쿵푸와 팬더의 나라 중국이 만들었다. '쿵푸팬더3 for Kakao'
직접 퍼블리싱에 뛰어들면서 플랫폼 역량 강화에 힘쓰고 있는 카카오게임즈가 5번째 라인업인 쿵푸팬더3 for Kakao(이하 쿵푸팬더3)를 선보였다.
이 게임은 제목에서도 짐작할 수 있듯이 세계적으로 유명한 드림웍스의 애니메이션 쿵푸팬더 IP를 소재로 만든 모바일 액션RPG로, 개발사는 몽환서유 등으로 국내에서도 잘 알려진 중국 개발사인 넷이즈다. 이제는 세계 게임 시장을 좌지우지할 정도로 무섭게 성장하고 있는 중국의 개발력과 전세계적으로 유명한 IP가 만나서 나온 결과물이 한국 모바일 게임 시장에서 가장 강력한 플랫폼으로 출시된 것이다.
원작 애니메이션은 올해 초 개봉했기 때문에 시기상으로 시너지를 일으킬 상황은 아니지만, 워낙 인지도가 높은 작품인 만큼 출시전부터 많은 이들의 기대를 모았으며, 10월 초 진행했던 CBT에서도 호평이 이어지면서 출시 하루만에 애플 스토어 매출 19위에 오르는 등 빠른 속도로 순위를 끌어올리는 중이다.
요즘 천명, 검과 마법 등 중국 모바일 MMORPG들이 국내 시장에서 좋은 성과를 거두면서 중국 모바일 게임이라고 하면 대부분 MMORPG를 연상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 게임은 국내 게이머들에게 익숙한 게임인 레이븐이나 히트처럼 스테이지를 클리어하면서 캐릭터의 레벨과 장비를 성장시켜가는 액션RPG다. 한국 개발사들이 가장 자신 있어 하고, 아직은 그들보다 앞서 있다고 자부하고 있는 분야에 중국 개발사가 정면으로 도전한 셈이다.
쿵푸팬더3를 시작하면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애니메이션을 그대로 옮긴 듯한 그래픽이다. 주인공인 포를 비롯해 포보다 더 주인공으로 보이는 티아그리스, 그리고 정신적인 지주인 시푸 사부 등이 원작과 거의 흡사한 모습으로 등장해 친숙한 느낌을 주며, 배경 그래픽 역시 따뜻한 느낌을 주는 원작의 색감을 그대로 살렸다. 가끔 원작의 명장면을 똑같이 재현한 퀘스트도 등장하는데, 보고 있으면 예전의 즐거웠던 기억이 똑같이 되살아난다.
또한, 원작에는 등장하지 않는 새로운 캐릭터들도 나오는데, 원작에 나왔었는데 몰랐던 것이 아닌지 의심이 들 정도다. 드림웍스의 철저한 감수 덕분이겠지만, 개발자들도 원작에 대한 애정을 가지고 이 게임을 만들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는 부분이다. 게다가 카카오게임즈 역시 원작의 느낌을 최대한 살리기 위해 원작 더빙 성우들을 그대로 기용해서 음성 더빙을 하는 정성을 들였다. 대부분 스마트폰을 진동으로 해놓고 있는 경우가 많을텐데, 이 게임을 즐길 때는 사운드를 들으면서 플레이하기를 추천한다.
액션성도 매우 훌륭하다. 기존 중국 모바일MMORPG의 경우에는 한 화면에 굉장히 많은 인원을 등장시켜야 했기 때문에 캐릭터 모델링에 있어서는 다소 아쉬운 느낌을 줬으나, 이 게임은 액션RPG이기 때문에 캐릭터 하나 하나에 공을 들여서 액션 동작이 매우 부드럽고, 화끈한 타격감을 느끼게 한다.
특히, 터치 방식의 조작과 가상 패드 방식의 조작을 모두 지원하기 때문에 자신의 취향대로 액션을 즐길 수 있으며, 화면을 마구 터치해야 하는 포의 필살기나, 후르츠 닌자처럼 빠르게 슬라이스 액션을 해야하는 티아그리스의 필살기처럼 직접 조작하면 더욱 즐거운 요소들이 다수 삽입되어 있어서 자동 전투를 지원함에도 불구하고 직접 조작하는 것을 즐기게 된다. 물론 자동전투로는 스테이지를 별 세개로 클리어 하는 것이 쉽지 않아서 강제되는 느낌도 없지는 않지만, 직접 조작하는 것으로 인해 느끼는 불편함보다는 재미가 더 크게 다가온다(조건이 까다로운 특정 미션만 그럴 뿐 일반적인 소탕미션은 자동전투만으로도 충분하다).
