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신 기술과 킬러 콘텐츠가 만난 포켓몬고, 게임과 현실의 경계를 무너뜨리다
[게임동아 김남규 기자] 전세계가 포켓몬고로 난리다. 게임이 선 출시된 국가는 모든 사람들이 포켓몬을 잡으러 길거리로 뛰쳐나왔으며, 포켓몬고가 출시되지 않은 국가의 사람들은 왜 게임을 빨리 출시하지 않느냐며 닌텐도에 항의를 보내고 있다. 너무 많은 접속으로 인해 포켓몬고를 제대로 즐길 수 없게 되자 아마존 최고 기술책임자인 위너 보겔스가 모두가 더 편한 환경에서 포켓몬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줄 테니 언제든 말만 하라고 트윗을 날릴 정도다.
현재 포켓몬고는 출시되자마자 미국 애플 앱스토어와 구글 플레이 스토어를 석권했다. 덕분에 주력 게임기 wii u의 실패로 인해 몰락의 길을 걷고 있던 닌텐도는 포켓몬고 출시 이후 4일 동안 60% 이상 주가가 상승했다.
한국은 안타깝게도 아직 서비스 제한 지역이기 때문에 현재 포켓몬고를 즐길 수 없는 상황이다. 다운로드가 아예 안될뿐더러 해외 계정으로 다운로드를 받아도 지도가 없어 튜토리얼 후 더 이상 게임을 즐길 수 없다. 하지만, 속초 등 몇몇 지역에서는 포켓몬고를 즐길 수 있다는 것이 밝혀지면서 사람들이 포켓몬고를 즐기기 위해 속초로 여행을 떠나는 말도 안되는 상황이 벌어지는 중이다. 게다가 포켓몬고로 인해 AR, VR 등 신규 기술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덩달아 관련 주들도 상한가다. 아직 출시도 되지 않은 게임 때문에 전국이 들끓고 있는 것이다. 이 정도면 단순한 게임이 아니라 이미 사회 현상이라고 해도 봐도 무방할 정도다.
사실, 포켓몬고의 핵심 기술인 GPS를 활용한 AR(증강현실)은 엄밀히 말해 신기술이라고 보기 힘들다. 이미 게임빌이 2004년에 위치 기반 서비스를 활용해 지역 쟁탈전을 벌이는 준삼국지라는 게임을 선보인 적 있으며, KT가 2011년에 포켓몬고와 동일한 방식으로 주변에 숨어있는 올레몬을 찾아다니는 올레 캐치캐치라는 게임을 선보인 적 있다.
포켓몬고 역시 전작이 있다. 개발사인 나이언틱이 2014년에 선보인 증강현실 게임인 인그레이스를 보고 닌텐도가 놀라서 인그레이스에 포켓몬 IP를 더한 증강현실 게임, 즉 지금의 포켓몬고 개발 계약을 체결한 것. 포켓몬고가 지금처럼 관심을 받는 이유는 단순히 처음보는 신기술이라 전세계인들이 화들짝 놀란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전문가들이 분석하는 포켓몬고의 성공요인은 AR의 장점을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킬러 콘텐츠의 결합이기 때문이다. 포켓몬은 포켓몬 트레이너들이 전세계에 숨어 있는 포켓몬을 길들여서 서로 대결을 펼친다는 내용을 담고 있는 만큼 현실의 사물을 활용하는 AR 기술에 잘 어울리는 콘텐츠일 뿐만 아니라, 이미 포켓몬 자체만으로도 게임과 애니메이션으로 전세계에 팬을 확보하고 있는 유명 IP다. 무한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긴 하지만 대중화되지는 못했던 AR 기술이 누구나 잘 알고 있는 킬러 콘텐츠인 포켓몬 덕분에 장점을 극대화시킬 수 있었던 것이다.
현재 전문가들은 포켓몬고가 화면에 갇혀 있던 게임이 현실 세계로 뛰쳐 나오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전망을 보이고 있다. 이전에 선보였던 AR 게임들이 주목을 못 받은 것에서도 알 수 있듯이 포켓몬고의 성공은 포켓몬이라는 IP의 힘이 절대적이었지만, 포켓몬고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AR에 더 익숙해졌기 때문에 게임업계에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줬다는 것.
특히, 보통 게임을 즐기는 사람이라면 방 안에 틀어박혀 컴퓨터만 하는 부정적인 이미지를 상상하기 쉽지만, 포켓몬고 같은 게임들로 인해 사람들이 밖으로 나오게 된다면 게임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도 많이 희석될 수 있을 것이라 전망하고 있다.
물론, 포켓몬고를 바라보는 시선이 긍정적이기만 한 것은 아니다. 벌써부터 위험한 지역에 있는 포켓몬을 잡으려다 다치는 안전사고 소식이 계속 들려오고 있으며, 포켓몬을 미끼로 강도짓을 하는 사람들이 검거되는 사건도 있었다. 아직 초창기인 만큼 개발사도 대비하지 못한 부작용이 계속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다만, 중요한 것은 스마트폰 게임의 폭발 이후 몇 년간 정체되고 있던 게임업계가 전세계인들이 공감할 수 있는 새로운 즐길거리를 찾아냈다는 것이다. 과거 닌텐도 Wii와 XBOX 키넥트는 기존에는 없던 새로운 개념으로 폭발적인 관심을 모았으나 결국 콘텐츠 부족으로 인해 한 여름 밤의 꿈으로 끝난 바 있다. 부디 이번 포켓몬고 열풍은 그 때와는 다른 모습을 보이기를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