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졌던 오락실 게임, 이렇게 부활했다
[게임동아 김원회 기자] 1990년대까지 국내 게이머들의 중심지 중 하나였던 아케이드게임 센터, 오락실은 2016년 현재 주위에서 쉽게 찾아보기 힘들다. 온라인게임, 모바일게임 등 경쟁자들의 급부상과 각종 규제에 의해 설자리가 좁아진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가상현실(이하 VR)을 비롯한 체감형 콘텐츠, 테마파크와의 협업 등 새로운 돌파구로 아케이드게임이 부활의 날갯짓을 준비하고 있다.
'2015 대한민국 게임백서'에 따르면 지난 2014년 9조9706억 원에 이르는 국내 게임 시장 매출액 중 아케이드게임 센터가 차지하는 비율은 약 0.4%에 불과하며, 2014년과 비교했을 때 36.6% 감소했다. 아케이드 게임 역시 약 0.5%에 머물러 55.6%를 차지한 온라인게임, 29.2%를 기록한 모바일게임, 12.3%로 조사된 PC방 등에게 시장의 주도권을 빼앗긴 모양새다.
아울러 20대 이상 게이머들에게 추억으로 남아있을 학교 인근의 '미니게임기'도 지난 2008년 개정된 학교보건법에 의해 자취를 감췄다. 학교출입문으로부터 직선거리 50미터까지인 절대정화구역에선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에 의거해 '미니게임기'를 설치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학교 경계선으로부터 직선거리로 200미터까지인 지역 중 절대정화구역을 제외한 상대정화구역의 경우, '미니게임기'를 설치하기 위해선 학교환경위생정화위원회의 심의를 거쳐야 한다. 이러한 규제는 게임제공업 대상에 들어간 아케이드게임 센터에도 적용된다.
이러한 이유로 쫓겨난 아케이드게임 중 일부는 대형마트 등으로 자리를 옮겼다. 지난 2010년부터 '싱글로케이션'이란 제도를 통해 영화 상영관, 백화점 및 대형마트 등에서 별도의 등록 절차 없이 전체이용가 아케이드게임을 최대 5대까지 설치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된 덕분이다. 리듬 아케이드게임 '꿈의 라이브 프리즘스톤'과 '프리파라'가 '싱글로케이션' 제도로 대형마트 등지에 설치돼 아이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하지만 '싱글로케이션' 제도의 지원에도 불구하고, 학교보건법 등 상충되는 법안으로 인해 아케이드게임 기기의 입지는 여전히 위태하다. 아케이드게임 업체 티아츠코리아의 관계자는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지정한 안전 검사, 심의 등을 최대한 준수하고 있지만 상충되는 관련 법안들로 인해 사업 진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라고 고충을 토로했다.
일부 아케이드게임 센터는 덩치를 키워 생존력을 강화시켰다. 이는 지난 2009년 전후로 소규모 아케이드게임 센터가 몰락하는 상황 속에서 건재함을 과시했던 일본의 대형 아케이드게임 센터, 지난 2014년부터 대형화 전략이 널리 퍼진 국내 PC방 시장의 모습과 일맥상통한다. 또한, 게이머가 직접 탑승할 수 있는 크기의 대형 아케이드게임용 기기로 차별화, 네트워크 시스템 연동을 통한 온라인 대전 및 지속적인 콘텐츠 업데이트 등으로 활로를 뚫은 사례도 있다.
온라인게임, 모바일게임과 차별화된 아케이드게임만의 체감형 콘텐츠 역시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특히, 게임업계 관계자들은 VR 콘텐츠가 어트랙션에 탑승해 즐기는 아케이드게임과 궁합이 좋다는 점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지난 2016년 4월 삼성전자는 에버랜드에 VR용 기기 '기어 VR'을 활용한 어트랙션 체험관을 오픈했다. 해당 어트랙션을 통해 게이머는 4D 시뮬레이션 콘텐츠로 구성된 '티익스프레스'와 '호러메이즈' 등 에버랜드의 주요 놀이기구를 체험할 수 있다.
해외에서도 이러한 가능성에 주목해 일본 게임업체 세가의 경우, 자사의 어트랙션 매장 '조이폴리스'에 VR 콘텐츠를 선보였다. 미국의 스타트업 보이드는 유타주 솔트레이크시티에 VR 테마파크 'VECs'를 오는 2016년 3분기 개장을 목표로 준비 중이며, 중국 샨다에게 투자를 받아 중국 내 대형 VR 테마파크 건설에도 참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오는 5월 22일까지 일산 킨텍스에서 열리는 플레이엑스포를 통해 아케이드게임에서 파생된 각종 체감형 게임이 공개됐다. 이 중 국내 체감형 시뮬레이터 전문 업체인 모션디바이스의 부스에선 '탑발칸VR', '탑드리프트미니', '탑드리프트커플' 등 다양한 체감형 게임의 시연 버전이 관람객들의 눈길을 끌었다. 모션디바이스는 현재 국내를 포함해 미국, 중국, 일본, 유럽 등 해외 시장에서도 핵심 특허를 확보하고 있으며, 기존 콘텐츠 기업과 협력해 도심형 가상현실 테마파크 사업을 준비 중이다.
게임업계의 한 관계자는 "아케이드게임 업체들이 앞다퉈 체감형 시뮬레이터와 VR 관련 새로운 콘텐츠를 선보이고 있다"라며, "아케이드게임 센터가 VR과 체감형 기기를 결합한 새로운 형태의 테마파크 형태로 진화하는 모습이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는 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