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승과 발전의 모범사례, '피파17'
리그나 시즌 개막에 맞춰 매년 발매되는 스포츠게임은 스포츠게임 팬들에게는 아주 좋은 선물이다. 라이선스를 반영한 각 구단의 최신 로스터와 라이브 업데이트 등을 통해 즐기는 최신 스포츠게임은 축구 게임이든 야구 게임이든 농구 게임이든 자신이 좋아하는 스포츠의 한 주기를 함께하는 재미를 선사해준다.
하지만, 매년 개막에 맞춰 발매된다는 스포츠게임의 장르적인 특성으로 인해 발생하는 불만도 있다. 최신 반영 로스터를 제외하면 눈에 띄게 변화하지 않는 게임성이 대표적이다. 매년 새 작품이 나와야 하므로 개발 기간이 여타 게임에 비해 짧다는 것을 감안해도 신작과 전작의 차이를 구별하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렇다고 무작정 변화와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것도 정답은 아니다. 전작에 비해 너무 많은 부분에서 게임이 변화해 적응이 어렵고, 즐겨하던 콘텐츠가 삭제돼 엉뚱한 녀석이 들어 오는 등의 경우가 생기면 게이머들이 보내는 반응은 당연히 긍정적이지만은 않다. 완전히 새로운 재미도 기존과 너무 똑같은 모습을 추구하는 것도 힘든 스포츠 게임의 딜레마라고 볼 수 있다.
매년 이러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며 다양한 스포츠 게임이 발매되고 있는 가운데 27일 출시를 앞둔 '피파17'의 모습이 좋은 사례가 될 수 있을 것이라 본다. 94년 첫 시리즈의 등장 이후 발전의 발전을 거듭하며 축구 게임 팬들을 사로잡아온 EA의 '피파'시리즈는 최신작인 '피파17'에서 기존 인기 시리즈의 강점과 플레이 감각을 잘 유지하면서도 다양한 부분에서 발전을 꾀했다.
먼저 가장 대표적인 것은 게임 엔진의 변경이다. EA는 스포츠게임에 일반적으로 '이그나이트' 엔진을 적용해 왔다. 하지만, 최근에는 'UFC' 시리즈 등에 '프로스트바이트' 엔진을 활용하며, 추후 스포츠게임에도 '프로스트바이트' 엔진을 활용하는 모습을 보여왔고, 피파 시리즈의 최신작인 '피파17'에도 '프로스트바이트' 엔진이 채택됐다. '프로스트바이트' 엔진은 배틀필드 시리즈, 스타워즈 배틀프론트, 드래곤에이지2 등을 개발할 때 사용한 엔진으로 뛰어난 비주얼과 각종 파괴 효과로 무장한 물리적인 측면에서 강점을 갖춘 엔진이다.
그래픽과 물리적인 측면에서 좀 더 발전된 형태의 엔진을 사용하는 만큼 이번 작품에서는 한층 발전된 그래픽을 보여준다. 매년 신작이 나올 때마다 다양한 변경 점을 이야기해도 플레이하는 입장에서 크게 느끼기 어려웠던 게이머라도 그래픽의 변화 만큼은 단번에 눈치챌 수 있을 정도로 향상됐다. 직접 얼굴 스캔 작업이 진행된 선수와 게임 진행 중 종종 화면에 잡히는 감독의 경우 더 현실과 같은 모습을 보여준다.
프로스트바이트엔진은 FPS 게임 등에서 지형파괴 등으로 물리적인 측면에서도 강점을 보여온 엔진인 만큼 '피파17' 게임 내에서 축구 경기의 움직임도 한층 현실감 넘치는 모습을 보여주도록 돕는다. 특히 강화된 엔진을 활용해 공이 없을 때의 공간을 만들과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몸싸움이나 드리블 시 팔이나 어깨로 상대 수비수와 몸싸움을 펼치며 공을 지켜내는 등의 플레이를 만끽할 수 있다. 그간 시리즈에서 드리블 활용이 뛰어나지 못했던 게이머들이 공을 운반하는데 큰 애로사항이 있었는데, 한층 수월한 플레이를 즐길 수 있게 됐다.
이외에도 공간을 활용하는 플레이와 슈팅, 그리고 세트 피스 등에서도 변화가 나타났다. 공과 상관 없이 선수를 이동시킬 수 있는 움직임 동작도 준비됐으며, 버튼을 눌러 공을 가지지 않은 선수가 공간을 파고 들어가는 플레이를 연출할 수 있다. 아울러 쓰루패스와 슈팅의 경우에 쓰레드 쓰루패스와 드라이븐 피니시가 추가돼 상황에 따라 더욱 다양한 슈팅과 패스를 진행할 수 있다.