게임의 전체적인 흐름은 레이븐이나 히트 같은 액션RPG에 도탑전기를 섞은 듯한 느낌이다. 게이머가 직접 조작할 수 있는 캐릭터는 포와 티아그리스, 시푸로 3명뿐이며, 몬스터 길들이기나 마블 퓨처 파이트처럼 플레이 도중에 태그해서 다른 캐릭터로 교체할 수 있다. 등장 인물에 비해 조작할 수 있는 캐릭터가 적은 편이지만, 몽키, 맨티스, 바이퍼 등 나머지 캐릭터들은 캐릭터 당 한명씩 용병으로 고용해서 함께 전투에 참여할 수 있기 때문에 수집의 재미도 살렸다.
캐릭터 수집과 육성은 도탑전기 스타일을 그대로 따르고 있기 때문에 계속 플레이하다보면 자연스럽게 캐릭터가 강해지는 것을 체감할 수 있다. 조작할 수 있는 포와 티아그리스, 시푸는 장비와 스킬을 업그레이드해서 성장시키는 방식이며, 나머지 용병 캐릭터들은 스테이지 클리어 혹은 상점에서 조각을 수집해서 상위 등급으로 성장시키는 방식이기 때문에 랜덤뽑기의 운에 의존하지 않아도 열심히 하다보면 충분히 강해질 수 있다(물론 돈을 쓰면 그 과정이 더 빨라지겠지만…). 특히, 아무리 강화를 했더라도 장비를 바꾸면 처음부터 다시 강화를 해야 하는 다른 게임과 달리 이 게임은 장비를 바꿔도 그 부위의 강화 수치가 그대로 유지되기 때문에 매우 쾌적한 느낌이다. 매력적인 캐릭터가 많은데 “굳이 조작할 수 있는 캐릭터의 수를 3명으로 제한할 필요가 있었을까”, 그리고 “다양한 캐릭터의 조합의 재미를 느끼기 힘들다”라는 점이 아쉽기는 하나, 장비 교체 중심이었던 다른 액션RPG와는 다른 느낌을 주는 육성방식이 신선한 느낌을 주기는 한다.
현재 모바일 RPG들이 질리지 않게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콘텐츠의 종류를 늘려가고 있는 만큼 쿵푸팬더3 역시 스토리 진행 외에도 다양한 콘텐츠를 준비했다. 전투 과정은 똑같고 단지 획득할 수 있는 아이템의 종류만 달라지는 단순한 형태가 아니라 아예 디펜스, 터치, 슬라이스, 리듬 액션 등 다양한 조작 액션으로 새로운 재미를 선사하기 위해 상당히 머리를 쓴 느낌이다. 식신대전에서는 도망다니는 만두를 많이 잡으면 스테이지 입장에 필요한 당근을 획득할 수 있으며, 일기당천은 좁은 승강기에서 다수의 적을 상대하는 재미를 살렸다. 팬더 객잔에서는 도둑들에 맞서 술 항아리를 지겨야 한다. 비급 쟁탈전에서는 자신이 원하는 비급 조각을 가진 상대를 골라 전투를 벌일 수 있다.
이 외에도 다른 게이머들과 대결을 즐길 수 있는 영웅대전과 전체 서버 게이머들과 3:3 대결을 펼칠 수 있는 영혼계 대전 등 대결 콘텐츠도 충분히 갖추고 있다. 자동전투로 종합 전투력 수치를 겨루는 방식이라 다소 식상한 느낌이 없지는 않지만, 일정 순위 이상 올라가면 전투력을 알 수 없는 상대와 매치를 해서 승리해야만 상위 등급으로 올라가게 해주는 승급전은 나름 매력적이다. 또한, 아직 초반이라 그렇게 활성화되고 있지는 않지만, 길드에 가입하면 길드 건물을 건설, 발전시킬 수 있으며, 다른 길드와 치열한 대결을 펼칠 수 있는 길드 공방전을 즐길 수 있다.
이렇듯 쿵푸팬더3는 무서운 속도로 발전 중인 중국의 개발력과 세계적으로 유명한 IP가 만났을 경우 얼마나 강력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지를 잘 드러내고 있다. 뮤 오리진, 천명, 검과 마법 같은 모바일 MMORPG만 잘 만드는 것이 아니라, 이제는 모든 장르에서 한국 개발사들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IP 기반 게임인 만큼 원작이 개봉한 시기에 비슷하게 출시됐다면 더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었겠지만, 이 정도의 게임성이라면 굳이 원작 IP의 명성에 의존하지 않고 게임 자체의 재미만으로도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