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켓몬고', 제2의 카카오가 될 것인가 명텐도가 될 것인가
[게임동아 김원회 기자] 2016년 7월 전세계 게임 시장의 가장 큰 화젯거리를 꼽자면 단연 증강현실(이하 AR) 및 범지구위치결정시스템(이하 GPS)을 활용한 롤플레잉 모바일게임 '포켓몬고'다. 출시 하루 만에 전세계 1억 다운로드를 기록했고, '포켓몬스터'의 지적재산권(이하 IP)을 보유한 닌텐도의 주가도 2016년 기준 최고 수치를 갱신했다. 아울러 지난 7월 17일부터 정식 서비스 국가가 35개국으로 늘어 흥행 돌풍이 더욱 거세지는 중이다. 국내의 경우, 서비스 지역에 포함되지 않았으나 강원도 속초, 양양 등 플레이 지원 지역이 밝혀져 전국의 게이머가 몰렸다.
이와 함께 '포켓몬고'가 증명한 AR, GPS 기반의 게임의 가능성에 여러 게임업체 및 관계자 관심을 보이며 움직이기 시작했다. 드래곤플라이, 한빛소프트 등 국내 업체부터 AR게임의 개발 계획을 밝혔고, SK텔레콤은 AR플랫폼인 'T리얼'을 활용해 AR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도록 여러 콘텐츠 업체와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포켓몬스터'에 견줄 수 있는 국내 콘텐츠로 '뽀롱뽀롱 뽀로로', '라바', '카카오프렌즈', '리니지' 등이 거론된다.
이러한 열풍은 마치 지난 2010년 이후 촉발된 카카오게임하기 플랫폼 입주 경쟁을 보는 듯하다. 당시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이 갖춘 방대한 인프라의 가치를 알아보고, 이를 적극 활용한 게임 개발사들은 카카오게임하기 플랫폼을 발판 삼아 상장 기업으로 성장했다. 파티게임즈, 데브시스터즈, 선데이토즈, 넥스트플로어 등 이른바 '카카오 키즈'라 불리는 업체들이 대표적인 사례다.
성공 사례가 늘어나면서 카카오게임하기 플랫폼의 위상은 급격히 올라갔으며, 카카오게임하기 플랫폼에 입점하기 위해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겠다는 풍조가 게임업계에 퍼질 정도로 화제를 모았다. 카카오 역시 카카오게임하기 플랫폼을 통해 덩치를 불린 후 2014년 다음커뮤니케이션과 합병까지 성사시켜 국내 스타트업의 새로운 신화를 썼다. 이처럼 새로운 가능성을 먼저 알아본 기업들의 성공 사례가 존재하기에 게임업계는 이번 '포켓몬고' 열풍에 예의주시하는 것이다.
하지만, '포켓몬고'의 열풍이 제2의 카카오 대신 제2의 명텐도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명텐도란 지난 휴대용 게임기 '닌텐도DS'와 "닌텐도 게임기 같은 것을 개발할 수 없느냐"란 이명박 전 대통령의 발언 이후 관심이 쏠린 한국형 휴대용 게임기를 뜻한다. 해당 발언이 공개된 후 'GP2X WIZ'를 개발한 지피에이치, 한국게임산업진흥원 글로벌 게임허브센터의 '차세대 휴대용 게임기 다중플랫폼 구축' 분야 사업자로 선정된 TU미디어 등의 업체가 화제로 떠올랐다.
명텐도의 결과는 2016년 현재 대부분 게이머가 기억하지 못하는 상황이 잘 말해주고 있다. 또한, 정확한 시장 파악과 기술 이해 없이 특정 화제만 쫓아다닐 때 인적, 물적 자원이 어떻게 낭비되는지 잘 보여주는 반면교사로 거론된다. 지난 2016년 3월 인공지능 '알파고'가 사회현상으로 떠오른 후 정부의 예산 투자 소식이 전해지자 명텐도를 기억하라는 비판이 컸다.
'포켓몬고'도 예외는 아니다. 20년 이상 장수 중인 인기 IP '포켓몬스터'가 '포켓몬고' 흥행의 원동력으로 지목되면서 국내 유명 IP들이 대항마로 떠오르고 있지만 전문가들의 반응은 회의적이다. 장기간 다듬어지면서 높은 완성도를 갖춘 '포켓몬스터'와 비교했을 때 단순한 인기 IP만으로는 경쟁이 어렵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IP와 IT 기술의 궁합 역시 중요한 문제다. '포켓몬고'는 게임, 애니메이션 속 세계처럼 야외를 돌아다니며 수백 종류의 '포켓몬스터'를 수집하거나 특정 지역을 정복하는 콘텐츠를 갖춰 AR, GPS가 잘 어울린다. 하지만 현재 거론되는 대항마 IP들을 AR 및 GPS 기반과 잘 어우러지도록 구현할 가능성에 대해선 의문점이 많다. 국내 AR, GPS 기술력이 전세계를 선도한다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수준이 높지만 이를 뒷받침할 만한 IP에 대한 이해도, 게임 관련 전문성도 겸비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포켓몬고'가 기존의 기술로 새로운 영역을 갖춘 혁신 사례로 부각되면서 개발사 및 투자사들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라며, "하지만 복합적으로 얽힌 '포켓몬고'의 흥행 비결을 철저히 분석하지 않으면 '포켓몬고'의 영광을 따라가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