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환 변호사, "게임관련 소송 늘어날 것"

[게임동아 조광민 기자] "이른바 짝퉁 상품을 방지하기 위한 부정경쟁방지법이 최근 지적재산권을 영역을 넓히고 있고, 실제 승소 판례도 있습니다. 부정경쟁방지법을 인정해주는 경향이 크고, 저작권 소송에서 졌어도 부정경쟁방지법으로 소송을 다시 걸 수 있어, 게임 역시 부정경쟁방지법으로 소송을 거는 사례가 늘어날 것으로 봅니다"

이는 법무법인 민후의 김경환 대표 변호사가 지난 3일 게임기자연구모임과 만남을 갖고 꺼낸 이야기다. 김 변호사는 더 나은 IT 세상과 더 나은 삶을 위해 법무법인을 설립하고 IT기업이 꼭 알아야 할 법률 상식 등을 저술하는 등 관련분야의 경험이 풍부한 전문가다.

김 변호사의 발표 내용에 따르면 게임을 보호할 수 있는 법적 수단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저작권, 특허, 부정경쟁행위(부정경쟁방지법)가 그 주인공이다. 게임의 소스코드는 저작권, 영상콘텐츠는 저작권과 부정경쟁행위, 게임운용방식과 인터페이스 등은 특허와 부정경쟁행위로 소송을 걸어 게임의 권리를 주장할 수 있다.

각 보호수단을 자세하게 살펴보면, 저작권은 표현을 보호하는 권리다. 침해 여부는 창작성 및 권리보호범위, 의거성, 실질적 유사성을 통해 판별한다. 저작권 소송을 통해서는 침해금지와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고, 형사처벌까지 가능하다.

다만 저작권을 통한 소송에서 승소하는 것이 쉽지 않다. 특히 게임의 경우 사실상 게임의 소스코드를 그대로 복사한 수준이 아니면 저작권을 인정받기 힘들다. 김 변호사는 소스코드를 복사해 저작권을 침해한 것이 의심되는 사례가 소프트웨어 시장에서는 종종 발생하지만, 일반적인 소프트웨어에 비해 개발이 수월한 게임의 경우 소스코드를 그대로 복사해서 쓰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게임의 전개 방식, 규칙, 게임의 단계 변화 등은 저작권법으로 보호받을 수 없다. 아울러 저작권의 경우 어떠한 아이디어를 표현하는데 실질적으로 한 가지 방법만 있거나 하나 이상의 방법이 가능하더라도 기술적인 또는 개념적인 제약 때문에 표현 방법에 한계가 있는 경우 저작권법의 보호대상이 되지 아니한다는 판례도 있다. 쉽게 보면 골프 게임의 바람 세기 측정, 클럽 선택 등은 게임 내의 필수 요소이지만, 누가 해도 똑같은 표현 나올 수 있기에 저작권으로 보호받지 못한다. 격투 게임의 상단의 HP바 표현의 경우도 마찬가지 경우다.

실제로 과거 봄버맨이나 크레이지 아케이드 비앤비의 경우에도 유사하지 않다는 판단이 나왔으며, 건바운드와 포트리스2 블루 사건의 경우에도 바람 게이지, 포탄, 무기, 캐릭터는 독창성이 인정될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다만 캐릭터의 경우 게임물과 별개로 저작권법의 보호 대상이 된다. 국내의 경우 봄버맨이나 크레이지 아케이드 비앤비의 캐릭터, 신야구와 실황파워풀 프로야구의 캐릭터의 경우 모두 비유사하다는 판단이 내려진 바 있다.

다음으로 특허는 저작권에 비해 권리가 발생하는 데 어렵지만 권리 범위가 비교적 넓다. 특허는 크게 기술 특허와 인터넷비즈니스모델(BM)특허로 나눌 수 있다. 게임과 관련된 특허는 대부분 BM특허이며, 문언으로 침해 여부 판단을 내린다.

