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식됐다 정도 밖에는 없는 지극히 평범한 어드벤처 ‘바이오 하자드4’
게임명: 바이오 하자드4 (레지던트 이블4)
개발사: 캡콤
유통사: 게임피아
사용기기: 플레이스테이션4(PS4)
필자명: 구석지기
캡콤의 리마스터 또는 현세대기 이식은 2000년대 후반부터 활발해지기 시작해 지금은 캡콤의 주요 수익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익숙한 방식이다.
90~2000년대 아케이드 센터 및 콘솔을 장악하고 있던 캡콤의 브랜드 파워는 미카미 신지나 이나후네 케이지 등 굵직한 개발자 및 주요 임원이 퇴사하면서 약해지기 시작했고 몬스터 헌터 시리즈와 부활한 스트리트 파이터 시리즈를 제외하면 별 다른 성공작 없이 정체된 모습이다.
캡콤의 캐릭터성에 대해서는 정말 ‘뛰어나다’라고 생각한다. 캡콤의 아케이드 작품 내 등장하는 캐릭터들은 단순히 ‘일본 색’을 띈 형태가 아니라 어디서든 통하거나 아니면 안 통하는 그런 호불호가 강한 느낌이 든다.
물론 이는 캡콤의 강점으로 확실히 자리매김 했고 최신 기술로 재현된 캐릭터들의 모습을 보기 위한 요구 사항도 점점 늘어났다. 이 같은 분위기는 IP 왕국 캡콤이 살아 남을 수 있는 새로운 분위기를 만들었고 몇 번의 시도가 흔히 말하는 ‘대박’을 치면서 이 부분은 기조가 돼 버렸다.
이런 기조의 흐름 속에서 가장 많은 선택(희생)을 받은 게임은 캡콤의 옛 임원들이 실패작이라고 평가했던 바이오 하자드 시리즈다. 1996년 플레이스테이션과 세가 세턴으로 나온 이 게임은 캡콤의 대표 먹거리로 자리매김하며 지금까지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하지만 3편 이후로는 판매량이 하락하기 시작했고 4편은 플랫폼 선택 이슈로 기대보다 부족한 성과를 낸다. 물론 곧바로 PC와 PS2로 출시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고 이 선택은 어느 정도는 잘한 선택이 됐다. 이때부터 바이오 하자드 시리즈의 끔찍한 역사가 시작돼 버렸다.
오늘 리뷰에서 만날 게임 ‘바이오 하자드4’는 이런 캡콤의 흑역사의 진면목을 보여주는 게임이다. 명작이 어떻게 최악의 평가를 받을 수 있는지, 그리고 리마스터 정책을 어떻게 끔찍하게 사용할 수 있는지를 엿볼 수 있는 좋은 매개체다.
바이오 하자드4는 2005년 닌텐도의 콘솔 게임큐브로 독점 출시된 게임이다. 당시 판매량이 높지 않았던 큐브로 나왔고 바이오 하자드 시리즈의 인기가 하락하고 있는 상황에서 기존 방식이 아닌 TPS 방식으로 나왔다는 점, 그리고 시리즈 최초로 바이러스가 등장하지 않았던 점 등 꽤나 많은 도전적인 요소가 반영된 형태였다.
어떻게 하면 변화가 절실하다고 생각한 당시의 디렉터 미카미 신지의 의견이 적극적으로 반영된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이 선택으로 인해 시리즈의 팬들에게는 혹평을 받기도 했지만 극찬을 받은 게임성 덕분에 많은 신규 유저들의 선택을 받을 수 있었다.
이야기 전개도 독특했다. 3편까지 징그럽게 주인공 일행을 괴롭히던 엄브렐러사는 미합중국의 계획적인 주가 조작으로 인해 회사의 가치가 하락, 결국 도산해버렸다고 나온다. 그리고 납치된 대통령의 딸을 구하기 위해 에이전트로 변한 레온이 활약하는 완전히 달라진 내용으로 전개된다.
이후 이식작에 포함된 ‘더 머시너리즈’ 모드도 액션성을 강조하는 부분으로 호평 받았다. 이야기 전개상 선택할 수 없던 캐릭터들을 선택해 웨이브 형태로 생존하는 이 모드는 웨스커나 에이다 윙 등의 시원한 액션은 물론 전에 없던 파격적인 전개로 색다른 재미를 줬다.
