 이번에도 단지 목표일 뿐이라고 생각했던 사람들이 대부분이었지만, 올해 첫 작품인 천명이 출시한지 일주일도 안돼 벌써 구글플레이 스토어 매출 8위를 기록하고 있는 것. 초반 반짝 흥행이 장기적인 흥행으로 이어질 만큼 국내 모바일 게임 시장이 만만하지는 않지만, 본격적인 마케팅을 진행하지 않은 상황에서 입소문만으로 이 정도 성과를 올린 만큼 향후 전망이 매우 밝은 편이다.
천명은 로옹 엔터테인먼트가 개발한 모바일 MMORPG로 대만, 홍콩에서 육룡어천이라는 이름으로 출시돼 매출 1위, 동시접속자 16만명을 기록한 게임이다. 삼국지 세계관을 바탕으로 만들어 유비, 관우, 장비 등 익숙한 인물들이 등장하며, 그들과 함께 최대 1000명이 참가하는 대규모 국가전이 특징이다. 국내 서비스명인 천명은 하늘이 허락한 전장이라는 표면적인 뜻 뿐만 아니라 대규모 국가전을 강조하는 의미도 담고 있다.
게임 플레이는 뮤 오리진 등 기존에 국내 출시됐던 중국산 모바일 MMORPG와 거의 유사하기 때문에 별다른 어려움없이 적응할 수 있다. 모든 콘텐츠를 자동으로 즐길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기 때문에, 퀘스트 알림창만 클릭해도 알아서 가야하는 장소로 이동하고, 적들을 사냥하기 때문에 퀘스트 수락 버튼과 퀘스트 완료 버튼을 클릭해줘도 무럭무럭 자라는 캐릭터의 모습을 볼 수 있다.
또한, 삼국지를 기반으로 한 스토리 모드와 삼국지 무장 카드를 수집해 캐릭터의 전투 능력에 부여하는 시스템, 그리고 다양한 인스턴스 던전 등 즐길거리가 많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게임을 즐길 수 있다. 인터페이스가 쾌적하기 때문에 원하는 콘텐츠를 손쉽게 찾을 수 있으며, 파티원 음성 메시지 전달 기능도 지원하기 때문에 파티 플레이도 큰 불편함없이 없다.
보통 중국산 모바일 게임이라고 하면 그래픽 수준이 좀 떨어진다는 선입견이 있지만, 이 게임은 그래픽은 상당히 수준급이다. 히트처럼 “이게 모바일 게임이야?”라는 감탄사가 나올 정도의 그래픽은 아니지만, 방대한 지역을 실시간으로 돌아다니는 MMORPG라는 감안하면 상당히 훌륭한 편이다. 인물, 건물 모델링이 상당히 깔끔하고, 다수의 사람들이 한 화면에 나와도 느려짐 현상을 경험할 수 없었다. 대만, 홍콩에서 동시접속자 16만명을 기록했다는 것이 거짓말이 아님을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다.
여기까지 설명을 들으면 삼국지 부분만 빼면 기존에 국내 출시됐던 게임과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게 될 것이다. 위에서 언급했던 뮤 오리진이 바로 그 게임이다. 이 게임은 삼국지를 배경으로 한 뮤 오리진이라고 해도 될만큼 서로 비슷한 모습을 하고 있다. 물론 삼국지 배경이다보니 색감 등에서 뮤 오리진보다 훨씬 중국풍의 느낌이 난다는 차이점이 있긴 하지만, 플레이 자체만 보면 큰 차이점을 발견할 수 없다. 게다가 뮤 오리진의 특징 중 하나인 날개 성장 시스템도 있다.
뮤 오리진이 아직까지 건재한 상황에서 후발주자가 비슷하다면 아무래도 승산이 없는 것이 당연하다. 물론 삼국지를 소재로 만든 것이 차별점이긴 하지만, 뮤 IP도 삼국지에 크게 뒤지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천명이 무서운 기세로 성장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이 게임의 제목과도 연관이 있는 국가전 덕분이다. 뮤 오리진 공성전이 100:100 대결을 지원한다고 해서 화제가 됐었는데, 이게임의 국가전은 무려 500:500이다. 게다가 각 국가명을 서울, 경기, 충청, 강원, 전라, 경상으로 현지화해 지역간 경쟁심리도 자극했다.
온라인 MMORPG에서도 쉽지 않은 대규모 전쟁을 CPU 성능, 화면 크기, 인터넷 속도 등 모든 부분에서 PC보다 뒤쳐지는 스마트폰에서 똑같이 구현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지만, 천명은 본인 캐릭터 외에 다른 사람들의 캐릭터를 이름만 남기고 화면에 보이지 않게 만들어서 해결했다. 캐릭터 모습은 보이지 않고 이름만 보이는 장면이 우습게 느껴질 수도 있을텐데, 실제로 국가전을 경험해보면 그렇지 않다. 화면에 보이는 것이 이름 뿐이긴 하지만, 굉장히 많은 인원이 모여서 상대 진영으로 돌격하는 모습이 워게임 상황판을 연상시키며, 전투 중 화면 하단에 실시간으로 활약하고 있는 게이머의 이름 등 전황이 노출되기 때문에 박진감을 느낄 수 있다.
또한, 퀘스트, 전장 등을 통해 공훈을 쌓으면 국가 내 계급을 올릴 수 있으며, 가장 많은 공훈을 쌓아 황제의 자리까지 오르면 전장 지휘 및 타 국가와의 외교 활동도 즐길 수 있어 국가를 경영하는 듯한 기분도 맛볼 수 있다. 국가전 하나만으로도 이 게임을 즐길만한 이유는 충분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천명을 플레이 해보면 이전과는 비교가 안되게 발전한 중국 게임사들의 개발력을 다시 확인할 수 있다. 아직까지 히트나 로스트 킹덤 등 대작 게임들과 비교하면 그래픽 퀄리티나 사용자 인터페이스, 기획 등에서 아직은 수준 차이가 난다고 할 수 있으나, 전반적인 게임성은 크게 뒤쳐진다고 볼 수 없다. 아니, 모바일 MMORPG 부분에서는 한국이 한 수 배워야 된다고 생각될 정도다. 한국은 아크스피어의 실패 이후 모바일MMORPG는 아직 시기가 아니라고 생각하고 포기했지만, 중국은 한국보다 좋지 않은 스마트폰 성능과 인터넷 환경에도 불구하고 계속 도전해 지금의 성과를 얻었다. 한국 개발사들은 아직은 기술력에서 앞서 있다고 자기 위안을 하고 있지만 모바일 MMORPG 외의 장르에서도 이렇게 되지 않으리라는 법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