특허는 기술적 사상을 보호하는 권리다. 특허침해를 판단하는 방법은 구성요소완비의 원칙(All Elements Rule)과 균등론(Doctrine of Equivalents)이 있다. 구성요소완비의 원칙은 침해품이 특허에 기재된 구성요소를 전부 갖춰야 침해를 했다고 인정하는 원칙이다.

예를 들어 마이크라는 제품의 특허가 집음장치+증폭장치+배터리+외형 등으로 구성됐고, 침해품이 집음장치+증폭장치+배터리+외형+액세서리로 구성된 경우 침해품은 특허의 모든 구성요소를 갖추고 있어 특허 침해에 해당한다. 반면 집음장치+외형으로만 구성됐다면 증폭장치와 배터리를 갖추고 있지 않아서 특허 침해에 해당하지 않는다.

다만 구성요소완비의 원칙의 경우 원칙을 엄격하게 적용하면 약간의 설계변경 침해품에 대하여 제재를 가할 수 없는 불합리한 현상이 발생할 수도 있다. 때문에 침해품이 문언적으로 일치하지 않더라도 실질적으로 균등하다고 볼 수 있는 경우에는 침해를 인정한다는 것이 균등론이다.

김경환 변호사는 특허 침해로 소송을 걸 때 주의해야 할 것이 있다고 강조했다 바로 특허 무효소송이다. 대부분의 BM특허는 비슷한 특허가 존재할 수 있는 만큼, 비슷한 특허를 찾아 상대방이 특허 무효 소송을 제기하면 해당 특허가 휴짓조각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NHN엔터테인먼트와 카카오의 분쟁에서도 특허무효소송이 핵심으로 자리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실제로 2001년 코나미의 비트매니아와 어뮤즈월드의 EZ2DJ의 특허 침해 분쟁 사례에서 2002년 특허 심판원은 코나미의 특허가 무효라고 판결한 바 있다. 물론 시간이 흘러 2006년 대법원이 특허무효판결을 파기하고 서울중앙지방법원이 특허권 침해를 인정했으나 이미 시간이 너무 흐른 뒤라 큰 의미를 갖기는 힘들었다.

마지막으로 부정경쟁행위다. 부정경쟁행위는 타인의 상당한 투자나 노력으로 만들어진 성과 등을 공정한 상거래 관행이나 경쟁질서에 반하는 방법으로 자신의 영업을 위하여 무단으로 사용함으로써 타인의 경제적 이익을 침해하는 행위를 말한다. 본질은 성과의 모방으로 과거 짝퉁 상품의 유통을 막기 위해 부정경쟁행위로 소송을 걸어 승소하는 경우가 많았으며, 최근에는 지적재산권의 영역까지 넓어졌다고 한다.

실제로 부정경쟁행위는 최근 진행된 킹과 아보카도엔터테인먼트의 법적 분쟁에서 킹이 승소할 수 있던 이유이기도 하다. 당시 법원은 비록 이 사건 피고 게임을 출시한 행위가 저작권 침해행위에는 해당하지 않다고 하여 곧바로 부정경쟁행위에도 해당하지 않는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라는 판단을 내렸다.

이처럼 다양한 게임의 보호 수단이 존재하는 가운데, 내 게임을 지키기 위해서는 어떻게 소송을 준비해야 할까? 김경환 변호사는 이에 대한 명쾌한 답도 들려줬다.

"저작권의 경우 그대로 가져다 쓴 '데드카피'가 아니면 보호받기가 매우 어렵고, 특허의 경우에는 특허 무효 소송을 통해 내 특허가 휴짓조각이 되어버릴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부정경쟁방지법은 권리를 주장하기도 쉽고, 범위도 넓습니다. 상대 게임이 저작권을 침해했음을 증명할 수 없더라도 해당 게임이 나의 게임을 무단으로 모방해 내가 경제적인 피해를 입었음을 주장하면 이길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