세트피스의 경우에는 완전히 새롭게 쓰인 수준이다. 먼저 페널티킥의 경우 초록색 칸에 맞춰 정확한 타이밍에 버튼을 눌러야 했는데, 이번 작품에서 화면에 등장하는 화살표를 보며 스틱으로 방향을 조절하고, 파워 게이지를 채워 높이를 조절할 수 있다. 처음에는 어색하지만 전 시리즈보다 한층 합리적인 모습이다.
프리킥의 경우에는 근거리에서는 기존 작품과 유사하게 킥을 시도할 수 있고, 먼 거리나 측면 프리킥의 경우 몸싸움의 역할이 중요해진 만큼 원하는 위치에 공을 떨어뜨릴 수 있도록 시스템이 변경됐다. 기존에는 키커의 뒤에서만 바라보는 시점이었다면 이제는 공을 떨어뜨릴 위치를 측면에서 바라보면서 정확한 공간에 공을 띄워줄 수도 있다. 물론 직접 프리킥도 존재하며, 프리킥을 차기 위해 필드 위에 선 선수와 골대의 위치와 각도 등도 더욱 다양해졌다. 코너킥도 변화한 프리킥과 마찬가지로 게이지만 채우는 것이 아니라 공을 떨어뜨릴 위치를 스틱으로 조절할 수 있다. 기존 시리즈와 확연히 변경된 부분이라 처음에는 다소 어색할 수 있으나 이내 금방 적응해 즐길 수 있다.
엔진을 변경하며 인 게임만 살펴봐도 다양한 변화를 끌어냈지만, 새로 추가된 기능을 활용하지 않으면 전작을 즐겨봤던 게이머라면 비슷한 감각으로 게임을 즐길 수 있을 정도로 전작의 느낌을 잘 살려낸 것도 칭찬할 만한 부분이다. 변화한 시스템을 크게 인식하지 못하고 활용하지 않은 채 플레이하면 그래픽이 한층 발전된 '피파16'이라는 느낌이 들 정도로 플레이가 주는 이질감이 적다.
인 게임 외에도 콘텐츠적인 측면에서 많은 추가가 이뤄졌다. 감독과 선수의 입장 중 하나를 선택에 즐기는 커리어 모드는 여전히 건재하다. 특히 이번 작품에는 감독의 얼굴도 게임 내에 구현된 만큼 자신의 아바타를 만드는 재미도 즐길 수 있으며, 이번 작품에서 새롭게 추가된 일본의 J리그나 2년 만에 돌아온 브라질 축구 리그의 팀 등에서도 감독과 선수의 역할을 수행할 수도 있다.
게이머들이 체감할 수 있는 가장 새로운 콘텐츠는 '저니 모드'다. 자세한 내용은 모두 스포일러가 될 수 있어 언급할 수는 없지만, '저니 모드'를 통해서는 이야기가 담긴 축구와 '피파17'의 재미를 느낄 수 있으리라 본다.
이외에도 '피파' 시리즈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모드인 피파 얼티밋 팀에도 새로운 즐길거리가 추가됐다. 먼저 스쿼드 빌딩 챌린지 시스템은 제시된 제한 사항에 맞춰 선수 스쿼드를 구성해 다른 아이템을 얻을 수 있는 일종의 조합 시스템이다. 예를 들어 2개 국가의 선수만 활용해서 팀 레이팅과 팀 케미스트리를 특정 수치 이상으로 완성하라는 챌린지가 주어지면, 게이머는 본인의 얼티밋 팀 클럽에 보유한 선수를 활용해 이를 해결하면 된다.
다만 해당 스쿼드를 완성해 제출하면 다양한 보상을 얻지만, 스쿼드에 포함되어 제출된 선수들의 경우 자신의 클럽에서 사라지므로 유의해야 한다. 이미 EA 액세스 등으로 '피파17'을 즐기고 있는 게이머들 사이에서는 스쿼드 빌딩 챌린지 공략이 다양하게 이뤄지고 있어, 이를 참고하는 것도 뛰어난 선수와 아이템을 얻을 수 있는 지름길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게임 실력이 좋은 게이머라면 주말에 진행되는 피파 얼티밋 팀 챔피언십에 참여해 경쟁을 펼치며 다양한 보상을 노려볼 수도 있다.
전체적으로 봤을 때 '피파17'은 인 게임은 물론 게임 외 다양한 즐길거리를 강화하고 추가하면서도 기존 시리즈가 가진 장점은 장점대로 계승하고 새로운 즐길 거리와 시스템을 추가하며 게임을 더욱 발전시켰다. 안정과 변화 그 중점을 잘 찾아낸 '피파17'이 또 자신의 한계를 넘어설 수 있을지 앞으로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