이 변화는 이후 바이오 하자드5부터 6편까지 자연스럽게 연결되고 종교 단체 및 신종 바이러스의 등장, TPS 방식의 개선 등을 통해 액션성이 대폭 향상되는 계기로 작용한다. 그러나 이 선택은 시리즈의 종말을 예고하게 됐고 전혀 무섭지 않은 바이오 하자드 시리즈는 하락세를 막지 못한다.
다시 바이오 하자드4로 돌아오면, 신선한 TPS 스타일의 어드벤처와 QTE 방식의 버튼 액션, 획득한 게임 머니를 이용해 아이템을 구매하고 성장하는 요소 등을 도입, 기존 시리즈와는 완전히 달라진 재미를 제공했다. 이 같은 시도는 언론과 유저들의 호평으로 연결됐다.
이 결과 바이오 하자드 시리즈의 명맥은 다시 이어지게 됐다. 결국 이후에 나온 작품들은 바이오 하자드4가 만든 팬들에 의해 선택 받았고 강점으로 작용했던 요소들을 더욱 강하게 만들면서 공포도 아닌 어드벤처도 아닌 액션 게임이 되어 버리는 애매한 상황이 돼 버렸다.
그러면서도 바이오 하자드4는 시리즈의 하락세를 책임이라도 지듯 계속 출시됐다. PS2와 PC로 이식된 이후에 Wii, PS3, Xbox360, 다시 PC, 그리고 현세대 게임기인 PS4, Xbox ONE으로도 등장했다. 심지어 한글화된 모바일 버전도 나왔었다. 이건 그냥 충격과 공포였다.
특히 PC 버전으로 나온 얼티메이트 HD 에디션은 어떻게 보면 마지막이 되어야 할 시도였을지도 모른다. 이미 2005년부터 지금까지 8개 이상의 플랫폼으로 등장하며 논란을 키워온 게임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적화 실패와 시리즈에 없던 버그 논란 등으로 최악의 평가를 기록했다.
그리고 등장한 현세대 버전이 오늘 리뷰할 타이틀이다. 솔직히 말하면 어디가 현세대 버전인지 모를 정도로 수준 낮은 이식을 보여준다. 일부 동영상은 기존 플랫폼에서 사용된 저화질용을 쓰고 있으며, 복장 등이 반영되지 않은 실시간 이벤트 영상도 상당히 많다.
선전에는 1080p 해상도에 60프레임 고정, 그리고 지금까지 나온 모든 콘텐츠를 포함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실제로 플레이 했을 때는 일부 구간에서 프레임 드랍 현상이 발생하고 라이플 장전 모션은 여전히 30프레임 밖에 나오지 않는다. 그리고 PC판 버그도 일부 존재한다.
결론적으로 이야기하면 정말 무성의한 이식이다. 시각적으로도 좋지 못하고 팬을 위한 리마스터라면 콘텐츠 대부분을 초반에 선택할 수 있게 오픈 해주면 좋을텐데 그런 배려도 없다. 결국은 처음부터 다시 즐겨서 엔딩을 봐야 미니 게임들이 열리는 방식이다.
쉽게 생각해도 좀 더 편리하고 좋게 제공하는 방법이 많음에도 이 같은 형태로 출시한 점은 말 그대로 별 생각 없이 이식이라는 것이다. 최악의 이식이라는 PC 버전과 비슷한 문제점이 생기는 것으로 봐서는 아마 PS4, Xbox ONE 버전도 PC 버전을 이식한 것으로 생각된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새로 나올 바이오 하자드7이 액션성보다는 어드벤처 요소를 살린 공포 게임으로 나온다는 점이다. VR 기능도 활용하고 이야기 전개 중점의 재미 전달을 통해 파고 드는 호러 어드벤처의 느낌을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바이오 하자드4의 리마스터 출시가 이번이 마지막이 되길 진심으로 바라고 있다. 그리고 리마스터가 아닌 시리즈의 리부트로 노선을 바꾼다면 팬들도 이해해 주지 않을까. 물론 캡콤이 그런 선택을 할 리가 없다는 건 잘 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